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전기차단기는 누전으로 녹아내렸는지 절반 정도가 타 있었고 형광등 배선은 엉망이었다.

더 큰 문제는 창문이 방에 하나있는데 형광등을 끄면 밤처럼 캄캄해서 작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핸드폰 불빛으로 비추어가며 전기가 들어오는 상태에서 차단기선을 빼서 새 차단기에 교체했다. 새 형광등으로 바꾸고 선도 새 것으로 바꿨다.

부엌겸 마루로 사용하는 방의 도배와 장판작업이 남았다.

그런데 이곳은 천장이 거의 내려앉아서 도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천장을 얇은 합판으로 얼기설기 붙여놓았는데 오래되어 거의 내려앉아 있었고 언제 천장이 무너져 내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은 천장을 새롭게 만드는 것 말고는 없었다. 각목과 합판을 사서 다시 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못질을 하면 흙이 떨어져 도저히 못질을 할 수가 없어 결국 모든 못질을 드라이버를 사용해 박을 수밖에 없었다. 내려앉은 천장이 편편한 상태가 만든뒤 도배가 시작됐다.

이대근 회원은 “가스렌지와 냉장고의 찌든 때를 닦고 새 담요와 이불을 펼쳐놓으니 할머니께서 끊임없이 고맙다는 말을 하셨다”며 “고작 하루 일하고 마음으로 받은 댓가가 너무 컸었다”고 말했다.

인천사람연대 도배봉사단의 첫 도배봉사였다.

◆우연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도배봉사 = 인천사람연대 도배봉사단은 월2회, 홀로사는 노인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도배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월 1회 도배봉사를 했는데 도배를 필요로 하는 가정이 너무 많아 올해부터는 월 2회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도배라는 특수성과 함께 인력과 돈이 드는 봉사였지만 벌써 햇수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반응도 좋다. 한번 도배를 하고 나면 몇 해씩 그 고마움이 남는다는 장점도 있다.

인천사람연대 도배봉사단은 아주 우연한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됐다. 대학 동창이자 현재 도배봉사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기 대표와 황광열 대표가 술자리에서 제안된 도배봉사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전직 도배사였던 이 대표는 “돌봐주는 사람 없는 혼자살고 계신,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살아 계시는 동안만이라도 깨끗한 집에서 사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겠다”고 말했고 황 대표가 이에 찬성하면서 그렇게 도배봉사는 시작됐다.

이후 황 대표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도배학원에 등록해 도배일을 배웠다. 철도공사에서 일하는 황 대표는 철도공사에서 회원들을, 공항에서 일하는 이 대표는 공항에서 회원들을 모아 도배봉사단을 발족시켰다.

인천사람연대 도배봉사단은 지난 2006년 2월, 나눔 기부 단체인 ‘동행’에서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개별 단체로 활동을 하고 있다.

도배봉사단의 철칙은 돈만 내는 사람은 후원회원, 돈과 봉사를 함께하는 사람만 정회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회원들은 많은 돈은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일부를 나누고 몸으로 실천하며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작은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야간근무를 마치고 지친 몸이지만 즐겁게 봉사를 하고 있다.

홀몸노인과 장애인 가정, 편부모 가정 등 가리지 않고 도배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도배를 해주고 있다.

도배봉사는 3월부터 11월까지만 진행하고 겨울은 쉰다. 그러나 겨울에도 이들의 봉사활동은 멈추지 않는다.

인천사람연대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에 참여해 직접 재배한 유기농 배추로 김장을 담아 도배를 한 가정에 직접 배달해 준다.

올해부터는 한달에 한두번 하는 도배로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어려워 전문과정을 통해 모든 회원들이 도배사가 될 수 있도록 이대표의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지난달 10일에도 십정동 박모 할머니집에서 도배봉사활동이 실시됐다.

이날 도배봉사단 회원들은 안방과 거실, 부엌의 도배는 물론 장판까지 새로 갈았다. 몸이 끈적거리는 여름날의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배를 마친 뒤 나눠마신 맥주 한 캔이 그들이 받은 보수의 전부였다.

◆많아지는 도배봉사활동, 후원이 절실 = 처음 도배봉사를 시작할 때는 도배와 청소정도만 하기로 했었는데 도배가 필요한 집은 장판도 낡고 찢어진 곳이 많아 장판도 교체를 해줘야하고 형광등과 간단한 배선작업까지 해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정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도배지와 장판, 전열기구, 페인트 등 한번 도배할 때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보니 많은 사람들의 후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송진욱 회원은 “도배봉사는 봉사활동으로서의 ‘실천’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아주 힘든 작업이다”며 “힘든 작업이지만 회원들이 직접 활동을 원하거나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도배봉사단이 인천사람연대에 가입한 것도 ‘실천하는 봉사와 나눔’을 표방하는 인천사람연대의 목표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땅에 소외된 계층,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돕고 나누며 공존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

송 회원은 “도배봉사단의 목표는 현재 있는 회원 모두가 도배전문가가 돼 각자의 팀을 만들어 더 많은 분들이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며 “도배봉사단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는 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인천사람연대 (http://www.peoplein.org, ☎032-876-8374) 김요한기자 yohan@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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