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어로 쓰인 펜타포트 포스터가 있어요. ㅎㅎ”, “누노 베텐커트 사인회 있대요.” 록 음악 팬에겐 요즘처럼 설렐 때가 없다.

프란츠 퍼디난드, 더 스트록스, 플라시보, 블랙 아이드 피스, 드래곤 애시, 누노 베텐커트, 뮤즈, 예 예 예스, 제이슨므라즈…. 이 모든 뮤지션을 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또 있었던가. 99년 인천 송도에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추진되긴 했지만 폭우로 중단되는 비운을 겪었다.그렇기에 28~30일 6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열리는 펜타포트록 페스티벌은 록 음악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록 음악 애호가들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개최가 발표되자 마자 인터넷에 커뮤니티를 꾸려 정보를 교환하며 이번 페스티벌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싸이월드에 둥지를 튼 ‘싸이 펜타포트 클럽’(club.cyworld.com/pentaport)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개최가 공식 발표되고 이틀 뒤인 5월4일 문을 열었다.권진희(27ㆍ여ㆍ교사)씨가 함께 공연 보러 갈 일행을 구하고자 개설했던 커뮤니티인데 석 달도 되지 않아 926 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페스티벌을 며칠 남기지 않은 요즘엔 하루에 50명 이상씩 회원이 늘고 있다.3일 간 열리는 행사인 만큼 얼마나 잘 뭉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느냐는 이번 페스티벌을 얼마나 잘 즐기느냐와 직결된다.
이 커뮤니티는 행사장 캠핑 구역에 300명이 잘 수 있는 단체 야영장을 마련했다. 단체 캠핑 신청자가 쇄도했지만 공간적 한계로 이 이상이 머물 자리는 마련하지 못했다.

페스티벌 전후로 넉넉히 4박5일 동안 쓸 수 있는 텐트도 대여해뒀다. 캠핑장에 걸어 둘 현수막 문구도 공모 중이다. ‘Rock Will Never Die(록은 결코죽지 않는다)’ ‘몰코(밴드 플라시보 멤버)야, 우리 텐트에 놀러 와’ ‘Tonight, I'mYours(오늘 밤, 난 당신의 것이에요)’ 등 재치있는 문구들이 공모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붉은악마의 붉은 색 수건처럼 이번 공연에서 단체로 들고 흔들 수건도 제작했다.

제대로 공연을 즐기려면 사전에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을 숙지해둬야 하는 법. 이들은 폭우가 쏟아진 16일 서울 홍대 앞 클럽에 모여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영상회’를 열었다.정모(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정기적 모임)와 정팅(정기적 채팅)은 기본. 회원이 전국에 퍼져있어 지역 별 게시판을 따로 만들고 매주 1차례씩 온·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있다.이밖에 이 커뮤니티를 통해 참여 아티스트들의 내한 일정, 최근 동향, 공연 영상, 사진, 음악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영국 팝’(cafe.daum.net/englandmusic)은 록 음악 애호가 사이에선 유명한 온라인 커뮤니티다.2002년 개설돼 2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 커뮤니티도 최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위한 별도 게시판을 만들었다. ‘영국 팝’ 운영진은 이미 2차례 송도 현지 답사를 다녀왔고 커뮤니티의 ‘베이스캠프’이자 단체 숙박 장소로 쓸 모텔 2채를 빌렸다. 이 커뮤니티 역시 이틀 만에 단체 숙박 신청자가 250명이 넘어 200명 선에서 마감했다고. 모텔 주변의 식당도 이미 섭외해놓았다.

회원들이 4천500원에 단체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식당 주인들과 계약을 맺은 것. 정모·정팅은 기본이고 공연을 관람하며 흔들 깃발도 제작해 뒀다.록 음악을 너무 좋아해 무상으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선 외국인도 있다.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데이비드 고트(31·미국)씨는 페스티벌주최 측에 스태프로 일하고 싶다는 e-메일을 보낸 뒤 주최 측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갔다. 결국 주최 측으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고 지금은 페스티벌 주최 측이 해외로 보내는 e-메일, 보도자료 등의 번역을 돕고 있다.

‘싸이 펜타포트 클럽’ 개설자 권씨는 “록음악 팬에겐 수많은 뮤지션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이번 기회가 꿈만 같다”며 “음악은 잘 모르면 좋아하기 힘든데 펜타포트록 페스티벌이 매년 이어진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록 음악을 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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