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사회복지협회는 ‘협회’라기보다 그저 ‘모임’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모여 인생을 설계하고 정보를 교류하는데 협회라는 명칭이 따로 필요 없는 까닭이다. 협회가 생겨난지 아직 1년이 채 안된 까닭에 사단법인 등록도 아직 준비 중이고 회원도 몇 명인지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회원 가입 절차나 조건 등에 대한 제한이 없어 친구가 되고자 문을 두드리면 그 순간 회원이 되는 식이다.

인천시민사회복지협회는 자신을 홀로 우뚝서고 싶은 장애인들의 모임이다.

2005년 가을, 농아인들의 모임이 장애인단체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장애인들과 만나면서 지금의 협회가 됐다. 당시 농아인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던 장미진 간사가 각각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던 장애인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들은 법적, 제도적 틀에 묶이지 않는 순수한 모임을 만들고자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2007년 12월에 ‘인천시민사회복지협회’라는 이름이 생겨나게 됐다.

이들이 종교적으로 바탕을 두고 있던 인천주안중앙교회가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교회 한켠에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지어줬다. 단순한 사랑방 수준이 아닌 자활을 위한 작업장, 회의실 등을 갖춰 올해 4월 입주했다. 주말 뿐 아니라 주중 언제라도 이 공간에 모여 장애인 재활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너 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은 어느새 20여 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설립 이념은 간단하다. 장애인들이 언제든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재활의 기회를 찾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배려를 십분 활용해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다.

설립 이념을 널리 알리고 스스로 마음을 다지고자 지난 6월 이들은 일반인도 힘든 국토순례에 나섰다. 지체, 청각, 뇌성마비, 지적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 20명이 모였고 비장애인 10명도 함께 했다. 나들이를 가려해도 장애인보다 이들을 도울 자원봉사자가 많아야 하는게 현실이지만 과감히 인원을 최소화했다. 많은 인원이 움직이려면 그만큼 예산이 더 필요한데다 이번 국토순례의 목적은 장애인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6월 16일 인천을 출발해 평택, 공주, 무주, 남원, 진주, 거제를 거쳐 제주도에 도착, 28일 인천에 도착하는 코스를 짰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하루에 100㎞를 이동해야 했고 전동휠체어가 갈 수 있는 최대한 걸었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은 손이 불편한 장애인의 손이 되었고 눈이 불편한 이의 눈이 돼가며 국토를 순례했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순례를 마치기 위해 숙소는 각 지역 교회를 이용했고 음식은 장을 봐 직접 해 먹었다. 6월 뙤약볕도 이들의 순례를 돕기 위해 비를 뿌려주었다. 결국,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순례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국토순례에 참여했던 지체2급 장애인 전종민(38)씨는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장애인은 한 명도 없었다”며 “국토순례 이후 눈에 띄게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긴 친구들이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국토순례가 정신무장을 위한 행진이었다면 헬스케어와 손글씨 쓰기, 제과제빵, 선물포장 등은 직업재활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위해 실시되는 만큼 장애인 누구나 입회비 1만 원과 재료비만 내면 참여 가능하다. 마사지 등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헬스케어와 제과제빵 기술 습득 과정, 예쁜 소품 제작을 위한 데코파쥬, 선물포장 및 리본제작, 예쁜 손글씨 쓰기 프로그램은 시행한지 얼마 안돼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지만 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은 하루 하루 실력을 닦아가고 있다.

장미진 간사는 “교회를 기반으로 하다보니 각 직업재활 프로그램의 판로는 어느 정도 확보가 된 상태”며 “직업을 찾는다는 것에 앞서 장애인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만들어간다는 데 첫번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민사회복지협회의 또 다른 프로그램은 청각 장애를 가진 부모의 영유아(CODA)를 대상으로 하는 놀이치료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혜택은 장애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장애 부모를 가진 영유아들은 오히려 장애인 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나게 된다. 특히 청각 장애 부모의 아이들은 장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리에 반응하지 못하는 등 후천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CODA 프로그램은 이들을 위한 것으로 사설 기관에서 실시되는 프로그램은 비용이 너무 비싸 일반 장애인들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시민사회복지협회에서 실시하는 CODA 프로그램은 거의 무료로 이뤄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소리에 대한 분별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들이 일주일에 3번 2시간 씩 진행된다. 엄마의 어눌한 목소리에만 반응을 하고 일반인들의 목소리에는 반응조차 하지 못하던 영유아들이 이 훈련을 통해 웃고, 표현해가는 모습을 보면 회원들도 힘이 난단다. 김익순 국장은 “아직 협회가 사단법인 등록이 되지 않아 관련 절차를 밟는 중”이라며 “순수민간 사회복지 단체로 소외된 이웃과 장애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처음의 의도가 퇘색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자신만의 직업 찾는 기회 제공

2008 인천시 장애인 엑스포

인천시민사회복지협회 회원들은 요즘 2008 인천시 장애인 엑스포 준비에 한창이다.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인천주안중앙교회 실내체육관 및 축구장에서 열리는 장애인엑스포는 장애인을 위한 생활 정보 및 직업 개발 체험, 세미나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장애인 엑스포에는 시민사회복지협회가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돼 있다.

헬스케어와 과자 굽기 체험, 예쁜 상자 만들기, 스팀세차 등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기보다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자신만의 분야를 발견하게 하자는데 의의가 있다. 체험을 통해 관심이 있는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앞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선배’ 장애인들이 만든 빵과 과자 등을 맛볼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된다. 도자기 및 제빵, 천연비누, 폴리머크레이, 초콜릿 등을 판매하는 부스다.

이번 엑스포의 백미는 장애인 정보부스다.

장애인을 위한 물건이지만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일반인을 위한 물건이지만 장애인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의료기기나 보조기 등 장애인 용구는 사실상 많이 제작되고 있지만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안다고 해도 너무 비싸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번 엑스포에서 선보일 물건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을 장애인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경우들이다. 가령, 한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한손으로 사과깎는 기계 등이다. 장애인들이 생활 속에서 발견해 낸 이러한 물건들을 이번 엑스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동시에 보험 및 신제품 보장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수급자에 한해 무료로 보장구를 수리해 줄 계획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놀이공간과 체험공간 카페 등 사회성을 늘리기위한 많은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시민사회복지협회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정보를 얻고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