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시작된 곳, 인천월드컵경기장. 한국축구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16강 진입으로 환호하던 바로 그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월드컵의 성지가 아닐 수 없다. ‘한국최초, 최고’의 보유 도시 인천은 그 명성에 걸맞게 한국축구의 역사적 사건을 그 계보에 추가시켰다. 인천 남구 경원로 201번지. 문학산 기슭에 자리 잡은 이 경기장은 2002년의 영광을 넘어 2014년 아시안게임의 중심시설로서 또 한 번의 영광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하1층, 지상5층의 규모에 총 4만9천10명을 수용하는 인천월드컵경기장은 축구장과 육상경기트랙이 공존하는 종합경기장으로서 사업기간만 장장 8년(1994년 7월~2002년 12월)이 걸렸다. 설계자는 장석웅(아도무건축 대표)씨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제7화, 제8화 참조)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경기장의 남쪽으로는 제2경인고속도로가 지나가며 대지의 경계를 긋고 있고, 주진입로인 동문과 부진입로인 북문 두 곳으로 진출입이 가능한데 경기장의 입지 면에선 전체 단지가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짧은 특성과 엉성하게 짜인 인접도로망의 체계로 인해 경기장을 향한 접근성과 시선처리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2002년 당시 서울상암동월드컵경기장과 제주도서귀포월드컵경기장과 함께 불꽃 튀는 건축조형미를 견주었을 만큼 인천월드컵경기장의 조형성도 빼어나다. 이 세 곳의 경기장은 각각 독특한 방식의 막구조를 채택한 지붕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는데 인천의 경우는 24개의 기둥을 이용한 케이블 구조물로서 관람석의 98%를 덮는 거대한 지붕구조물로 완성되었다.

그중 RCS가 설계한 상암동월드컵경기장이 소반과 방패연을 형상화한 것이라면 인천월드컵경기장은 바다를 항해하는 범선의 돛과 돛대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두 경기장의 비교를 통해서 느껴지는 것은 전자가 하이테크놀로지 건축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면 후자는 하이테크와 로우테크놀로지가 공존하는 방식의 형식미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인천월드컵경기장은 경기장지붕의 최첨단공법에서 뿐 아니라 노출콘크리트의 구조미가 전달하는 건물 본체의 강렬한 이미지가 특색이라 할 수 있다. 건물의 본체를 이루는 노출콘크리트 구조미가 원시성에 근간을 두고 있는 반면 본체와 확연히 구분되는 막구조물의 지붕은 공법과 재료의 첨단성을 극한 대비로 형상화함으로써 경기장은 이 두 개의 상이한 요소의 대립과 경이로운 조화로부터 고대도시 인천의 역사성과 미래도시를 향한 열망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할 것이다.

특히 경기장 건물본체에서 일정 높이 이상으로 이격된 막구조물의 지붕은 경기장 내외부에서 안과 밖을 향한 시선의 처리를 자유롭게 해줌으로써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텅 빈 충만의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는데-특히 경기장의 남북축을 잇는 스탠드 단부의 공허부가 그러한데-이는 이 경기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 2014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전용문제로 인천월드컵경기장이 부각되면서 관람석의 증설을 위한 경기장의 리모델링 견해가 압박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원형을 잘 보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역사적인 건물일지라도 한 번의 이벤트성 행사에 건물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경험한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 경기장이 인천시의 문화적 자산이자 한국현대건축의 중요한 유산으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무릇 이 정도의 대형 경기장 시설이 겪고 있는 운영관리상의 재정적자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인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 결과 이 경기장도 ‘레저·스포츠·문화생활의 멀티스타디움’을 목표로 경기장 운용의 리뉴얼을 단행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시설 내 공간을 이용한 대형 레스토랑, 찜질방 등의 대중음식점과 휴게시설의 입점과 각종 홍보관, 전시관 등의 배치로 시민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 같은 경기장의 재정적자를 해소시키는 가장 큰 재원은 축구경기 또는 트랙경기를 보기 위하여 또는 사용하기 위하여 본 시설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의 크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시설의 재활용을 높이기 위한 다용도 기능성에 매달리다보면 정작 경기장 본연의 기능회복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여기서의 시설 재활용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경기장 부대시설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주경기장 시설을 공간마케팅의 중심에 놓고 혁신적인 공간 활용의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경기장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 트랙 안의 주인이 운동선수라면 스탠드에는 관객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현대도시의 많은 경기장이 겪고 있는 경영상의 내홍의 실체는 주인부재의 시설만 존재한다는 데에 기인한다. 공간마케팅의 기본은 어떻게 주인을 모시느냐의 문제이며, 주인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게 하느냐의 문제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계속) 건축리포트‘와이드’발행편집인·건축비평가·광운대 겸임교수

등 장 인 물

RCS(실명: 류춘수): 1946년생. 1970년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5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종합건축을 거쳐 김수근의 공간연구소에 입사하여 현재의 이공건축그룹을 설립하기까지 11년간 공간에서 재직하며 대표 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수근을 도와 서울올림픽체조경기장을 설계했고, 이후 말레이시아 사라와크 주경기장,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설계하면서 명실공이 한국을 대표하는 경기장 설계전문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 외 주요작품으로 삼하리주택, 리츠칼튼호텔, 강촌휴게소 등이 있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이며, 이공건축그룹의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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