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신지와 세 살 신민이는 자매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벌이와 집안 일을 병행하던 엄마는 과로로쓰러져 먼저 세상을 떠났다. 두 아이를 기르면서는 일을 할 수 없던 아빠는 아이들과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잠깐 동안의 이별을 결심했다.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찾은 신지와 신민이는 아빠가 상담을 받는 내내 새끼오리처럼 아빠만 졸졸 따라다녔다. 떨어져 살게 된 것을 알았는지 위탁가정에 맡겨지기 전날, 밤새 울며 보채고 먹지도 않는 아이들을 보며 아빠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신지와 신민이는 위탁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위탁 아빠가 출근하는 것을 보려고 일찍 일어나는 신지, 밥을 먹을 때 위탁 아빠의 숟가락을 챙겨주는 신민이. 사랑이 넘치는 이 아이들과 다시 한 집에서 살 날을 기대하며 아빠는 열심히 살고 있다.

어린이재단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 홈페이지에는 위탁 아동들과 부모들에 대한 눈물 어린 사연이 빼곡하다. 장애를 가진 부모가 아이를 위탁가정에 맡길 수밖에 없던 사연, 한부모 가장이 삶의 희망을 찾기 위해 이별을 선택해야 했던 사연.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는 위기의 가정에 희망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를 맡아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재단은 미국 기독교아동복리회 한국지부의 지원으로 광복 후인 1948년 부터 국내 빈곤 아동 및 전쟁 고아들을 지원한 단체다. 지난 50년 동안 30만 명의 아동들이 어린이 재단의 도움을 받았다.

어린이재단의 사업 중 아동을 위한 가정위탁보호는 친부모가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 가족해체를 예방하는 것이 취지다. 또 아동들이 위탁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입양과는 달리 가정위탁은 길게는 2~3년 일정기간 양육된다는 특징이 있으며, 친인척 등에 의해 개인적으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계획, 실시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다. 또 위탁을 맡게 되는 부모는 소정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아동을 양육하는 과정에서도 센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가정위탁은 크게 일반위탁가정과 대리양육가정, 친인척 위탁가정으로 나뉘는데 일반위탁은 위탁을 희망하는 일반 가정에서 친부모 대신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대리양육가정은 부모를 제외한 법적 부양의무자인 친인척이 아동을 양육하는 것이다. 조부모 등이 이에 속한다. 친인척가정위탁은 법적 부양의무자가 아닌 친인척이 아동을 양육하는 것을 의미한다. 백부와 이모 등이 포함된다.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는 6월 말 현재 894명의 아동이 669세대에서 위탁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중 조부모에 의해 양육되는 대리양육가정이 571명으로 가장 많고, 친인척위탁가정이 243명으로 뒤를 잇는다. 센터에 따르면 최근 들어 친인척 및 조부모에 의한 위탁 보다 일반 가정 위탁을 희망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위탁부모를 선발하는 데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범죄 및 가정폭력, 아동학대, 알콜·약물중독 등의 전력이 없어야 하고 이 같은 사실을 이웃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위탁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일반인에 의한 위탁보호일 경우에는 더욱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위탁 아동을 부양하는데 있어 충분한 재산이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위탁 가정에 대해 소정의 보육비를 제공하지만 이를 악용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또 가정이 화목한 것을 물론, 공립아동상담소 또는 2인 이상의 이웃주민 추천을 받아야 한다. 또 위탁 부모의 나이는 25세 이상이어야 하며 위탁아동을 포함해 자녀 수가 4명을 넘어서는 안된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준비된 가정’만이 상처 입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길러 낼 기본을 갖춘 것으로 본다.

조건이 만족된다고 해서 곧바로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위탁지원센터는 위탁이필요한 아이가 발생한 경우 해당 주민센터에 위탁 필요 신청을 한다. 해당 주민센터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가정 방문을 통해 보호대상아동조사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가정위탁지원센터에 위탁 요청을 하게 된다.

