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부평구 삼산동 435-7번지. 굴포방수로 천변에 십자가의 종탑이 유난스런 교회가 서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진광교회다. 저층의 근생시설 블록의 종교시설 부지에 세워진 교회는 하천을 따라 조성된 조경과 체육시설이 연계된 보행로와 직접 만나는 환상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교회의 남측 하천 건너편으론 고층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교회를 찾았을 때 아침 햇살이 교회의 종탑 상단에서 환하게 부딪는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종소리의 환청. 진광교회는 아침을 여는 교회란 첫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교회는 두 개의 정면성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주진입부인 북측(전)면의 파사드와 하천을 마주하고 있는 종탑부의 남측(후)면의 파사드가 그것이다. 두 개의 파사드 중에서 상대적으로 건물 후면의 종탑을 중심으로 한 계단실의 수직동선을 품은 건물의 조형성이 이 교회의 얼굴로 드러난다. 왜 그랬을까? LCK의 말을 들어보자.

“뒤쪽이 더 정면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북측전면 쪽이 근생시설 블록에서의 접근인 탓에 교회로의 진입구 역할로 한정한 반면 뒤쪽은 하천과 연계된 오픈스페이스를 사이로 고충아파트가 자리잡고 있으므로 교회의 상징성을 표출하여야 할 방향성을 건물의 후면으로 모으게 되었습니다. 자연히 건물이 앉은 좌향도 고려하게 되었던 게지요.”

교회건축의 목표라 할 수 있는 새 신자 전도의 전략적 고민이 설계에 반영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결과다. 또한 대지에 바투 붙어 있는 하천과 보행로, 그리고 일정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대단위 아파트단지로부터의 시각적 간섭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교회의 상징성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는 것은 대지상황을 정확히 읽은 건축가의 탁월한 능력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교회는 대예배실의 매스와 교육관의 매스로 구분되어 있다. 다시 두 개의 매스는 3개의 수직동선 체계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중정을 공유하게 된다. 중정은 하늘이 열린 도시 가로적 성격을 간직하게끔 설계되었다. 그것은 교회 내 마당이자, 근생시설 블록과 자연하천을 직접적으로 이어주는 시각적, 편의적 통로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대예배실 1층의 홀과 교육관 1층의 식당은 투명 유리로 마감함으로써 이 작은 중정의 공간적 깊이를 더해주는 효과가 크다. 교회에 적극적으로 반영된 도시가로적 중정의 출현은 예사로운 접근법이 아니다. 건물 내 길의 조직은 LCK의 교회건축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요한 건축언어다.

“대지의 전후면에 두 개의 길이 놓여져 있습니다. 더욱이 후면도로는 자연공간을 만끽할 수 있는 보행로입니다. 대지를 가로질러 두 개의 길을 연결시키겠다는 의지는 오히려 자연스런 결과이지요. 그로써 교회의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자와 비신자가 하나님의 몸 안에서 소통하는 구조 말이지요.”

이 건물은 두 개의 매스를 연결하는 브릿지와 북측면의 외부돌출계단 및 종탑부의 내부 주계단 등이 교회를 상징하는 언어로 채택되고 있다. 대형 계단보다는 폭이 넓지 않은 계단으로 신자들의 동선을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특성상 특정 요일과 시간대의 이용이 집중됩니다. 이용이 집중하는 공간의 편중은 동선의 혼잡을 야기하게 되지요. 그걸 해결하는 방안으로 대예배실을 중심으로 한 홀 공간에 인접하여 수직동선을 분산 배치하였습니다. 주계단과 외부계단을 적절히 활용한 게지요.”

LCK는 통상의 교회건축에서 야기되는 대예배실 중심의 동선의 집중을 이 교회의 고유한 프로그램으로 반전시켰음을 넌지시 소개했다. 분산되는 동선은 자연스럽게 중정의 풍경을 활성화하고, 더불어 교회의 고유한 풍경이 되면서 교회 바깥의 시선을 교회로 모으는 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대예배실은 그의 여타 교회건축에서도 드러나듯 빛의 제한적 수용과 벽을 통한 경건함의 공간적 장치를 중용하고 있다. 한편 실내 전체의 분위기는 LCK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엄숙하기보다 대중친화적이다. 오늘날의 교회가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수용하는 기능복합체의 성격을 짙게 가지고 있듯이 이 교회도 다르지 않게 표출되고 있음이다.

LCK는 자신이 설계한 교회건축의 주요외장재로 노출콘크리트를 자주 채택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내가 교회건축에서 노출콘크리트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공사비 절감요인 때문입니다. 그 자체로 마감재의 역할을 하므로 경제적이라는 이유를 들 수 있지요. 또한 노출콘크리트 건물은 여전히 특색 있고, 눈에 잘 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겉으로 표출되는 이미지가 강한 까닭에 교회 측에서도 선호한다고 생각하지요.”

건축가에게 재료의 선택은 단지 비용 절감 차원의 문제 이상이다. 특히 건물의 외관을 좌우하는 주요 외장재는 수많은 입면의 스케치를 통해 적절한 사용 부위를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건축가는 불필요한 선과 면들을 수시로 지워낸다. 자신의 건축개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의 순간에 가장 힘들게 결정하는 것이 건물의 외곽선이며 그 중심에 재료적 특질이 함께 한다.

건축가는 이렇듯 행복한 고민을 쏟아내어 건물을 완성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의 공간작법이 도전에 직면하기 일쑤다. 진광교회의 경우에서도 예의 중정은 하늘을 가린 불투명 지붕판으로 가설해놓음으로써 건축가의 생각이 많이 훼손되었다. 달리 생각해보면 실내화 된 외부공간을 탐하는 대중심리가 작동한 사례다. 불편을 참지 못하는 사용자의 변주가 건물의 멋과 맛을 흐리고 있다.(계속) 건축리포트‘와이드’발행편집인·건축비평가·광운대 겸임교수

등 장 인 물

LCK(실명_이충기)

1960년생, 성균관대 건축공학과와 연세대 대학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한메건축을 운영하면서 가나안교회(2001,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인삼랜드휴게소(2001,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옥계휴게소(2005,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동다주택 등의 대표작을 설계했다.

문화관광부와 함께 마을가꾸기사업, 공공디자인 및 건축기본법 및 건축사법, 건축사등록원 등의 법·제도 관련한 사회·공공분야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건축계의 일꾼으로 통한다. 현재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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