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하면 누구나 고인돌로 지칭되는 선사시대의 유적을 떠올릴 것이다. 대개는 강화역사탐방로를 따라 고대부터 근세조선에 이르는 이 땅의 소중한 시간성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이제는 낙조가 아름다운 그곳에 휴양을 위한 세컨드하우스나 팬션, 작가의 공방, 연수원 등이 다수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도 이 지역의 특징이 되고 있다. 그런데 2007년 5월에 개관하면서 강화도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한 옥토끼우주센터(2004년 설계)가 가족단위의 테마파크로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두운리 1026번지에 위치한

옥토끼우주센터는 아이들에게 천체의 비밀과 인류가 걸어온 우주탐험의 역사를 소상하게 전달해주는 매력적인 장소다.




(외부 테마공원)

화가를 꿈꾸다가 12살 때 건축가가 되겠다고 일찌감치 진로를 정한 MC는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의 지명도가 훨씬 높은 건축가다. 국외에서 거둔 수상경력과 전시경력을 통해 그는 차세대 건축리더로서 주목되고 있다. 그의 건축은 일견 장난기가 넘쳐난다. 그의 건축은 늘상 건축이 내포한 복잡한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건축된 공간을 경험하면서 잃어버린 삶의 단순한 기쁨을 회복시켜주는 마술상자와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가, 그가 만들어내는 건축은 기이한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친밀하다.

옥토끼우주센터는 산자락을 배경으로 한 6만6천㎡의 대지에 앉혀졌는데 전면에 84번 국도가 지나가고 있다. 20m의 경사지에 자리 잡은 12m 높이 4층 규모의 우주항공전시관은 대부분 산속에 묻혀 있는 반지하의 건축을 콘셉트로 하고 있으며,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을 갖춘 20m 높이의 7층 전망탑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로 건너편은 넒은 평야지대로 이어진다. 건물의 진입부는 조형성이 강렬한 선형의 입면이 내부통로와 램프를 감싸며 관람객을 유인하고 있다. 사마귀를 닮았다.

원거리에서 받는 이 건물의 인상은 아주 단단한 금속성의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건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고형의 입면이 지녔던 무게감은 사라지고 구멍이 쑹쑹 뚫린 철제 매쉬의 가볍고 경쾌한 그물망 구조의 디테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 건물의 표피는 장식성이 유난스런 반면 건축형태를 완결 지어주는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소위 밴디지(bandage)건축의 전형이다. 얇은 천을 둘둘 말아 올린 듯한 나선형 건축의 형태언어는 이 건물을 특징짓는 표피의 구성요소이자, 건축대상의 신비로움을 자극하는 유기적 건축의 상징성을 갖는다.

건물은 크게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으로 구분되는데 내부공간은 우주센터 본연의 체험과 관람동선 위주로 짜여져 있고, 외부공간은 단지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탑을 중심으로 넓은 대지에 공룡의 숲, 물대포공원, 로봇공원, 천체영상관, 사계절 썰매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건물의 뛰어난 조형성을 보여주는 상층부와 주차장 등을 잇는 경관 램프는 마치 ‘공룡의 뼈대’를 형상화 한 듯 시각적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난간의 처리가 인상적이다. 이 건물의 주된 이용자층인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기에 맞춤하다.

다시 건물의 내부공간으로 들어가 보자. 내부동선은 중심공간을 가로지르는 램프를 사이로 태양계여행-화성탐사관-우주생활관-외나로도 우주센터-엔진전시관-우주왕복선 조종실-달 탐험관-우주개발 역사관-세계의 우주센터-3D 입체영상관-각종 체험학습장이 4개 층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바닥에 그려진 안내선을 따라 우주체험에 나서면 된다. 전시장 입구 안내소에서 관람효과를 극대화 시켜줄 수 있는 워크북을 챙기는 것도 필수.

전시장에는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심은 어린이들에게 맞춰 있지만 젊은 남녀의 데이트 코스로도 애용되고 있으며,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세대에 걸쳐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어른의 입장료가 소인(6세~중학생) 입장료보다 싼 곳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준비된 내·외부 공간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의 입장료지만 통상의 수동적인 전시장 관람패턴에 익숙해있다면 결코 싸지 않은 입장료라는 점, 염두에 둘 일이다.




(전망대)

전국적으로 드라마세트장 형식의 테마파크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종종 실패사례로 지적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옥토끼우주센터는 테마마크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독특한 콘텐츠의 공간기획과 그것을 잘 살린 건축의 형태언어가 이 테마파크의 성공을 예감케 하는 단서가 된다. 아쉬운 점은 옥토끼우주센터에 대한 지역 내 표지판 체계가 미흡하고, 수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 지역의 특화된 문화산업의 심볼로서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계속) 건축리포트 ‘와이드’ 발행편집인·건축비평가·광운대 겸임교수

등 장 인 물

MC(실명: 조민석): 1966년생.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코넬대학교 Spanish Literature 학부를 졸업하였음. 1989년 콜롬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뉴욕, 미국)졸업 후 Polshek and Partners에서 근무함. 또한,Kolatan and MacDonald Studio(뉴욕, 미국)와 Rem Koolhaas(로테르담, 네델란드) 사무실에서 미주, 유럽, 아시아 등지의 건축과 도시계획 전반에 걸친 다양한 실무 경력을 쌓음.

일본 신건축 지에서 주관하는 「1994 국제주택현상설계공모전」 에서 1등 수상. 1998년 6월 뉴욕에서 Cho Slade Architecture를 설립하고 미국, 한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1999 Progressive Architecture Award’ 의 Citation과, Architectural League of New York에서 주관한 ‘2000 Young Architect Award’ 를 수상하였다. 2003년 현재의 매스스터디스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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