가정위탁지원센터는 사례 회의를 통해 위탁을 결정하고 아동을 만나 친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야 위기 아동은 안전한 가정에서 보호될 수 있다. 위탁 아동 100명이 지닌 사연이 100가지다 보니 투명하고 세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일반 위탁 부모들은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수 년 간 길러온 아이들과 정이 들어 떠나보내기 힘들다고 한다. 미혼모의 아이를 위탁해 기르던 어느 가정은 아이를 도저히 떠나 보낼 수 없어 입양한 후 아이가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위탁 부모들 중에는 특정 연령 및 성별을 선호하는 부모도 있다. 이는 새 둥지를 찾고자 하는 아이들에 비해 등록된 위탁 부모의 수가 적어 생기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나마 위탁 부모를 찾아 일시적으로 둥지를 찾게 된 아동들은 다행이다. 많은 수의 아동들이 위탁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보육원 등 시설에서 머무르게 된다. 특히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위탁 부모를 만날 가능성이 크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 위탁을 거부하는 일도 벌어진다. 아이가 위탁을 원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그룹 홈 등 다양한 지원이 연계돼야 하지만 인천의 경우 아직까지 시스템이 열악한 편이다. 연령과 성별, 아동 특성에 따라 아이를 보호해 줄 시설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또 대부분의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위기 가정 아동들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저소득 및 차상위 계층 부모를 위한 자립 지원도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과제 중 하나다.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 서지영 사례관리팀장은 “1~2년의 가정위탁을 통해 부모들이 완벽한 자립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적다”며 “잠시 동안 위기 상황을 유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부모들이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을 갖고 꾸준한 교육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의지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께하며 진정한 식구로…

오는 8월7일 위탁가정 17세대가 경기도 화성시 ‘하내테마파크’로 여름 여행을 떠난다. 위탁아동과 위탁부모는 물론, 위탁부모의 친자녀, 대학생 자원봉사자 등 약 60여 명이 함께 떠날 예정이다. 한국마사회 인천남구지점의 후원으로 마련된 2008년 제5회 위탁가정 여름캠프는 비혈연 관계인 일반 가정에 위탁된 아동을 위해 마련됐다.

일반 가정에 위탁된 아동의 경우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 생활방식의 차이, 경제적 부담감 등 부적응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위탁 가정도 위탁아동과 친자녀와의 갈등 등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캠프는 여름 방학을 이용해 가족 응집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2007년 캠프에서도 95%의 가족들이 ‘가족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답했다. 일반위탁 부모들 간 친밀감을 향상하고, 양육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캠프는 다양한 놀이로 꾸며질 예정이다. 더위를 날려버릴 물놀이가 수영장과 갯벌에서 진행되고 가족의 단합을 위해 위탁아동, 부모, 친자녀가 함께 도미노 게임도 한다. 늦은 밤 모닥불에 모여 앉아 캠프파이어를 하며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도 갖는다.

둘째 날 행사에서 위탁부모들은 다도원에서 차를 마시며 위탁 아동 양육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 시간 위탁아동들과 친자녀들은 명랑운동회에서 화합을 배우게 된다.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는 캠프를 통해 가족이 겪을 수 있는 부적응 및 갈등요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세 이상 위탁 아동의 정서적, 경제적 자립을 위한 ‘세상날개달기’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2003년부터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 특화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세상날개달기는 위탁 아동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성격유형검사 및 집단상담, 성공한 직장인과의 상담, 봉사체험, 문화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계획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올해 세상날개달기 프로그램은 여름방학 중 총 5회에 걸쳐 실시되며 회기당 15명의 위탁아동이 참가할 예정이다. 아이들은 특히 장애영아아동 생활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긍정적인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고 한다.

세상날개달기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면서 위탁아동자조모임이 연5회 열리고 있다. 비슷한 아픔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위탁아동 자조모임에 참가하고 서로에게 지지자가 돼 주고 있는 것이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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