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선 ‘스탠바이’ ‘큐’ ‘컷’이라고 하네요. 북한에서는 ‘준비’ ‘시작’ ‘그만’이라고 합니다. 남한은 외래어를 너무 많이 써요.”

21일 정오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 판문점 세트장. 탈북자 출신 여성그룹 달래음악단(한옥정, 강유은, 허수향, 임유경, 이윤경)이 데뷔곡 ‘멋쟁이’의 뮤직비디오촬영에 나섰다.흰색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고 머리엔 꽃을 꽂은 이들은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다.그러나 이내 “촬영을 하고 기자 분들이 우리를 찍는걸 보니 진짜연예인이 된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세훈 감독이 연출한 이날 뮤직비디오는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판문점 대치, 수색 때 지뢰 밟는 장면)과 ‘웰컴 투 동막골’(팝콘이 터지는 장면)의 일부를 패러디했다.판문점에서 남북 병사들의 싸움이 일자 ‘자유의 집’에서 내려다보던 달래음악단이 달려가 노래로 이들에게 화해 무드를 조성한다는 스토리. SBS TV ‘웃음을 찾는 사람들’ 출연 개그맨인 최기섭 김홍준 이강복 김대운 정삼식 최재욱이 판문점에서 대치하는 남북 병사로 출연했다.

첫 촬영은 달래음악단이 자유의 집에서 판문점을 내려다보는 장면. “달래음악단, 동작 좀 크게 해라”는 오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자 남북 병사에게 손가락을 가리키며 폴짝 폴짝 뛴다.“저거 봐. 싸운다. 어떻게, 어떻게”라고 애드리브를 하다가 ‘컷’ 사인이 나자 얼굴을 감싸고 “아이 창피해~” “반복되는 동작이 어색해요”라고 수줍어 한다. 풋풋하다. “판문점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다”는 한옥정은 “경치가 너무 좋다. 진짜 판문점이면 이렇게 웃지 못할 텐데”라고 말한다. 경쾌한 멜로디의 ‘멋쟁이’를 립싱크로 부르며 남북 병사들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무척 흥이 났다.

한옥정이 리드 보컬이지만 아코디언을 맡은 강유은과 임유경, 무용이 전공인 허수향과 이윤경도 함께 노래한다.‘멋쟁이’의 안무를 구성한 허수향과 이윤경은 “춤이 어때요”라며 반응을 궁금해 했다.
“우린 고전 무용을 추구해요. 사실 남한의 댄스는 잘 모르지만 이효리와 채연이 춤을 잘 추는 것 같아요.”(웃음) “춤 추는 모습이 남남북녀답게 예쁘다”고 하자 “그건 다 옛말이다. 남한에 얼마나 예쁜 사람이 많은지 안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자 한옥정은 “강유은이 북한의 전형적인 미인 스타일”이라고 치켜세운다.1시간 넘게 촬영할 즈음, 검정 고무신을 신은 발이 아픈가 보다.놀랍게도 멤버들은 고무신을 처음 신어봤다고 했다. “고무신이 불편하네요. 발이 아파요” “키가 작은데 낮은 걸 신으니 훨씬 더 작아진 것 같아요”. 이런 투정은 한국의 여느 신세대와 비슷하다. “그냥 우리 곱게 봐주세요”라고 애교 섞인 말도 취재진에게 건넨다. 멤버들끼리 촬영 중간 수다를 떨다가 ‘왕따’라는 표현도 쓴다.“그런 단어를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북한에서는 ‘외목’ ‘모서리 먹었다’고 한다. 남한에서 왕따라는 단어를 배웠다”며 웃는다.

이날 촬영 현장에는 영국 BBC, 일본 NHK, 니혼TV 등 외신 기자들이 달래음악단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수 시간째 밀착 취재를 했다.영국 BBC는 메인 뉴스와 BBC 월드 ‘아시아 투데이’를 통해 이들을 보도한다는 계획. 니혼 TV도 매주 일요일 방송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달래음악단을 소개한다. 달래음악단의 의상을 맡은 한복디자이너 김예진씨는 촬영장에 나와 “이들을 통해 북한의 전통 복식을 보여줄 예정이다. 뮤직비디오에선 평양 기생 복장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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