“인천이 고향은 아니지만 유독 인천 선수들에게 더 애착과 관심이 가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여자탁구 대표팀 코치를 맡은 오광헌(39) 수쿠도쿠(淑德)대학 여자 탁구팀 감독은 오래전부터 인천과 잔잔한 사랑을 키워오고 있다.

경기도 부천이 고향인 그는 인천탁구협회 선·후배 선수들과 친분을 쌓아오다 2년 전 부터 일본 카뎃(만 15세 미만)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인천남중학교를 찾아 훈련을 벌이고 있다.<본보 2월5일자 14면 보도>

“양 국가의 탁구 교류를 통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셈이죠. 실제로 일본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졌고, 인천 선수들도 일본식 탁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으니까요. 한국에서 인천보다 더 좋은 훈련 환경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가 지난 1일 또 다시 인천을 찾았다. 이번엔 내달 28일부터 5월5일까지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수쿠도쿠 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온 것이다. 대전시 등에서 훈련을 벌이다 지난 6일 서구 대한항공 훈련장을 찾아 막바지 훈련을 벌인 후 8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올해 동인천고를 졸업한 박원희(19)를 수쿠도쿠 대학에 트레이너로 스카우트해 인천 선수의 해외 진출도 꾀했다. 내년 교체 예정이었던 트레이너를 대신할 사람을 찾고 있던 중 성실한 박원희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인천에 올 때마다 박원희의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굉장히 착실하게 열심히 훈련 하더군요. 한국에서도 실력을 키울 수 있겠지만 일본에 가서 트레이너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 보여 스카우트를 했습니다. 올 일년 동안 일본 어학교를 다닐 수 있게 지원하고 내년에 정식으로 대학에 들어올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쿠도쿠 탁구팀의 감독, 트레이너 등이 모두 한국인으로 옷을 갈아입게 된다. 자존심 센 일본 대학이지만 오 감독의 실력을 인정해 이러한 그의 뜻을 받아줬다. 지난 1995년 일본으로 건너가 수쿠도쿠대학 코치를 맡은 그는 5년 만인 2000년 감독으로 승진, 2004년까지 5년 연속 일본 대학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종전 4연승이었던 일본 대학의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었다. 또 지난 2월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여자탁구 대표팀 코치를 맡으며 한국 탁구의 자존심도 세웠다.

“인천 선수들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제 마음도 흐뭇해져요. 앞으로도 인천에서 꾸준히 전지훈련을 벌일 예정이에요. 훈련장에선 파트너로, 경기장에선 적으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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