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현이는 두달 빨리 세상구경을 했답니다. 모유를 직접 먹이지는 못하지만 다행히 모유은행의 도움으로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 여러 엄마들의 건강한 모유를 먹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ID:sonsure1),

“처음 기증을 시작할 때 망설임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남아서 버려야 하는 모유를 보고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특별한 일도 아닌데 고마워하는 엄마들에게 내가 더 감사하다. 적은 양이라도 계속 기증하고 싶다.”(ID:복땡이맘)

사랑나눔 모유은행 인천점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모유 수혜, 기증자의 후기들이다. 모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듬뿍 넘쳐난다. 건강한 산모의 모유를 저장해 모유를 먹이고 싶어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먹일 수 없는 산모들에게 전달,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곳이 모유은행이다.

▲모유은행이란 어떤 곳인가

모유은행은 말 그대로 ‘모유의 저장고’다. 산모에게 모유를 기증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산모에게 전달해주는 주는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천을 포함, 서울, 익산 등 총 4곳의 모유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07년 1월 고덕의 한 병원에서 모유은행을 연 것이 시작이 됐다. 한국모유수유협회 부설로 주로 병원 비영리사업단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증은 무상으로 이뤄지며 수혜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180cc 기준으로 3천 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살균처리 및 세균검사, 저장용기구입, 택배비 등으로 기증받은 모유가 필요한 산모에게 전달되기 까지 발생하는 비용이다.

인천은 지난해 7월 부터 연수구 선학동에 위치한 아토월다산한의원에서 모유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한의원이 모유은행을 운영하는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바른 모유수유를 위한 한의사 모임’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김 원장은 모유를 먹이고 싶어도 먹이지 못하는 산모들을 위해 설비를 투자했다. 또 두 명의 직원들이 기증 받을 모유를 수거해 저장하고, 처리해 수혜자에게 보내는 업무를 하고 있다.

▲모유 수혜와 기증 어떻게 이뤄지나

기증은 출산 1년 이내의 건강한 수유여성을 통해 이뤄진다. 돌 이전의 아이를 가진 산모가 모유량이 충분할 경우 기증을 할 수 있다. 기증자가 뜻을 밝히면 모유은행은 기증동의서와 함께 혈액검사 등 철저하게 사전 검사를 실시한다. 보통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을 때 혈액검사를 하기 때문에 이 결과를 이용하기도 한다. 심사에서 통과된 기증자에게는 모유 저장팩이 제공되는데 산모가 이 저장팩에 모유를 짜 놓으면 직원들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수거해 간다.

수혜자를 선정하는 기준도 엄격하다. 원한다고 해서 아무나 수혜를 받을 수는 없다. 조산아 분만으로 모유의 공급양이 일시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경우, 산모가 치료를 받고 있어 수유가 어려운 경우 등 ‘꼭’ 필요한 산모들만이 모유를 얻을 수 있다. 간혹 암 등 질병 치료를 받는 성인들도 모유를 수혜받기도 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모유의 공정방법은

기증자가 냉동시킨 모유는 하루동안 자연 해동된 뒤 동질의 지방성분과 다양한 면역기전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여러 산모의 모유를 섞는다. 보통 3~4인의 기증모로부터 3~4일 동안 기부된 모유를 섞는다.

모아진 모유는 살균처리된 저장팩에 180cc씩 나눠 담는다. 각 저장팩은 진공상태이며 팩에 담긴 모유는 저온살균기에서 40분 가량 살균한 뒤 급속 냉각시킨다. 세균배양검사는 전문기관에 맡기고 있다. 모든 공정을 끝내고 소독된 유리병에 담긴 모유는 필요한 아기에게 먹이기 전까지 절대 개봉하지 않으며 산모번호와 저장 날짜 등 정보를 기록해 냉동실에서 보관한다. 진공상태에서 냉동된 모유는 최대 1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인천지역 기증, 수혜 현황은

대부분의 모유은행이 기증자 부족에 허덕여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나 다른 지역에 비하면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후 그 해 12월까지 기증자는 14명이으나 올해 1월 부터 7월까지 기증자는 23명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수혜자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28명이던 수혜자는 올해 7월 까지 20명에 그쳤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기증에 대한 홍보가 강화된 반면 현재 모유를 수혜받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혜를 망설이는 산모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사랑나눔 모유은행 인천점은 기증자를 지속적으로 모으는 한편, 수혜자들이 필요한 만큼의 모유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당당하게 모유 수유하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해야”

김희영 사랑나눔 모유은행 인천점 실장

“어디서든 자유롭게 모유를 먹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우선이죠.”

모유수유 전문가 김희영(37) 실장은 산모들에게 당당하게 모유를 먹일 것을 강조한다.

모유수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고는 하나 미국, 유럽, 일본에 비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 모유 수유를 꺼리는 산모가 많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유율이 점차 높아지다 20% 수준에서 정체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일본은 이미 50%를 넘겼고 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70~80%의 산모가 모유를 먹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여전히 산모들은 수유실에서, 혹은 화장실에서 몰래 수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김 실장은 말한다.

김 실장은 “일하는 산모들의 일부는 ‘일할 시간에 착유를 한다’는 이유로 동료 남성들에게 눈치를 받는 게 모유수유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라며 “인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유를 나누는 일도 힘들어진다”고 강조한다.

모유은행에 대한 인식도 모두에게 긍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산모가 모유를 기증 받길 원해도 가족들이 ‘찝찝하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일도 종종 빚어진다. 일부 의사들 역시 모유 자체가 가진 영양학적 상식에 무지해 ‘모유만 먹여 기르면 아이가 빈혈에 걸린다’고 산모를 회유하기도 한단다. 모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곧 잘못된 상식으로 이어져 모유를 수유하고, 나눠 먹는 운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계에서 조차 모유와 모유은행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어 사회적 인식 개선과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보니 출산친화적 사회환경을 조성한다며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는 행정기관들도 정작 ‘모유은행’에는 우호적이지 않다. 모유은행을 소개하는 팸플릿을 만드는 것도, 항상 부족한 기증자를 찾는 일도 현재는 모두 모유은행의 몫이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모유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모유수유협회 부설 병원들로서는 맥빠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일부 기관에서는 모유은행을 영리기관으로 오해하는 일도 있다.

김 실장은 “관계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모유은행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는 있으나 여전히 논의 수준에 불과하다”며 “저소득 산모를 비롯해 산모들이 부담없이 모유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행정기관과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선적으로는 더 많은 기증자들이 은행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홍보를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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