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일꾼들을 따라 산에 나무를 하러 나갔다가 수류탄을 주워 온 적이 있었다.

뇌관과 화약이 제거된 것이라기에 안심하고 장난감 삼아 놀고 있는데 그 모습을 발견한 할머니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손 사례를 치며 대성통곡을 하셨다.

당시엔 영문도 모른 채 가족들에게 수류탄을 압수당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6.25전쟁 중에 아드님 둘을 모두 잃으신 할머니의 심정을 이해할 만도 하다.

요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을 두고 세간에서는 그들의 정치적 꼼수와 향후 정세 판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전쟁의 실상을 겪은 보수 세대는 ‘살상무기의 참혹함을 잘 알기에 반대한다’는 주장이고, 진보파 측은 ‘북한이 제작한 미사일과 핵무기가 통일 후엔 한국의 재산이 될텐데 왜 반대하느냐’는 낙관론이다.

분단 조국의 통일 방법이 독일처럼 경제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의 북한 흡수 통일이냐, 아니면 엄청난 살상 무기를 보유한 북한에게 무력 점령을 당하느냐를 염두에조차 두지 않은 철부지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쌀과 비료를 그렇게 퍼주었는데도 설마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우리에게 미사일을 쏘겠냐고 반문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우리는 종전이 아닌 휴전 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을 개발한다면 그 위험은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지금도 그 수를 파악할 수 없는 북한의 미사일 탄두는 남한을 향하고 있다.

상황의 착오나 조작의 실수로 발사 스위치를 누른다면 몇 분 후 서울은 손 한번 써볼 겨를도 없이 그들의 말대로 불바다가 될 것이다.

핵의 위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20년 전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인해 당시 핵발전소가 있던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벨로루시에서는 과거보다 30배나 높은 갑상선 암 환자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한 각종 암과 기형아 출산, 농산물과 토양, 물 오염 등 사고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화장장과 장례식장은 물론 심지어 장애인 복지시설이 들어서는 것조차 반대하면서 북한이 살상무기를 개발하고 발사하는 등 위험한 장난에는 무감각하고 관대한 일부 국민들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이것은 정부의 대북 정책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첩보망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감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도 노 대통령은 2004년 11월 로스앤젤레스에서‘핵은 북한의 자위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정부는‘인공위성 발사일지도 모른다’고 감싸기에 바빴다.

북한이 국제 상선 공용주파수를 통해 미사일 탄착지점의 선박 항해를 피하라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설마 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미사일 발사 하루가 지나서야 위험 해역인 러시아 극동항로(캄차카 항로)를 피해 일본 쪽 북태평 항로로 운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결과 북한의 위험한 장난 20분 전에 미사일이 떨어진 동해 상공을 통과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탑승객들은 뒤늦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분개해야 했다.

지난 5월, 몽골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에 더 많이 주겠다고 선언했고, 쌀과 비료를 챙긴 그들은 5.31 지방선거 직전 남북한 철도 개통 약속조차 내팽개치며 배신의 상처를 이 정권에 안겨 주었다.

지난 3일엔, 이틀 후의 미사일 발사 계획을 숨긴 채 남북정상급회담 실무접촉을 7일에 갖자고 우리 측에게 천연덕스럽게 제의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주변국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온갖 역성을 들며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이끌어내려는 정부의 의도를 묵살한 채 ‘군사력 강화를 우선한 선군정책 덕분에 남한이 무사한 줄 알고 쌀과 비료나 더 보내라’며 적반하장식 생떼를 썼다.

우리가 대북지원을 거절하자 그들은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한데 이어 금강산면회소 건설현장 인력까지 모두 철수시키라고 요구했다.

지금까지 실컷 퍼주고도 끌려 다니다 못해 배신까지 당한 정부는 이제라도 대북 지원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한국이 대북 영상 정보의 90% 이상을 미국의 군사위성, 정찰기, 미사일 관측함에 의존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잊지 말고 우리의 안보 자구책에 투자해야 한다.

그 길만이 북한의 위험한 장난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는 첩경임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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