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시사·문예지를 찾아서-1.시각

지난 1997년 가을에 창간한 ‘시각’은 9년 동안 한번의 정간도 없이 통권 35권이라는 연혁을 지닌 미술비평 계간지이다.'시각’의 모태는 젊은 미술학도들의 공부모임 ‘지역미술연구모임’이다. 강선미, 권봉교, 류희경, 원웅, 민운기 등 8명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1995년 4월 남구 신기촌의 한 사무실 임대해 공부방을 만들었다. 2년간 지속적인 세미나를 거쳐 인천의 미술현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나온 잡지가 바로 ‘시각’이다.

“당시 인천은 미술을 비롯한 전시 등 행사도 드문 편이었지만, 전시가 끝나도 리뷰나 평가가 부재한 상황이었습니다.”

편집위원과 발행인 두 직함을 가진 민운기씨는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지역미술 비평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시각’지는 ‘지역미술연구모임’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중간보고이면서 인천 내부에서 미술에 관련된 정보교환의 장이었다.잡지의 제호 ‘시각’은 ‘see’ ‘view’ ‘opinion’ ‘time’ 등 중층적 성격이 함축되어 있다고 민씨는 전한다. 제호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지역미술연구모임’에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란다.창간초 2만원씩 연회비를 내는 후원회원 100명이 재정적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편집방향이 구체화되면서 후원회원이 줄어들었다. 우선 실험성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인천미술의 새로운 입각점을 모색했다. 미협과 민미협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제3의 대안을 찾는 것에 정체성을 두었고, 작가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매체가 아님을 표방했기 때문이다.창간이후 3년 동안 잡지를 펴내는 데 힘들었다는 민씨는 비용절감을 위해 3호부터 잡지 편집작업까지 맡는다. 당시 문예진흥기금을 받으려면 3년 이상의 축적된 연혁이 있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지원조차 받지 못했다.

1천부를 발행하는 ‘시각’은 유가지로 전환하는 것을 경계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 판매하다보면 독자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편집위원을 중심으로 스페이스빔 회원들의 의지와 소신을 확인하고 지속시켜 나가는 것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3, 4년 전부터 인천의 문화정책과 이슈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간 중앙이나 지방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수동적으로 머물면서 더욱 정체하게 됐다는 자기반성의 일환이다. ‘문화市長의 출현을 바란다’ ‘한심스런 비엔날레 개최’ 등의 논고가 바로 그러한 성격의 글이다.

지난 봄 발간된 35호부터는 판형과 목차를 대폭 개편했다. 공책 규격에서 정사각형 규격으로 외형적 변신을 꾀하면서, 글, 그림, 말 등의 세 섹션으로 나눠 컨텐츠를 배치했다. 이달말엔 여름호가 나온다. 통권 36호다. 한 권 한 권 발행할 때마다 사연이 없었던 적이 없다는 민씨. 그는 스페이스빔이라는 커뮤니티의 고민을 ‘시각’를 통해 일관되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한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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