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이영철(36) 인천혜광학교 점역교정사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등불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는 학생들의 교과서, 학습자료 등을 점자책으로 만들고 일반도서도 점자화 해 도서관에 양서로 비치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점자가 아니면 책을 읽을 수 없는 이들에게 글씨를 만들어 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엔 국제라이온스협회 354-F 인천지구에서 2억500만원을 후원해줘 학교 내 디지털점자도서관과 녹음도서제작실, 점역교정실 등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여기에 점자정보단말기, 확대독서기 등도 마련해줘 학생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최신 시설을 관리할 인적인프라가 부족해 안타깝기만 하다.

“저 혼자 이 일을 모두 하다 보니 시간도 부족하고 많은 양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학생들 학습자료를 만들어주기도 벅차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 도서관의 책을 점자화하고 있어요. 전문 인력이 있다면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을 텐데 너무 아쉬워요.”

지난 2000년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 컴퓨터 강사로 활동하던 그는 2003년 점역교정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1억원이 넘는 점자프린터기를 다룰 사람이 필요했어요. 점자에 매력도 느꼈기 때문에 쉽게 마음 먹을 수 있었죠. 점역교정사는 보건복지부 국가공인자격증을 획득해야 하는데 2005년까지 무려 4번이나 떨어졌어요. 정말 많이 속상하고 답답했죠.”

당시 그에게 가장 힘이 돼줬던 사람은 지금의 아내다. 복지관에서 만나 1년 넘게 교제하며 2003년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가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점자를 창안한 송암 박두성 선생의 전기(傳記)를 펴냈을 때다.

“그동안 박두성 선생의 전기는 허구성이 짙었습니다. 2006년 박두성 선생의 딸인 박정희 여사가 육성 녹음한 60분짜리 테이프 7개로 점차책을 만들었지요. 이를 각 도서관에 배부해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요.”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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