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0시30분쯤 동구 송현동 현대제철 맞은편 도로. 1t 트럭과 다마스 승합차 2대가 주차된 사이에 40대 남자가 운전자를 상대로 유사휘발유가 경제적이라며 주유를 권유하고 있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동식 점포를 운영하는 이 남자는 현대제철 주변에 대형 화물차가 많아 매출액이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최근들어 유가(油價)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판매량이 더 늘었다고 덧붙였다. 주 고객은 대형화물차 등 영업용이다. 많이 파는 날은 20ℓ들이 석유통 20여 개나 된다. 한 통에 1만9천원이니, 40여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현대제철에서 인천국제공항과 경서동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이런 식으로 이동식 점포를 운영하는 곳만 8곳에 달했다. 이 남자는 2~3곳에 불과하던 판매상들이 최근에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인천지역에 유사휘발유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지난 2월 대법원이 유사석유제품인 세녹스를 제조한 회사와 대표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고, 이에 따라 관계당국이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유사휘발류 판매량은 줄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앞 도로나 남동공단 진입로, 소래길 등 대형화물차가 많이 오가는 곳이나, 고가도로 아래 등지에는 어김없이 ‘첨가제 한 통(20ℓ), 1만900원’이란 현수막을 내건 판매상이 있다.아예 천막을 치고 자리 잡은 판매상도 있지만, 대부분 이동이 편한 트럭이나 승합차를 이용한다. 1t 트럭은 저장고로, 다마스 승합차는 영업소로 활용한다. 타 시도의 경우, 방문판매까지 횡행하지만 인천지역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있다.

인천시가 올들어 상반기까지 유사휘발유 판매상들에 대한 단속활동을 벌인 결과, 모두 188개 업소를 적발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시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정확히 집계해보진 않았지만 유사휘발류 판매상이 느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유가 상승에 일반 휘발류에 비해 절반 정도의 가격에 파는 유사휘발류를 찾는 운전자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 고객도 화물용에서 승용차로 확대되고 있다.특히 단속에 걸린다 하더라도 벌금이 소액(100만~200만원)이라,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세녹스 점포가 계속 늘어나는 또 한 이유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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