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을 뽑는 자리인지 교육위원을 고르는 자리인지 아니면 교육부장관을 선출하는 행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천시교육청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인천시교육위원에 출마한 후보들이 교육감도 실천하기 어려운 각종 선거 공약을 내걸고 있어 유권자인 학교운영위원들의 세심한 공약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25일 오후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제1선거구(중·동·남구, 옹진군), 제2선거구(남동·연수구)와 제3선거구(계양·서구, 강화군)에서 교육위원 후보의 철학을 알아보는 소견발표회를 열었다.<관련기사 3면>

그러나 이날 상당수 후보들이 앞으로 집행부를 어떻게 감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보다 ‘특수목적고를 건립 하겠다’ ‘학교 영어 마을을 만들겠다’ ‘인사권을 지역 교육청에 주겠다’는 등 교육감도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공약을 내놓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기존 4기까지의 교육위원들이 자발적으로 발의한 법안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어서 이들이 내건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부와 함께 각종 법안 발의와 정책대안을 내놓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날 서구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3선거구 교육위원 후보 소견발표회에는 8명의 후보가 참석, 각각 15분씩 선거 공약을 밝혔다.K후보는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는 교육을 하겠다’ ‘외국어 교육 특구를 만들겠다’ ‘계양구 교육청을 분리 신설 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교육위원이 아닌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듯한 인상을 남겼다.Y후보는 ‘특수목적고를 서구 등 3개 구·군에 3개 이상 설립하겠다’ ‘세계화를 위해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교육도 실시하겠다’고 주장, 교육부총리 인사 청문회에 나온 것 같은 착각을 줬다.

H후보는 ‘교육청에 대입전략운영팀을 구성, 학생들이 꿈꾸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변화를 주겠다’고 밝혀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으나 교육위원이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을 올릴 수 있는 자리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L후보는 ‘서구를 1등 교육도시로 만들겠다’ ‘서구 관내 학생들은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지 않아도 되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 또한 교육위원의 힘으로 실천 가능한지 의문이다.또 다른 L후보는 ‘교육청에 있는 인사권을 지역 교육청으로 가져 오겠다’ ‘특기적성 교육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강당을 18개 학교에 건설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시교육청의 재정 형편 상 특정지역에만 시설 지원이 가능한 것인지, 가능하다면 교육위원의 노력 덕분인지 아니면 교육감의 공적인지 되짚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평교사 출신 후보들은 교장이나 교육장 출신 등 교육 관료직에 대해 ‘승진에 많은 신경을 쓴 사람들은 교육청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없다’고 비난했고 교육관료 출신의 비교육위원들은 ‘현 교육위원들이 무능, 인천 교육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교육 경력직은 ‘업자 출신이 교육위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은 반면, 사업가 출신 비경력직은 ‘CEO 경험을 교육에 접목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항변하는 등 물고 물리는 유세전을 펼쳤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교육위원 후보들의 공약이 실천가능한 것인지 확인하는 게 아닌 만큼 학운위원들이 선거공약을 잘 살펴보고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준기자 gjkim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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