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많은 여름철을 이용하여 마약의 밀반입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경찰청의 발표에 의하면 올 상반기 마약류 사범 단속에서 공급책 555명과 사용자 1천723명을 검거했으며 그중 1천49명을 구속했다고 한다.

이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늘었고 구속자 수도 4.3% 증가한 수치이다.

인천경찰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해 상반기 4명을 구속한데 비해 올해는 무려 4배가 되는 16명을 구속했다고 한다.

지난 7월 26일, 인천시약사회는 경인식품의약품안전청(이계웅 청장), 인천마약퇴치본부(장정일 본부장)와 함께 신세계백화점 주변에서 시민을 상대로 불법 마약류 퇴치 및 약물 오. 남용 캠페인을 벌였다.

이 행사를 치를 때마다 안타깝게 느끼는 일이지만 시민들은 우리가 전해준 홍보물과 전단을 별 의미 없이 주머니에 구겨 넣거나 ‘내가 마약사범이냐?’는 표정으로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약을 멀리하는 분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마약류와 약물의 위험성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 아이만은 예외일 줄 알았는데 본드 흡입과 흡연으로 학업 성적이 떨어지고 건강도 악화되었다며 하소연하는 학부모가 있다.

약물 과다복용 후 환각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아들을 면회하며 절규하는 노부모의 모습을 본적도 있다.

마약퇴치 캠페인의 일환으로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가 주최한 글짓기에 응모한 미결수들의 생활수기를 심사할 때마다 일반인과 마약 범법자와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란 생각이 든다.

몸이 늘 피곤한데다가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받아 오던 젊은 직장인이 어느 날 친구가 권한 마약을 호기심으로 받아들인 후 ‘마약 중독자’의 낙인이 찍힌 경우도 있었다.

단 한 번의 유혹에서 헤어났어야 했건만 그는 날이 갈수록 진흙의 늪 속으로 깊이 빠져 들었다.

처음엔 싼 값으로 마약을 공급하던 친구는 중독 증상이 심해질수록 값을 올려 결국엔 빚에 몰린 파산자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구치소에서 영어의 몸이 된 채 보고 싶은 아내와 어린 자식을 그리며 회한의 눈물로 가득 찬 글을 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요즘은 마약을 직접 투약하지 않고도 마약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해외에서 3억 원 상당의 필로폰 100그람을 바지 10벌에 나눠 숨긴 후 택배회사를 통해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기사가 보도되었다.

택배회사 직원은 마약이 숨겨진 줄도 모른 채 옷 짐을 공항으로 운반한 후 한국 여행객에게 5만원을 주며 인천공항까지 들어다 줄 것을 부탁했다.

마약의 ‘마’자도 모르던 택배회사 직원과 선량한 여행객은 한 순간에 마약 밀반입의 공범이 되어 지울 수 없는 전과자가 되고만 것이다.

올 상반기 세관에 적발된 마약은 2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5%가 증가한 수치이며 그중 특급 탁송화물을 이용한 밀수가 17건에 이른다고 한다.

인천공항세관은 8월이 마약류 특별단속 기간임을 밝히며 해외 공항에서 낯모르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짐을 운반해 달라는 요구에 절대로 응하지 말고 신고해 줄 것을 해외 여행객들에게 당부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자신의 보따리가 여럿이어서 운반하기 힘드니 거둬 달라거나,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다보니 통관 한도량을 초과했다며 한 두 개만 들어달라는 부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는 인정에 약해서 혹은 용돈의 유혹을 저버리지 못해서 거절할 수 없었다지만 이제부터는 절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설마 저 짐 안에 마약이 들어 있을까 하는 방심이 마약 밀반입의 공모자로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마약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생활 주변으로 다가 오고 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