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에 이어 내년이면 승기천과 공촌천도 자연형 하천으로 거듭난다. 일각에선 부실이나 날림공사라는 비난을 제기하고 있지만 우선 이 사업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 같다.

수백억원을 퍼붓는다고 해서 생태계가 하루아침에 복원되기를 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같은 격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과제는 시민들이 동참하고 풀어가야 한다.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엔 주민들의 자발적 모임인 네트워크가 있다. 이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인천의 하천은 지역의 큰 자산으로 거듭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보는 지난 10∼13일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과 각 하천별 네트워크 관계자와 함께 일본의 큐슈 지역을 방문했다. 지난 주 하천관리사업소를 필두로 한 일본의 하천관리 정책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엔 네트워크 차원의 하천문화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큐슈의 사례를 찾아본다.

연수회, 콘서트, 견학, 지역교류, 생물조사, 하천청소, 신문지재활용, 강습회…

후쿠오카현 노가타시(直方市)에 있는 ‘온가가와(遠賀川)수변관’의 12월 일정은 빼곡하게 차 있다. 온가가와하천사무소 바로 옆에 자리한 수변관은 하천과 관련한 주민참여 공간이다. 약 1천㎡ 면적에 2층 규모의 수변관은 온가가와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바람의 공간’이란 이름이 붙은 수변관의 1층엔 하천에 관련된 수십여권의 도서는 물론 사진과 옛지도 등 전문자료와 학생들의 하천 그림이 전시돼 있다. 또한 온가가와 유역의 식물과 어류 등을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건물 2층 ‘빛의 공간’엔 100명이 모일 수 있는 ‘송사리 홀’이란 교육장소가 있는데 이곳에선 각종 하천 관련 학생교육은 물론 주민들의 세미나 공간으로 활용된다. 지난 해 이곳에선 아시아태평양물포럼이 진행되기도 한 곳이다. 개관 3년 만에 방문자수만 1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후쿠오카현 구루메시(久留米市)에 있는 ‘쿠루메우스’. 이곳은 치쿠고가와와 관련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고, 교육.전시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곳은 ‘치쿠고가와(筑後川)유역제휴클럽’에서 위탁관리를 하고 있다.)

수변관을 근거지로 다양한 야외활동을 기획한다. ‘하천을 달리보시지 않겠습니까’라는 제목으로 5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일요일 일종의 체험학습이 진행되고, 매월 하천 유역을 자연과 역사적 관점에서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강 유역에서 낙시나 카누 등 레저에서부터 수생식물조사, 유속 조사, 수질 조사 등 다양한 참여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수변관은 주민들의 제안에 따라 정부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NPO법인에서 위탁 관리를 하고 있고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수변관의 코보리 스스무(小堀 進) 사무국장은 “자료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물에 대한 학습장으로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한 달에 약 60만엔 정도 지원받아 이벤트와 건물 전기료 등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온가가와에 수변관이 있다면 후쿠오카현 구루메시(久留米市)에는 ‘쿠루메우스’가 있다. 치쿠고가와는 길이 143㎞로 전국에서 22번째 긴 강이면서 4개 현에 걸쳐 흐르는 등 큐슈에선 가장 큰 강이다. 강줄기는 국토교통성이, 강 지류는 현 등 지자체에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쿠루메우스는 ‘치쿠고가와(筑後川)유역제휴클럽’이 관리하고 있는데 이곳 역시 치쿠고가와와 관련한 자료를 집대성하는 등 ‘박물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5∼2006년 치쿠고가와의 상류, 중류, 하류 등의 옛 사진을 대대적으로 모았고, 기존 자료를 함께 엮어 유역 각지에서 ‘그리운 사진전’을 개최했고, 화보집을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클럽은 치쿠고가와 유역의 NPO와 시민들을 묶는 네트워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규모가 크다보니 상류에서 하류까지 정보를 모아 연 6회 신문을 발행하고 있고, 관광 개발을 목적으로 한 투어를 주최하기도 한다.

