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비리에 연루돼 사직한 법관과 검사들은 변호사 등록을 신청할 때 재직시 문제가 없음을 입증하는 인사권자의 확인서를 제출하는 것이 의무화돼 법조비리 방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도가 정착될 경우 그동안 법원·검찰에서 비위를 저질러도 변호사업계로 진출할 때는 아무런 제재 장치가 없어 ‘사직하면 그만’이라며 변호사 활동을 ‘안전판’으로 여기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는 최근 불거진 법조비리와 관련해 24일 제29차 상임이사회를 열어 변호사 등록심사의 문제점을 논의해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는 전직판·검사는 재직 중 비리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인사권자 또는 지휘·감독권자의 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토록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법관은 인사권자인 대법원장 명의의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며 검사는 검찰청이 최종 근무지인 경우 검사 직무의 지휘·감독권자인 검찰총장, 법무부가 최종 근무지인 경우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인 법무부장관 명의의 확인서를 내야 한다.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는 당사자가 재직시 비위 사실의 유무에 대한 확인서를 제출하면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변협의 실질적인 확인이 가능해져 부패에 연루된 변호사의 개업이 사실상 봉쇄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변호사법 8조(등록거부)에도 ‘재직 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거나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로 인해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의 직무 수행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 대한변협이 등록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판·검사들은 재직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 징계를 받기 전에 사직서를 내고 퇴직해 버려 변호사 등록 신청시 변협이 등록을 거부할 근거 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등록거부 조항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변호사로 개업하려면 입회하려는 각 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등록을 신청해 대한변협에 등록해야 하지만 등록심사 과정에서 변협이 실제로 등록 신청을 거부한 사례는 이제까지 한 건(1997년) 뿐이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가 마련해 올 3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변호사법 개정안은 법관·검사 재직시 징계혐의자에 대해 변협이 법원행정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자료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법안 통과까지 아직 단계가 많이 남아 당장 적용 가능한 ‘등록 제동’ 방안은 부족한 실정이다.

하창우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임명권자 내지 지휘ㆍ감독권자의 확인서를 필수서류로 제출받는 방안은 이사회 결정 이후 즉시 시행됐다. 사개추위의 변호사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때까지 임시 조치이기는 하지만 확인서를 받아 등록을 거부하는 형태로 비리 법조인의 변호사 진출을 제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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