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인천보훈지청에 정종기(59) 신임 지청장이 부임했다. 내년 6월 정년을 앞두고 있지만 마음 만큼은 그야말로 ‘신임’ 못지않다.

인천보훈지청의 수장으로서 인천을 둘러본 지 3주째 접어드는 그는 직원들에게 일방향적 서비스가 아닌 현장 중심의 감동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37년을 공직에 몸담으며 깨달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가 위로와 격려의 중요성이기 때문이다.

정 지청장은 “인천은 발전하는 도시답게 유입인구가 많고, 그 만큼 지원을 필요로 하는 보훈가족도 많다”며 “이들에 대한 직접적 예산 지원도 중요하지만 한번이라도 더 얼굴을 맞대고 어려움을 헤아려주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도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보훈 사각지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게 지청장의 소임이라는 생각이다.

또 하나 정 지청장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 내년 열릴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행사다. 대도시임에도 전쟁의 상흔이 많이 남아있는 인천,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확고히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60주년 기념 행사는 잘 치러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의 정신이 새로운 세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것. 특히 정 지청장은 기념 행사 외에도 시민들이 즐겨찾는 현충시설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려는 계획이다.

그는 “인천은 대도시 치고 현충시설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몇 몇 사람에 의해 세워놓기만 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시설이 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현충시설이 인천이 갖고 있는 역사적 상징성을 시민들이 깨닫을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꾸며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3·1만세 운동 기념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체험하며 느끼면서 기념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 지청장은 또 보훈가족을 위한 지원 확대를 위해 보훈병원은 꼭 유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천보훈병원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유치가 보류되고 있다.

그는 “보훈병원은 규모를 줄여서라도 유치하는 것이 옳다”며 “국가유공자들은 위탁병원을 통해서라도 진료를 받겠지만 미망인과 유족들은 서울까지 가야 한다”며 유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한 시설에 경제적 타당성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