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은 인천의 환경과 역사적 맥락이 있는 명산입니다. 고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서 전국 단위에서 보면 대수로운 산이 아닐지 모르지만, 인천에서는 문학산과 더불어 진산이요, 보물입니다.”

‘계양산 골프장 저지 인천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홍재웅(65) 인천시민연대 상임대표의 말이다.

홍 상임대표는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인천지역 현안을 꿰고 있는 이다.

왕성하고 의욕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홍재웅 상임대표는 언론과의 사적인 인터뷰를 반기지 않는 편이라는 게 지역 시민운동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의대교수로 재직하면서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활동하는 등 이른바 ‘실천하는 지식인’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하자, 홍 상임대표는 작은 미소만 보인다.

대학교수, 그것도 의대 교수라면 이 시대 최고의 엘리트라는 꼬리표가 당연하게 따라오지만, 그는 이런 인식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이과출신 지식인들 중에도 시대에 참여하는 계보가 많을 것이라며 웃는다.

그는 장편소설 ‘임꺽정’을 보면 인천의 명산 계양산이 소개된다며 ‘이규보시비’ 등을 계양산에 들여놓아야 한다는 인문학적 소양을 내비쳤다.

“고라니, 너구리 등 중대형 포유류에서부터, 반딧불이, 버들치, 도롱뇽, 맹꽁이, 소쩍새, 부엉이 등이 서식하는 곳이 계양산입니다.”
홍 상임대표는 계양산의 자연생태계가 우수하다며 환경운동연합 의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현재 인천의 시민사회단체 45곳이 계양산을 위해 결집했지만, 몇몇 단체에서 동참을 선언하기로 했단다.

그는 굴업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최대의 시민단체가 결집하게 됐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입장을 전해듣겠다고 했다.

홍 대표는 환경운동뿐만 아니라 통일운동에도 관여하고 있다.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인천지역본부 상임대표도 맡고 있다.

6·15 통일대축전 4돌 기념행사를 열었던 인천에서 공동선언 6돌을 맞아 이를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자는 것이다.

냉정의 피해가 가장 컸던 인천에서 이를 해체하는데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달 말이면 홍 상임대표는 의대교수를 정년퇴직한다.

서울대학교에서 18년, 인하대에서 19년, 교직생활만 총 37년 했다.

홍 교수는 “이제 편하지요”라며 소회를 밝혔다.

퇴직이 계양산 골프장 저지에 더 매진하라는 하늘의 뜻이 아니겠느냐며 조용히 웃는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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