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연경산
임금홍(수필가)

연경산은 우리 아파트에서 5분 거리이다. 바라다보려고만 하면 항상 가시거리에 들어오는 즐겁고 편안한 나의 등산로이다.

연경산 서쪽산은 하얀산, 동쪽은 문학산이 쌍둥이들처럼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사이좋게 펼쳐져 있다.

연경산 남쪽은 청학동이고 북쪽은 학익동이다.

청학(靑鶴)은 산수가 수려하여 푸르른 학의 자태와 같다 하여 청학동이라 하고, 학익(鶴翼)은 학이 양 날개를 펴고 있는 기상이라 하여 학익동이라 불리우고 있다.

우아한 학의 자태를 보여 주는 듯 연경산은 늘 우리들을 포근히 감싸준다. 나는 늘 학의 깃털 속에서 행복한 걸음마를 익힌다.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 하여 많은 주민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다.

인천은 고구려 동명왕의 둘째 아들이시고, 백제의 시조 온조 왕의 형 비류 왕이 고구려에서 남하하여 도읍을 미추홀이라고 정하고 나라를 연 곳이다. 지금도 비류 왕 시절에 팠다는 백제 우물터가 이곳 가까이에 있다.

또한 자랑스러운 것은 임진왜란 때 가는 곳마다 패전을 거듭하여 몹시 전전긍긍할 즈음 인천부사 김민선이 문학산성에서 왜군을 물리치고 승전고를 올린 곳이라 한다.

맥아더장군이 인천항을 교두보 삼아 인천에 상륙함으로써 공산군을 무찌르지 않았던가.

연경산 입구에는 비둘기 무리가 사람들을 즐겁게 맞이한다.

사람들이 지나가도 별 거리낌 없이 방어 태세를 취하지 않는다.

가끔 비둘기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과자나 낱알을 챙겨다 뿌려주면 깃털을 세우고 푸드득거리면서 모여든다.

그들에게 오랫 동안 여건이 좋은 보금자리로 남기 바란다.

나는 시냇물 여울 치는 소리가 좋아서 물줄기를 따라 등산을 한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제법 흥겨운 물보라가 청각을 즐겁게 한다. 연경산은 여기 저기 약수가 샘솟는 곳이 많다.

시원한 물 한바가지 떠서 벌컥벌컥 들이키면 잔등의 땀줄기가 시원하게 식혀진다.

처음에는 거의 혼자서 산책길에 나서고 보니 적적할 때가 많았으나 이제는 친구들이 제법 많이 생겼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애교스런 다람쥐 친구들이 군데군데에서 앙증맞은 자태를 뽐낸다.

꼬마가 수염이 제법 의젓하다.

꼬리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긴 꼬리가 귀엽다.

얼룩 줄 외투가 멋지게 줄무늬를 그린다.

재롱둥이 다람쥐가 심심치 않게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해충의 천적 역할을 하는 노린재도 다양하다. 알락수염노린재, 우리가시허리노린재, 북쪽비단노린재,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가 그것이다. 두꺼비가 짝짓기 구애 작업을 위해 아주 점잖은 저음으로 “음~꾸끄루. 음~꾸끄룩”. 울어댄다.

여기저기에서 울어대는 청아한 새소리들, 뻐꾹새, 노란지빠귀, 쇠딱따구리, 어치, 노란텃멧새, 산비둘기, 까치, 까마귀, 이름모를 새들의 노래소리가 더 아름답고 곱게 울려 퍼진다.

이모든 자연은 변덕스럽지 않고 배반할줄 모르며 거짓을 모르는 진실한 친구들이다.

그뿐인가, 평소에 며느리가 못마땅한 시어머니가 가시가 난 풀로 밑을 닦으라고 주었다는 ‘며느리 밑씻개’, 촉촉한 땅에서 여러해살이 사는 풀을 말려 등잔 심으로 썼다는 등심초라고도 불리우는 ‘골풀’. 초여름 분홍 부챗살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잎을 맞대는 특징이 있어 합혼수 꽃이라고도 불리운다.

서로 마음과 몸이 하나인 부부로 만나 한 세상 화목하게 참 행복을 누리도록 신혼부부 창가에 많이 심는다 한다.

널려있는 소나무 떡갈나무 갈나무 잣나무, 자연의 산소기가 건강과 마음의 정서를 아름답게 가꾸어 준다.

너무 귀하고 소중한 나의 벗들이다.

장마가 지나 간 산세에는 온갖 버섯이 고개를 들고 있다.

흰색, 분홍색, 하늘색, 갈색의 버섯 무리가 향연을 연듯하다.

독버섯은 색이 곱고 냄새가 좋지 못하나, 먹을 수 있는 버섯은 색깔이 화려하지 않고 냄새가 향긋하고 감칠맛이 난다.

그러나 확신 없이 버섯을 함부로 먹어서는 곤란한 일이 생기기 십상이다.

팔각정에 오른다. 서해바다 인천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 인천항의 푸른 물이 끝없이 넘실댄다.

마음이 확 열리는 듯싶다.

바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종종 시원하게 해갈시킨다.

갖가지 무역선이 넘나든다. 나는 조용히 입가에 노랫말이 배어 나온다. “내 고향 서해바다~ 그 잔잔한 고향바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철교 다리, 월미도, 작약도, 팔미도, 무의도, 수리산, 청량산, 계양산, 만월산이 시원스럽게 가슴 뿌듯이 안겨 온다.

포도알 처럼 영근 사랑스런 대자연속에서 연경산이 나를 부른다.

오늘도 청학의 푸르른 두 나래 품속을 지칠 줄 모르고 서성이고 있다.

연연히 경사스러운 일만 가져다 준다는 연경산은 도심속 주민들의 건강을 챙겨주는 고마운 곳이며 나의 변함없는 소중한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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