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교내 건물의 기와에 용문을 썼더군요. 지방의 향교 막새(처마 끝에 놓는 보통의 암키와나 수키와)에 용문양을 쓴 것은 매우 특이합니다. 대성전(공자를 위시한 중국의 성현들을 배향한 곳)의 벽을 이중벽으로 해놓은 것도 독특합니다. 이중벽은 보통 온돌이 있는 건물에 설치되는데 대성전이 그렇게 되어있더군요. 향교를 둘러볼 때 이런 점을 눈여겨 보시면 문화재를 보는 새로운 눈을 기르실 수 있을 겁니다.”

인천의 문화재수리전문업체인 정일종합건설의 김재춘 소장(43). 그는 지난 5개월여간 부평향교(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보수공사를 현장지휘한 문화재수리기술자다.

지은지 오래돼 낡고 빛바랜 부평향교 건물들을 일부 해체보수 혹은 단청작업을 해 완전히 새로운 건물로 재탄생시킨 실무자다.

“문화재 보수는 옛 방식 그대로 하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운 점은 있지요. 부평향교도 흙에 짚을 섞어 동그랗게 뭉친 뒤 지붕 위로 던져 기와를 놓는다거나, 흙벽에 석회를 반죽해 바르고, 태백산맥에서 채취한 육송으로 기둥을 세웠어요. 목수 8명, 기와공 7명 등 각 분야에 투입된 연인원이 200여명이예요. 모두 문화재청에 등록된 문화재수리 기능공들이죠. 요즘은 흙 일을 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 문화재 수리때 어려움이 큽니다.”

부평향교는 조선시대에 부평 지역의 교육을 담당했던 관립학교(건물 6개동). 향교가 처음 설치된 때는 고려 인종 5년(1127)으로, 조선 시대까지 이어지다가 인조 14년(1636) 병자호란으로 건물이 소실돼 재건했다. 현재의 건물은 18세기 이후에 세워진 것이다.

한국 향교의 전형적인 전당후묘(前堂後廟)의 방식을 취해, 명륜당(학생들을 상대로 강학이 이루어지던 곳)·재실(齎室, 유학생들이 기숙하던 곳) 등 교육 시설은 앞에 놓고 그 뒤에 대성전(大成殿)과 동·서무의 문묘(門廟) 시설을 배치했다.

명륜당에 전교실(典校室)과 강당이 있고, 안뜰 동쪽에 재실과 내빈실(內賓室)이 있으며, 삼문(三門)을 지나면 동·서무가 있고 그보다 한층 올라간 중앙에 대성전이 있다.

김 소장은 대성전의 지붕과 창호·단청 보수를 비롯해 외삼문과 내삼문의 기둥과 지붕·단청 보수, 동재의 창호 교체, 서재의 벽체 보수, 명륜당 단청 보수 등의 작업을 했다.

현대식 건물과 다른 만큼 그는 일의 순서나, 작업방식 등을 일일이 점검하며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83년 실측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면서 문화재수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95년 면허를 따고 본격적으로 문화재수리에 나섰죠. 옛 문헌이나 복원서 등을 참고하며 계속 공부하고 현장실무경험을 쌓아야 제대로 된 수리기술자가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도 저는 공부중입니다. 하하.”

문화재 수리를 위해 서울(경복궁의 수정전·태원전 복원공사) 등 전국 각지를 누빈다는 김 소장은 현재 강화 정족산사고 앞의 취향당 보수, 고인돌 복원공사, 중구 내동 성공회성당 보수공사도 현장지휘하고 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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