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자 야간학교는 지난 1986년 6월 인천에서 장애인과 사회운동가들이 모여 만든 ‘작은자 모임’에서 출발했다. 작은자 모임은 같은해 9월 서울·인천 상담전화를 개설하고 1987년 2월 ‘작은 청년회’도 구성했다. 작은 청년회는 이후 작은자 야학의 교사로 활동한다.



작은자 야학은 1987년 10월 12명의 교사와 6명의 학생들로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대학생이던 교사들은 정부의 운영 지원비 없이 직접 회비를 거둬 야학의 운영비를 감당했다.

1991년 9월에는 작은자 야학의 학생회가 출범했고 1997년부터 정부에서 야학 운영비도 지원 받았다. 자생적으로 운영하던 야학을 둘러싼 환경이 점차 바뀌어간 것이다.

작은자 야학은 1998년부터 장애인 야학에서 통합야학으로의 전환을 고민하게 된다. 장애인 학생은 물론 비장애인 학생들도 하나둘 입학했기 때문이다. 당시 작은자 야학은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초등반(한글반)을 운영했고 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통합야학으로 발전했다.

또 2003년 기존 건물을 개축하는 것과 발맞춰 자체적인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과정에 적용하면서 전문화된 야학으로 거듭났다.

반면 대학생 교사가 줄고 직장생활을 하는 교사들이 꾸준히 늘면서 야학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직장인 교사는 대학생 교사에 비해 활동성이 부족하고 야학에만 관심을 쏟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 비장애인 학생이 꾸준히 늘어 장애인 학생보다 많아지면서 야학의 정체성에도 혼란을 겪게 된다.

더욱이 지자체와 국가청소년위원회, 한국장애인재단의 재정 지원은 물론 후원인과 동문들의 후원사업 참여가 부족해 재정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야학도 ‘미신고 개인시설’에 머물면서 체계적인 후원사업을 진행하는 것에도 애를 먹었다.

이에 따라 작은자 야학은 2005년 후원사업부를 구성, 운영하는 한편 비영리민간단체의 등록과 재정의 체계적인 관리를 추진했다.

작은자 야학은 2006년 10월 상근자를 채용, 행정사무 업무와 각종 회계업무를 맡게 하고 2007년 3월 인천시청의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또 지난해 개교 20주년을 맞아 특별한 개교기념식을 가졌다. ‘미문에서 작은자까지 26년’이라는 개교기념식이다. 작은자 야학의 뿌리를 되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미문야학은 1981년 5월 당시 부평구 십정2동 성린재활원(현 성촌의 집 강당)에서 문을 열었다. 미문야학은 재활원생의 검정고시 준비를 도우면서 첫발을 디뎠고 1981년 야학이라는 체계를 갖추고 개교했다.

미문야학은 이후 작은자 모임의 결성과 함께 정체성을 이어가 작은자 야학으로 발전하게 됐다.

작은자 야학은 현재 30명의 교사가 31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초등기초반부터 초등진급반과 중등, 고등반 등 모두 4개 반을 운영한다. 한 반은 5~6명의 학생들로 구성한다.

교사들은 야학의 역사만큼 5년 이상의 경력교사가 절반을 차지한다. 15년동안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사도 있다. 이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야학을 통해 상급학교로 진학한 장애인들 가운데 일부는 야학으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현재 3명의 장애인교사가 참여하고 있다.

작은자 야학 장종인 간사는 “작은자 야학은 많은 분들의 노력과 격려로 20년 세월동안 야학을 지켜왔고 현재는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에서 가장 오래된 야학일 만큼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며 “앞으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워가는 전문화된 야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사랑을 쏟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철거위기 놓인 ‘작은자 야학’

작은자 야간학교는 지난 1995년과 2006년에 이어 또 다시 야학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위기에 놓여있다.

작은자 야학은 1990년 성촌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인 인천시 부평구 십정2동 ‘성촌의 집’ 앞 마당에서 생활하다가 창고로 쓰이던 1층 건물 위에 30㎡ 규모의 가건물을 짓고 이전했다. 이 가건물이 지은지 10년이 지나면서 오래되고 낡아 2003년 8월 현재의 건물을 신축한 뒤 옮겼다.

지난 2006년 9월 부평구청은 항공사진 촬영결과 야학 건물이 불법건축물로 판정이 났다며 같은해 10월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전 건축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이라는 것이다. 야학 건물은 앞서 1995년에도 자진 철거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작은자 야학의 교장과 교사대표 등은 교사·학생 공동회의를 열고 부평구청측과 면담을 벌이는 한편 ‘야학 건물 철거반대 범국민성명운동’도 진행했다.

결국 작은자 야학은 건물의 사전 건축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벌금을 내고 건물을 합법화하는 방안을 찾았다.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건물을 건축 이후에 합법화하는 ‘추인’이라는 절차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야학 건물은 성촌재단의 소유로 이르면 다음해, 늦어도 2010년까지는 건물을 비워줘야 하는 형편이다.

성촌재단은 현재 성촌의 집 건물이 낡고 오래돼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이 1~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작은자 야학은 새로운 공간을 마련, 이전해야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 야학 건물은 학생수에 비해 너무 비좁아 전동 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인 학생은 물론 신입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다 넓고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작은자 야학 장종인 간사는 “현재 야학 건물은 조립식으로 지어져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보니 학생들이나 교사들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며 “더욱이 건물이 좁고 재건축 때문에 비워줘야 해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야학을 아끼는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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