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11시36분. 1천여 대에 달하는 자전거가 일제히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봉화로 일원 왕복 1.3㎞구간을 달렸다.

‘자전거로 하나되는 1004마을’을 주제로 한 ‘효성동마을축제한마당’이 개최된 것. 어린이가 탄 세발자전거는 물론 청춘남녀가 탄 2인승 자전거도 눈에 띄는 등 10대에서 70대까지 세대를 초월해 자전거에 올라 차 없는 거리를 만끽했다.

자전거의 생김새는 각각 달랐다. 하지만 파란색 티를 맞춰 입은 자전거 부대가 봉화로를 수놓으면서 이웃간, 계층간, 세대간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됐다.



▲1004마을에서 자전거를 타다=꼭 1년전 봉화로 일원은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효성동마을축제를 통해 1천4m 길이의 김밥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3천여 명의 주민이 참석해 500m 길이의 테이블을 둘러쌓고, 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초 1천m가 목표였는데 4m를 초과하면서 효성동이 ‘천사마을’로 호명되기 시작했다. 한국신기록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긴 김밥으로도 소개되고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비가 제작됐고 지난 3일 제막식과 함께 공개됐다. 효성동 주민의 하나 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취지다.

경인교대 부속 초등학교 이현민(3년)군은 “작년 1000m 김밥만들기로 효성동이 유명한 마을이 됐다”며 “동네 골목에서만 타던 자전거를 차가 다니던 도로에서 마음 놓고 탈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에게도 효성동은 천사마을로 각인됐다.

왜 자전거인가? 효성동마을축제는 해마다 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행사를 진행했다. 서로간 막힌 담을 헐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올해는 환경과의 담을 주제로 자전거를 테마로 축제를 준비했다. 자전거대행진,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자전거대회, 자전거 묘기공원, 주민들을 위한 자전거 배우기 등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나아가 자전거도로 건설과 자전거 이용확대를 위한 신호체계 변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행사장 한 켠에서 진행됐다.

단순히 수많은 자전거가 도로를 행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다. 지구온난화가 화두로 떠오르는 등 환경문제를 알리면서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시킨다는 데 목적을 뒀다.

효성동엔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하거나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가 없다.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자전거 이용에도 불편함이 많다. 스포츠동호회 차원의 자전거가 아니라 실생활에 자전거가 깊숙이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전거로 하나 되는 1004 마을’을 통해 공원에 자전거 거치대를 만들고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시민에게 자전거 교실을 운영하는 한편 고장난 자전거 무료수리 등 행정기관의 정책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1.3㎞ 구간 두 바뀌를 탄 효성동 주민 이애숙(42·여)씨는 “평소 시장에 갈 때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한다”며 “오래간만에 상쾌한 마음에서 자전거를 탓고, 이를 계기로 계양구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회 체육대회에서 모범적인 마을축제로=효성동(曉星洞)을 한자로 풀면 샛별마을이 된다. 하지만 이 곳은 원래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땅이 거친 불모지였다. 대신 풀발을 만들어 나라에서 말을 길러 마장면(馬場面)으로 불렸다. 풀밭에 억새풀만 무성해 ‘새풀’로 불렸고 다시 ‘새별이’로 불리면서 효성리가 됐다고 학자들이 분석했다.

효성동은 1990년대 후반 IMF 경제위기 이후 인구가 급증했다고 한다. 서울 인근에 위치한 값싼 주거지역이란 이유다. 외부 이주민들이 늘었고 떠나기 위해 잠시 머무는 마을로 여겨졌다. 마을공동체를 세우는 일이 시급했다. 효성중앙감리교회가 나섰다.

교회의 주민초청 체육대회가 마을축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을축제준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모였고 종교간의 색채를 넘어 온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는 문화축제가 됐다.

2003년엔 교회의 담장 55m를 허물고 마을 옛길 어깨동무 걷기대회를 시작했다. 이듬 해는 마을의 주요 기업인 ㈜풍산의 담장에 그림그리기대회를 실시하는 등 벽화사업을 진행했다. 마을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방위산업체 기업의 담에 화가들이 밑그림을 그리고 200여 명의 주민들이 36개 팀으로 나눠 색을 칠하는 데 참여했다. 이어 장애인과 함께 마을걷기대회, 사랑의 네트워크 등 축제를 통해 세대간 계층간 담을 헐었다. 지난 해는 1004m 김밥만들기에 도전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였다.

효성중앙교회 정연수 담임목사는 “2005년에는 지방의제21 전국대회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 시범사례로 꼽혀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며 “이같은 과정을 통해 지난 해 김밥만들기라는 큰 축제가 될 수 있었고 효성동이 지역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자전거 실생활 도입 주저”

정연수 효성중앙감리교회 담임목사

“효성동을 비롯해 계양구에서 자전거의 일상화가 꽃피우길 기대합니다.”

효성동마을축제준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연수 효성중앙교회 담임목사는 몇년전 유럽에 출장갔다 왔을 때를 회상했다. 양복을 입은 신사가 자전거를 타는 등 자전거가 그야말로 일상으로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를 ‘충격’이란 말로 표현했다. 이내 계양구의 현실을 둘러봤다. 자전거 도로는 임학사거리∼계산삼거리 구간 경명로와 계산삼거리∼부평나들목 구간 계양로 등 11㎞에 불과했다. 자전거를 마음놓고 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최근 계양구는 구청장이 관용차량을 경차로 바꿨고 공무원들의 관내 출장을 위해 자전거 5대를 도입했다. 정 위원장은 이를 관심있게 지켜봤다고 했지만 자전거 도로 구축 등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수반되지 않으면 일시적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효성동 마을축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면서 이번 자전거 축제가 기폭제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경문제는 단순히 기름값을 아끼고 좀 더 깔끔한 생활을 하기 위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전거 예찬이 회자되고 있지만 이를 실생활까지 도입하는 데 주저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를 민간차원에서도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생존’이란 말을 붙일 정도로 환경은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는 게 정 위원장의 생각이다.

축제는 효성동의 모든 기관과 자생단체는 물론 불교와 천주교, 기독교 등 주요 종교단체들, 그리고 복지시설과 마을 기업들이 참여했다. 공동위원장으로 정연수 담임목사 외에 김대기 효성2동 주민자치위원장, 백용현 효성1동 새마을금고 이사장, 황원형 계양신협 이사장, 석지산 덕흥사 큰 스님 등이 한자리에 섰다. 교회 한 곳이 주관한 문화행사 차원을 넘어선 셈이다.

정 위원장은 “황량했던 효성동이 지명에 걸맞게 샛별마을로 그리고 축제를 통해 얻은 천사마을로 거듭 태어나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며 “주민들간 마음의 벽을 허물고 파편화된 삶에서 마을공동체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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