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人터뷰’가 지향하는 본질은 인천이야기다.

인천에서 살았거나 현재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진솔한 얘기다.

인터뷰 대상은 지역사회에서 수년간 활동해 온 정계, 재계, 문화, 체육, 교육계 인사를 비롯, 시민사회단체, 오피니언 그룹 등 각계 전문가들을 다양하게 선정, 기존의 인터뷰 형식에서 탈피해 기사화할 예정이다. 대상의 인물됨을 다양한 시각에서 알아보는 것은 물론 그와 얽혀있는 갖가지 사연과 비화, 지역의 여러 문제들의 해법을 짚는데 목적이 있다.

평소 언론에서 지면에 다루지 못했던 얘기와 반드시 물어볼 것은 물어본다는 것이다.

인터뷰도 장소와 시간대 등 주변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형태로 진행되며, 부장급 기자와 젊은 기자가 공동으로 인터뷰를 통해 격주로 게재된다.

인천인터뷰의 첫번째 손님으로 누구를 정할 것인가를 놓고 여러번 회의를 거치던 중 박호군 전 인천대총장이 물망에 올랐다. 인천대 송도이전에 따른 도화지구 개발사업이 지난 한해 큰 난항을 겪으며 인천대 문제가 이슈가 됐던 탓도 있고 인천대 국립화, 법인화 등 굵직한 사업들을 실행에 옮긴 장본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총장재임 시절 인천대 내부의 문제 등도 들을 수 있다는 기대와 선거때만 되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박호군 전 총장의 허심탄회한 면도 엿보고 싶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해 12월29일, 박호군 전 인천대총장을 송도갯벌타워 2층 VIP룸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박 전 총장은 깔끔한 정장차림에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인천人터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이젠 인천대 전 총장 박호군이 아닌, 인천녹색포럼 회장 박호군

“인천人터뷰 첫번째 손님이라고 하니, 영광입니다. 허허허”

박 전 총장은 아무런 직함이 적혀있지 않은 명함을 내밀었다. “인천녹색성장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란 말과 함께.

인천人터뷰 - 인천녹색성장포럼은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박호군 - 경제성장을 외치면서 환경을 보호하자면 그것이 상반된 느낌일텐데, 기후변화가 생기고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것들이 모두 경제성장과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것이지요. 환경과 경제의 동반성장을 기본개념으로 하면서 그런 것들을 논의하고 연구하는 모임으로 보면 됩니다.

인천人터뷰 - 단순 토론 이상의 성과물이 나와야 할텐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지.

박호군 - 국가적으로도 처음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인천의 경우는 경제자유구역이 생기고 해양산업도시이므로 이 지역을 어떻게 경제성장을 시킬 것이냐 논의가 돼야 합니다. 단순한 세미나와 토론만 하고 말면 국민의 세금을 헛되게 쓰는 것인 만큼 환경개선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연구해 제시해야 합니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등 시와 정부와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방향타를 제시할 수 있을 겁니다.

# 인천대 총장시절 이야기

인천人터뷰 - 인천대 국립화와 법인화 대해 한 말씀 해 주시죠.

박호군 - 인천시민들이 교육세로 내는 금액이 연 1천억 원이 넘는데 국립대가 없다는 것은 문제지요. 당시 인천대 국립화를 위한 시민서명에 단 보름동안 130만명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국회의원들 만나고 교육부장관 만나서 설득하고. 1년반만에 국립화 협약을 맺었지요.

인천人터뷰 - 당시 국립화와 법인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박호군 - (웃으며) 당시엔 일부 있었죠. 일부 교수들 중심으로…. 아마 신분상의 불안감도 있었을 겁니다. 연구에 대한 강화, 그런 것에 대한 압박감이 있는 겁니다. 사실 법안에 신분보장이 돼있었기 때문에 신분상의 문제보다는 연구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겁니다.

법인화 문제도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했습니다. 교수회의도 여러번 열고 공청회도 하고 법인화 추진단 꾸며 일본 국립대들을 보러갔었어요. 법인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안됩니다. 성장을 위해 교수들은 좀 더 자기개발과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인천대도 좀더 좋은 대학, 높은 대학을 가기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립대 법인화 해야합니다. 이것은 후임총장의 역량일 겁니다. 2005년 초 당시에 김진표 교육부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할때 국립대 50개를 35개로 줄이겠다고 축소발표를 했는데 전 오히려 국립대 법인화를 해야할 시기라고 본 겁니다.

인천人터뷰-인천대 송도이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호군 -안타깝습니다.떠난 사람이 뭐라고 말할 수 도 없구요. 4년간 함께 일했던 분들의 역량이라면 내가 떠나도 충분히 나머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구요. 인천대 송도이전사업 당시 건설본부장이 현장에다가 사무실을 차려 놓고 출퇴근 했을 정도로 열심히 했지요. 그런데 내가 그만둔 이후 건설본부장을 교체하더라구요. 일을 전혀 모르는 새로운 사람이 현장 파악을 하는데 6개월 정도는 걸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업은 추진력있게 하면 되고 돈은 구하면 되는 것이지만 조직의 고착화는 바꾸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인천대 발전을 막는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인천人터뷰 - 구성원들의 자리보전 욕심을 말하는 겁니까.

