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인천 중구 답동의 연극전용 소극장 ‘가온누리’가 재정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간판을 내렸다. 일대에서 소극장 붐을 일으켜 보겠다고 의욕을 내건지 3년 6개월만의 좌절이다.

?지척거리에 있는 소극장 ‘씨아리’도 연극은 올리고 있으나 형편이 별반 다를게 없다. 대관은 고사하고 자체 극단마저도 입장료 수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것이 인천 연극전용 소극장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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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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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동이’를 꾸려가고 있는 김병균씨는 70년대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연극 전성기를 되살려보겠다는 의욕으로 옛 메카의 한자락에서 2002년 3월1일 ‘가온누리’를 개관했다.

?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릴 때마다 매번 부딪히는 문제가 공간 제약으로 인천종합문예회관을 제외할 경우 ‘극장 부재’를 실감해오던 그였다. 더우기 대관을 받아도 1주일이상 빌릴 수 없다는 제약이 뒤따랐다.



?많은 제작비를 투여해 몇개월동안 심혈을 들여 만든 연극을 단 며칠만에 내려야 하는 현실을 타개 할 수 있는 해법은 연극전용 소극장 밖에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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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빚을 내 극장을 열었다. 지역 극단의 한결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1년중 절반은 대관이 가능하지 않을 까 하는 계산에서다. 나머지 기간은 본인 극단의 작품을 올려 입장료 수익을 내면 되리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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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3년6개월을 운영하는 동안 대관 신청은 단 한차례에 그쳤다. 극장을 놀릴 수 없다는 압박감으로 자체 극단의 작품을 제작해 올렸다. 한 작품이 끝나면 부랴부랴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배우들는 물론 연출에 극본까지 맡은 본인도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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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기 극단 입장에서 보면 대관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소극장 입장에서는 보면 대관수입이 제로, 운영난이 가중 될 수 밖에 없었다.

?입장료 수입에서도 재미를 못봤다. 제작비 최소화의 원칙에 따라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수 없었고. 이는 고스란히 관객개발에 악영향, 고정 관객 확보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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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균 대표는 “장기 공연을 원칙으로 하는 대학로에서도 되는 연극의 경우 6개월정도 올려야 제작비를 뽑을 수 있는 실정”이라며 “애당초 입장료 수입으로 재작비를 충당하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불과 관객 몇명을 놓고 막을 올린 날 들이 너무나 많았다”고 전했다. 결국 “소극장 운영과 연극 제작비 이중고를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서 문을 닫았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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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활성화로 자구책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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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씨아리’는 인현동에서 2004년 11월5일 극단 ‘놀이와 축제’의 ‘민들레 천국’으로 첫 관객을 맞았다. 진정하씨가 십여년동안 이끌어 온 극단 ‘애랑’의 이름을 바꾸며 한우물 연극인생의 오랜 바람을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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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 햇동안 6개 작품을 올렸다. 이중 두 작품은 다른 극단 대관으로 채웠다. 그러나 1년 운영을 결산해보니 수익면에서 형편없는데다 관객 개발도 재미를 못봤다. 굳이 성공작을 꼽자면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자체 극단이 올린 뮤지컬이 두달 공연에 700만원의 입장객 수입을 얻은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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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 대표는 올해는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답을 주변 여건에서 찾았다.

?지난해 11월 이 일대 상가 번영회 6곳이 상권활성화를 내걸고 동인천거리 준공에 맞춰 연합회를 결성했다. 당시 ‘새소식거리 상가 번영회’ 회장을 맡으면서 연합회 결성을 주도한 이가 진 대표다.?

그는 “상가 회장을 맡자 연극계 동료들이 다른 길을 간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며 “소극장이 살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해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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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청소년 거리 활성화 명목으로 중구청으로부터 연극 지작비 지원을 약속받았다. 진 대표는 청소년 관객을 겨냥한 작품을 올려 관객 유치에 승부를 걸 계획이다.

?또 지난 10월 중구 주최로 이 거리에서 연 제1회 청소년 축제를 올 가을엔 번영회 주관으로 열기로했다. 이 행사에서도 소극장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진 대표는 “가만히 앉아서 관객과 극단을 기다려서는 승산이 없다”며 “스스로 극단 연출자 혹은 배우가 아니라 경영인이라는 마인드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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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정석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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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청은 2004년 9월 남구학산 문화원 개원에 맞춰 지역내소극장 운동 활성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용현동에서 ‘학산소극장’을 개관했다.

?객석 114석 규모로 무대와 조명 등 시설에도 공을 들인데다 전문 연출가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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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초기에는 적극적인 홍보와 초청작 유명세에 힘입어 관객몰이에 성공을 거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천지역 극단 초청 공연에 무게를 실은 지난해 운영 성적은 낙제점 수준이었다.

?2005년 남구청이 소극장 운영비와 인건비와는 별도로 순수 기획·초청공연 몫으로 지원해준 예산이 8천8백만원으로, 대관에 대한 부담없이 좋은 작품을 가져올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음에도 관객 모으기엔 실패했다.

?이남희 남구학산문화원 기획위원장은 “공전의 히트작이 아닌 경우 자발적으로 연극을 보러오는 이들이 아직 적다”며 “소극장이 널리 알려지기까지 향후 몇년간은 대중적인 작품을 올릴수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여려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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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대해 김병균 극단 동이 대표는 “연극 전용극장이 살아나려면 학산소극장처럼 행정단체가 시설과 운영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라며 “대신 철저히 전문예술인에게 운영을 맡겨 예컨데 지역극단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작품 기획에서부터 홍보까지 다면적으로 이뤄질 경우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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