“하천 관리는 나라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에게 하천을 알리고 의식을 높일 수 있을 때 유지·관리 예산도 경감할 수 있습니다.”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루메대학 경제학부 다타이 타다시(馱田 井正)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또한 각종 주민간담회에도 생물, 복지 관련 전문가들도 참여시키는 한편 클럽이 학습이나 교육장으로서 역할도 띌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NPO와 구루메대학과 연계해 하천과 관련한 강좌를 운영하고 자격증을 수여받은 이들은 주민과 학생들의 현장학습 안내자 역할을 맡게 된다. NPO와 지역대학, 시민들의 네트워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기가 바로 이 같은 클럽인 셈이다.

클럽은 치쿠고가와를 인연으로 ‘100만명의 강을 지키는 사람들’을 목표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하천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모으고 복원해 하천을 통한 주민교류의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역시 시라가와(白川)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 구마모토시(熊本市)에 있는 ‘시라가와(白川)와쿠와쿠랜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와쿠와쿠는 ‘설렘’을 뜻한다.) 2000년에 문을 연 이곳은 학습, 교류, 정보발생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23개 단체에서 약 200여 명이 활동하는 시라가와 유역 네트워크의 거점이 되는 곳이다.

방재는 물론 물환경, 역사, 문화 등 각종 학습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원류에서부터 하류까지 하천의 모양을 미니어처 형식으로 만들어 소개했고, 학생들이 그림이나 사진, 돌이나 나무로 만든 하천 관련 조형물 등도 다수 전시해 놓았다. 50대 후반의 평범한 아주머니가 이곳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등 하천전문가가 됐다.

인천의 하천 관련 전문가들은 이같은 큐슈 지역의 수변관 등 네트워크나 주민들의 참여공간이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하천에 날개를 달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천과 관련한 자료라면 뭐든지 모아서 주민들과 공유하는 일에 최우선적 가치를 두고 있는 것에서부터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데도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을 시작으로 하천마스터플랜을 세운 인천시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 사업이 지역의 또 다른 문화를 창출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일본 큐슈=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온가가와 중심 80개 네트워크 활동”

온가가와 주민모임 쿠보야마 이사장

‘조금 더 알고싶은 온가가와(遠賀川)’ NPO법인인 ‘온가가와 유역 주민모임’이 지난 2006년 기획해 만든 책이다.

학생들 교육자료로 쓸 교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주민모임측은 이 하천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을 3년간의 준비끝에 낸 것이다. 보조금 200만엔을 포함해 총 400만엔이 이 책을 만드는 데 소요됐다. 250여권은 각급 학교에 무상으로 전했고, 나머지는 판매되고 있다.

주민모임의 쿠보야마 구니히코(窪山 邦彦) 이사장은 온가가와를 중심으로 약 80개의 네트워크가 있다고 소개했다. 주민모임은 이 네트워크 대표자들이 모여 만들었다. 하천의 상류∼중류∼하류의 소식과 정보를 한 데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는 이 모임의 꿈이 ‘온가가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실현하는 것은 행정의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의 다양한 참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우선 네트워크의 정보를 모으는 데 힘을 기울였다. 1년에 네 차례 신문을 발행했다. 약 8천부를 인쇄해 각 학교의 도서관 등에 전달했다. 온가가와의 원류쪽 마을은 청년들이 도시로 빠져나가 노인들이 많은 탓에 관리의 사각지대였다. 원류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모임회가 준비했다. 특히 매년 9월엔 주민교류회를 대대적으로 열어 주민들의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쿠보야마 이사장의 또 다른 꿈은 이 강에 연어가 다시 부활하는 것. 하천사무소와 협의를 하고 비용을 지원받았다. 니가타현(新潟縣)으로부터 연어알을 조달받아 온가가와에서 방류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 연어 5마리가 발견되는 등 성과가 보였다.

지난 13일엔 연어알 4만개를 조달했다. 약 5㎝까지 키우는 비용만 10만엔 정도 드는데 이 돈은 모임회에서 충당한다. 내년 3월 연어를 방류하는 행사가 예정됐다.

이밖에 모임회는 프리마켓을 주최하는 한편 각종 환경시민회의와 환경 관련 NPO에 참여하거나 인재 등을 파견하고 있다.

이 모임회는 당초 온가가와의 청류(淸流)를 되살린다는 취지로 지난 1984년 만들어졌다. 당시만 해도 산업폐기물 감시활동, 정화조 유치활동, 폐식용유 회수 등 활동에 벌였는데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넓은 의미의 환경문제에 관심이 확대됐다.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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