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만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을 둘러싸고 공원의 역사적 가치와 복원대상 건축물 가치에 대한 논란이 첨예하다.

“인천의 상징적 공간을 어떻게 가꾸어 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해결하는 과정이므로 냉정한 비판과 토론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건조물 복원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 매우 심도 깊은 학문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출발부터 사업타당성 검토가 당위성으로 몰아가는, 다분히 의도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점에서 복원 방향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보자.”

해반문화사랑회가 20일 오후 7시부터 인천문화재단에서 연 제 15회 해반문화포럼 ‘인천의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관광자원으로의 활용방안’에서 제기된 내용이다. 2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지역내 학계·문화계 인사들이 참여, 자유공원 복원에 대한 열띤 공방을 벌였다.

▲복원에 대한 몇가지 논점

“만국공원 복원과 관련된 논란은 ‘맥락’이냐 아니면 ‘구성성분’이냐는 강조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복원논은 공원이 지닌 장소성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인천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공간으로서 공원을 재계획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창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이 ‘만국공원 복원과 관련된 몇가지 논점’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제기한 의견이다.그는 반대론이 공원 구성요소인 복원대상 건축물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건축물의 실제 복원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제, “그러나 개별 건축물 복원은 만국공원 복원의 중요한 구성성분이지만, 건축물의 디테일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해서 공원의 장소성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특히 만국공원 복원사업은 중구 일대에 새로운 문화공간과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만국공원 역사적 가치 평가와 관련, 김 위원은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배 역사와 관련되므로 복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그는 “20세기 초 제국주의 국가들의 모든 활동을 침략의 일환으로 보거나 해당 국민들의 활동을 제국주의 침략의 첨병으로 간주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한다. “각국 조계지에 거주하고 있던 유럽인들은 일본의 조선 강제병합후 조계지 제도를 철폐함에 따라 경제적 활동이 위축되고 재산권이 침략되는 등 지위가 몰락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러시아 영사관과 영국 영사관, 존스턴 별장 등 복원 후보 건물은 오히려 수탈의 대상”이라고 푼다.

이어 김 위원은 “근대 인천은 식민도시의 성격이 다분하며 문화 역시 식민지 근성을 직·간접적으로 띠게 된다”며 이러한 근대성은 우리의 몸과 의식, 공간, 제도에 내재된 것으로 부정·배제·말소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하고 넘어가야 할 최대의 과제라고 역설했다.복원건축물 가치문제와 관련, 완전복원이라는 용어가 절대적 기준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내놓는다. 원형이 중요한지, 활용이 중요한지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전개한다.

“유물복원의 관점이 아니라 경관 복원을 중시하면서 각각의 건축물들이 기능을 유기적으로 분담, 개항기 역사 문화 아카이브로 또 중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당양한 문화활동의 거점으로 작동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표명한다.

결론적으로 김 위원은 “만국공원은 그 자체로 근대적 공간이면서 근대문명이 유입하는 항구를 조망하는 감시탑이라는 점에서 외세 침탈과 관련한 치욕스런 장소로 규정해서는 안되며 근대를 성찰하는 공원으로 가꾸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건축물 복원의 논리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우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수입과 지방 정체성 확립을 이유삼아 진행하고 있는 건조물 복원의 발상과 구상이 한결같이 무척이나 안이하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우 교수는 건조물 복원 논의시 항상 등장하는 영국 존 러스킨의 저서를 인용, “러스킨은 역사를 위조할 수 밖에 없는 수복행위에 이의를 제기, 수복이란 역사적 유산의 과거 모습을 소생시키기는 커녕 도리에 파괴하는 최악의 방법이라고 잘라말했다”고 전했다. 또 “과거에 위대했던 건축을 수복하는 것은 죽은사람을 일으켜세우는 것과 같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이어 복원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중 지금까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 ‘베니스 헌장’(1964년)의 내용을 들어 반론을 편다.

“수복은 고도로 전문적인 작업이며 오리지널한 재료의 확실한 자료를 존중하고, 추측에 의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고 제시했다. 즉 일부만 남은 유물을 추측해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 자체가 역사에 대한 오류로서 없어진 것은 없어진 대로 놓아두는 것이 옳다고 풀었다.

우 교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복원(혹은 수복)은 매우 철저한 준비와 고증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 해도 원형을 알수 없는 상태에서 추정에 의해 진행하는 복원(혹은 수복)은 현대에서 새로운 가짜를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논지를 맺었다.

이날 포럼에서 지정토론자들도 만국공원 창조적 복원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그대로 추진하자는 쪽보다 문제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소 우세하게 나타났다.건축비평가 전진삼씨는 “그동안의 진행 과정을 들여다볼 때, 복원을 해야한다는 다이아그램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짠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자유공원의 장소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으로 출발, 차근차근 다이아그램을 만드는 접근방식이 필요함에도 실상은 선후가 바뀌었다고 풀었다.

이어 “그동안 연구진이 만들어 놓은 자료는 인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라고 전제, “향후 자유공원을 재계획하려면 과거의 시선에서 머물지 말고 현대성을 갖으면서, 동시에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은석 인천시의원은 복원사업의 모티브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편으로는 역사적 가치와 정체성 도출, 다른 한편으로는 구도심 재생사업 일환으로의 관광자원개발에 모티브를 둘 때 두가지 모두 부정적”이라고 의견을 낸다. 단지 중구 복원을 목적으로 역사성을 도용한 문화적 상업주의라고 비판을 가했다.

이 의원은 276억원에 달하는 사업예산에 대해 “구도심조성을 위해 쓰여질 예산이라면 대상 건축물은 미니어처로 복원하고 나머지 비용은 다른방식으로 개발하는 데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임학성 인하대 강사도 건축물 복원방식과 관련, 공원안 적당한 장소내 미니어처 형태의 복원에 의견을 실었다. 더불어 그는 “역사성과 정체성, 복원의 불완전성, 진보·보수 이념 갈등 소지, 예산 확보, 공원주변 기반시설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하다는 점에서 지금 풀지 말고 차라리 후세에게 맡기자”고 제시했다.

반면, 전영우 인천대 교수는 복원을 하지않았을 경우 대안이 과연 무었인지 반문했다. “맥아더 동상 존치여부가 이념논쟁으로 비화해 이미 인천사람들의 손을 떠난 것처럼 마찬가지로 흉물스럽게 보이는 한미수교100주년 기념탑도 갈등공간으로 들어올 경우 이전은 절대 못할 것”이라며 “이대로 자유공원을 놓아두는 것이 과연 옳겠는가 하는 지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령 추측에 의한 불완전한 복원일지라도 궁극적으로 중구 발전을 위해 공원을 지금 그대로 두는 것보다 낫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는 “근대건축물이 모여 있는 곳이 전국 어디에도 없다는 점에서 사람을 끌어모으는 효과가 크다”며 “창조적 복원 여부를 떠나 도시재생을 위해서 이번 사업은 추진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