박호군 - (약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그럴수도 있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인천대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연구하고 자기개발하고, 인천대를 격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인천人터뷰 - 그동안 인천대가 인하대와 견줄만큼 좋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까.

박호군 - 제가 있는 동안 수능 커트라인이 평균 50점 가량 올랐습니다. 제가 2004년에 취임했는데 그해 입시에 수시모집 경쟁률이 1.14:1에 불과했지요. 그런대 국립대 전환 이야기가 나오고 송도이전사업이 공표된 이후, 2005년에는 8.44:1로 올라갔습니다. 2006년에는 10.6:1, 2007년에는 17.2:1, 2008년에는 20:1로 올랐지요. 인문사회경제 쪽은 인하대를 앞질렀습니다.

인천人터뷰 - 2008년 7월 퇴임 당시 연임설이 무성했는데.

박호군 - 처음 올때부터 두 번 한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아니라면 제가 각종 대형사업들을 그렇게 급진적으로 하지 않았죠. 천천히 8년 잡아놓고 하면 되지 않겠어요.

그런 욕심은 없었고 아쉽다고 생각될때 그만뒀습니다. 주변에선 5월달까지는 재출마를 예상했겠지만 그 전에 안한다는 얘기를 안한 것은 레임덕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인천人터뷰 -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부반발이 잦았다는 느낌이 있는데.

박호군 - 내부반발이요. (잠시 생각하다가) 민주주의에서 100% 찬성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왜 그런 사업들을 추진했는지 주변사람들이 잘 압니다. 내부갈등이라고 해봐야 자잘한 문제들이 많았어요. 교수들간의 연구실 크기에 따른 자존심 싸움이라던가….(손을 내저으며) 현재 구성원들 생각해서 이 얘기는 이쯤 하지요.(웃음)

인천人터뷰 - 지역대학 교수들이 지역문제에 등한시하며 싱크탱크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박호군 - 사실 외국의 경우에도 도시가 발전할때는 지역대학의 역할이 큽니다. 인천의 경우는 대학이 지역에 도움을 주는 것이 없습니다. 왜 인천대에 예산, 세금을 줘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여론이 많았죠. 그래서 인천과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 중국학을 특성화시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중국 전문가와 물류통상전문가를 양성하는게 인천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근대화 발상지인 만큼 인천학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것이 인천대 특성화의 기본 골격이었습니다.

인천人터뷰 - 선출직에 대한 관심은 없으십니까. 선거 때마다 하마평이 나오곤 하는데.

박호군 - (크게 웃으며) 언젠가 그 질문이 나오지 않나 했는데 결국 그 질문을 하시네. 전 항상 노코멘트입니다만 사실 그동안에 장관 그만둔 후에도 총선(2번)과 지방선거(1번)때 제의를 받긴 받았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인천의 교육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인천대를 서울대와 견주어 보고 싶었죠. 제의해준 것 정말 고맙지만 다 사양했습니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도 고민할 겁니다. 사립대에서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어보고 싶은 꿈도, 정치인으로서의 꿈도 있어요. 신중히 고려하고 있습니다.대담=양순열 사회부장 정리=김요한기자 yohan@i-today.co.kr

■ 인터뷰 후기

박호군 전 인천대총장과의 인천人터뷰는 다행히도 뒷맛은 남지 않았다. 박 전 총장이 소탈한 모습을 보이며 대부분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준 덕분이다.

인터뷰 내내 박 전 총장은 인천의 발전과 미래, 인천대 총장시절 추진 사업과 현재 맡고 있는 인천녹색성장포럼에 대한 이야기를 혼합해서 답변했다. 자신이 맡고 있거나 맡았던 일들이 하나의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인터뷰 본문에 싣지 못한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인천사람들은 돈을 벌면 모두 서울로 올라간다”는 발언이었다.

인천人터뷰 - 인천에서 돈을 벌면 서울로 간다는 것은 교육 등 인천에 정착할 희망의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 아닌지.

박호군 - 우리 인천에 있는 분들은 못느낄지 모르겠지만 인천은 국제공항, 항만, 바다와 섬 등 모든 인프라를 다 가지고 있어 수도권의 잘사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특목고등 돈 있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어차피 그들이 사회여론주도층이니까, 분당처럼 도로 하나 뚫어야겠다하면 뚫리는 것처럼 말이죠. 인천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이런 것 해결하면 인천은 지상낙원입니다. 요트하기도 좋구요.

인천人터뷰 - 자녀분들은.

박호군 - 아들만 둘 있는데 큰애는 토목환경공학 박사과정 유학 중이고 둘째는 산업공학을 전공해 국내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다행스러운게 아버지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출신에다 과기부장관까지 했는데 법대 같은 곳 가면 욕먹을 뻔 했지요.(웃음)

(박 전 총장은 과학기술부장관 당시 이공계열에 대한 비하발언을 했다는 언론보도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인천人터뷰가 그 사건을 질문하자 당시 모 신문기자가 오보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천人터뷰 - 마지막으로 인천에 대해 정의를 내려주신다면.

박호군 - 인천은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네요.

박 전 총장은 인터뷰가 끝난 뒤 손수 몰고 온 자가용을 타고 갔다. 수행하는 사람도 없느냐는 질문에 “내가 뭐, 현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 몰고 다닙니다”라고 답변했다. 송도국제도시 갯벌타워에 서 가진 1시간30여분간의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김요한기자 yohan@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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