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이계진 의원(강원 원주)이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을 ‘인천-세종 국제공항’으로 변경하는 인천국제공항사법 일부 개정법률안 발의를 위해 동료의원들의 서명을 받는다고 한다.

동료 국회의원들이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개정 법률안을 상정하는 것을 보고 경쟁심에서 발의한 것인지 아니면 기세등등한 한나라당 인기에 힘입어 한 건(?)을 터뜨리려는 의도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지난 21일, 이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에 세종대왕의 이름을 병기한다면 지역 이미지는 물론 한글의 우수성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신을 인천시, 인천지역시민과 경제단체에 보냈다고 한다.하지만 이 의원의 속마음은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이 애당초 현상공모에서는 ‘세종국제공항’을 지지하는 수가 우세했지만 60만 인천시민의 반대 서명운동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으므로 이제라도 공항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인천과 인천시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자랑한다면 왜 굳이 ‘세종’이란 명칭 뿐이겠는가. ‘을지문덕’과 ‘이순신’ 장군도 있고 삼성, 엘지, 현대 등 경쟁력 있는 굵직한 기업 명칭도 있다. 이런 식이라면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청도 인천세종경제자유구역청으로 개명하자는 발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인천시민이 인천공항을 주장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천은 1950년 6.25 전쟁 당시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노르망디상륙작전’과 함께 이미 세계에 알려진 지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 부문 세계 1위, 물류처리량 세계 3위로 성장한 인천국제공항은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선진국 대열로 비상했음을 홍보하는 역할을 충분히 대신하고 있다.또한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대대로 물려받은 문전옥답과 탯자리를 내주어야 했고 환경 파괴를 묵묵히 지켜봐야만 했던 일차적인 피해자가 바로 인천시 영종·용유도 주민이다,

하루에도 수 백여 편의 항공기가 이착륙을 할 때마다 분진과 소음의 피해를 가까이에서 감수해야 하는 것도, 육지로 가기 위해 영종대교를 통과하는 각종 차량이 내뿜는 매연을 들이마셔야 하는 것도 인천지역의 산하(山河)와 주민들의 몫이기 때문에 인천공항의 명칭을 주장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이 의원이 인천에 연고를 갖고 인천시민의 현실을 헤아렸다면 이런 희생을 대가로 인천공항이란 명칭을 주장하는 우리의 당연한 입장을 묵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천공항 상주직원들조차도 “공항 개항 6년이 되는 마당에 갑자기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은 공항역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이라며 그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고 한다,게다가 전세계에서 발행하는 모든 항공권에 인천국제공항 코드인 영문약자 ‘ICN’이 인쇄되어 있고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와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도 등록되어 사용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로고 역시 IIAC(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Corporation)로 그 어디에도 서울과 세종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 승무원들은 개항 이후 지금까지 인천공항을 ‘서울공항’으로 방송하고 있으며 인천공항에 취항하고 있는 50여개 외국 항공사 중 일부도 ‘인천공항’이란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이것이 사실이라면 ‘인천공항’ 외에는 어떤 명칭도 사용할 수 없도록 감독과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인천시와 인천시민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제라도 인천시민과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하나가 되어 ‘인천국제공항’ 명칭을 ‘인천세종국제공항’으로 바꾸려는 개정법 발의 준비를 저지시켜야 한다.이미 세계적으로 공인된 ‘인천공항’ 명칭을 특별한 이유 없이 바꾸는 것은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국제항공업계의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해프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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