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의 ‘가재울 좋은 엄마교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이 지난 6월25일∼7월4일 진행됐다. 제목은 ‘안전한 밥상을 위한 교실!!’ 매주 금요일 오전 딱 네 차례 특강이 열렸을 뿐인데 참여한 주부들의 가정엔 안전한 먹을거리를 놓고 가족들의 ‘저항’이 뒤따르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고기가 밥상에 올라오지 않기 시작했고, 친근했던 햄버거나 피자, 학교 앞 군것질도 해방(?)되기 시작했다. 식구들은 물론 아이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이번 기회야말로 가족의 건강권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다.

가좌4동에 사는 오쿠다 가나코씨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그야말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시장에 가서 먹을 게 없고, 특히 아이들의 간식은 심각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됐다는 가나코씨는 일본에서 채식과 육식의 균형적인 식단을 배웠건만 한국에선 고기가 우선시된다고 했다. 어느새 가나코씨도 육식 중심의 한국형 식단이 몸에 뱄다고 한다.

프로그램 이후에 반찬의 패턴을 바꿨다. 우선 고기를 내는 횟수를 줄였고, 대신 야채를 많이 올렸다. 가나코씨의 남편이 적응하는 데 힘들었는지 짜증이 났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에게 학교앞 불량식품도 멀리할 것을 주문했는지만, 아이들의 입엔 어느 순간 정체불명의 군것질거리가 물려있다.

가나코씨는 “아이들 아빠도 이같은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며 “최근 아이들의 먹을거리 패턴을 바꿨는데, 학교앞 문구점 등지에서 파는 불량식품들은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지구환경과 먹을거리 문화’ 강좌를 진행한 이현주 기린한약국 원장은 단백질 과잉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육식에 치우쳐 있어 오히려 부작용이 야기되고 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육식 중심의 식생활에 대한 문제점을 줄줄이 설명했다. 고기가 장에 장시간 머물러 있기 때문에 부패할 때 독소가 발생해 결장암, 간경화, 간암 등이 유발되는 것은 물론 섬유소와 섬유질이 부족해 변비가 야기되고, 이는 직장암이나 치질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 불에 태우거나 구운 육류에는 치명적인 발암물질인 메칠콜랜트런이 함유돼 있어 골수암, 혈액암, 위암 등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데도 한국인들은 어느새 고기를 찾게 된다는 것.

옛 조상들은 평소 식물성 음식을 먹으면서 때때로 육식을 하는 등 균형적인 식사를 한 반면, 현대인들은 이와 거꾸로 됐기때문에 각종 성인병이 늘고 있다.

이 원장은 채식만으로도 영양섭취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코끼리, 하마, 소 등 채식동물의 지구력은 물론 파키스탄 훈자족, 에콰도르 원주민 등 채식을 하는 곳은 자연스레 장수촌을 이루고 있다. 식물성 음식은 육류보다 더 직접적 영양공급원으로 곡류, 콩, 채소, 과일, 견과류 등엔 건강유지에 필요한 모든 영양분이 들어있다.

이 원장은 특히 학교급식이 아이들 식습관을 잘못형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기나 조미료가 포화상태인 것은 물론 집에서도 고기를 먹고, 주말이되면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피자가게를 찾고 있는게 현실이란다. 많은 가정이 맞벌이인 탓에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없게 된 시대에 돌입했다. 학교의 정규교과과정에 안전한 먹을거리 교육이 필요하고, 한끼라도 학교 급식을 채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천녹색연합 김은영 초록교사도 ‘달콤한 유혹 식품첨가물’ 강의를 통해 학교앞 군것질거리의 유해성과 대안식품 등을 소개했다.

김은영 교사는 학교 문구점에서 파는 과자나 사탕류에 대한 색소실험을 통해 빨갛게 드러난 식용색소를 제시했고, 특히 발암물질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학교앞 문구점에서 파는 식품에 대한 점검이 절실한 대목이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몇가지 대안 등을 제시했다. 조청의 경우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GMO논란이 있는 옥수수가 주재료이고, 하얗게 표백을 하기 때문에 조청의 유해성이 높은 상황이고, 이에 따라 오곡밥에다 엿기름가루를 넣어서 삭히고, 물을 걸러내면 먹기좋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세제를 뿌려서 써야하는 철수세미 대신 천연 아크릴사로 뜬 수세미를 사용하면 기름기 제거에 탁월하다고 했다. 아이들 간식거리로 토마토를 얼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등 아이디어도 소개했다.


“음식 유해성 해결책·대안 낮은 수준”
박재성 마을사람들 사업팀장

마을사람들 박재성 사업팀장은 가재울 좋은 엄마교실의 첫번째 프로그램인 ‘안전한 밥상을 위한 교실!!’이 안착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 상반기 AI, 광우병 쇠고기 등 전국적인 논란이 제기된 만큼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에 프로그램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마을사람들이 위치한 가좌동의 주부 20여 명이 참석했는데, 타 구의 주부들에게도 호응이 높아 먹을거리 교육은 정례화시킬 계획이다. 이론 수업과 함께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들어보는 것은 물론 대안까지 고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단다.

지난 달 22일엔 후기모임이 열렸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부들이 직접 EM효소, 설탕, EM제, 조청, 아크릴수세미 등을 만들었다.

박 팀장도 최근엔 순대국이나 선지국 등 좋아하던 음식을 멀리했다. 자신이 변하지 않는데 가족들이 어떻게 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이에게 먹을거리의 중요성이 담긴 만화책을 사주면서 설득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빨리 변할 수 있는데, 정책관계자들이 문제라고 했다. 학교 앞 군것질 거리에 대한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은 꿈쩍도 하지 않고, 학교 급식도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특히 급식관련 업자들이 학교운영위원회를 알게 모르게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는 물론 시민단체나 언론 등에서 이같은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먹을거리 유해성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높은 만큼 해결책이나 대안 등은 아직까지 낮은 차원이라고 지적이다.

박재성 팀장은 먹을거리 교육 이외에 가재울 좋은 엄마교실에서 자녀교육, 부모교육, 인문학교육을 기획하는 등 생태적인 삶과 공동체의 회복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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