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고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불법 주차대행과 함께 택시의 바가지 요금 횡포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개항때부터 꾸준히 개선책을 마련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

택시의 바가지 요금은 인천공항에서 택시를 타 본 사람들은 누구나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만이 아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는 더욱 심하다. 그래서 시내와 달리 인천공항에서는 거의 택시를 타지 않는다.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서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 공항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택시 때문에 평가 절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택시의 바가지 횡포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인천공항에는 인천과 서울 등지에서 손님을 태우고 공항에 내려주면 택시기사들에게 택시 대기장의 번호표를 준다. 번호표를 받은 택시는 각 지역별로 구분된다. 보통 인천, 경기, 서울지역으로 구분하며 일반택시와 모범택시, 대형택시 등의 대기장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

이들은 여객터미널 대기장으로 나오기에 앞서 장기주차장에 마련된 택시 주차장에 오랫동안 머문다. 이곳에는 매일 수백여대의 택시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택시기시들은 자신들의 번호표가 나올때까지 기다리면서 운동삼아 족구를 하거나, 바둑, 장기 신문 읽기 등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 식사도 해결한다.

대기시간은 지역 택시마다 다르지만 보통 3시간 이상이며, 모범 택시의 경우 승객이 많지 않아 24시간 이곳에서 보내기도 한다. 이곳에서 오랜시간 기다리다 지친 일부 택시기사들은 밤에 공항신도시의 술손님들을 위해 대리기사도 한다. 일명 ‘투잡스’ 를 하는 것이다.인천공항의 택시 요금이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통 3시간 이상 기다리다 대기표를 받고 여객터미널 커브사이드에 나가더라도 이곳에서 또 손님을 태우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한참 기다린 끝에 대기장에서 손님을 태우기 때문에 그 기다린 시간을 결국 택시 승객에게 요금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시내에서 택시들은 승객이 있건 없건 돌아다니지만 인천공항에서는 기다리기가 지겹고 힘들지만 장거리 승객만 태우면 하루 일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택시의 바가지 횡포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 등 거리별 실제 측정을 통해 요금 안내판을 곳곳에 세워놨지만 서울과 경기도는 지난해, 인천은 올 2월 택시요금이 인상되기전의 요금표를 교체하지 않는 채 버젓이 놔 뒀다가 본보 보도가 나가자<본보 15일 4면>, 요금표를 아예 삭제해 버렸다.이 요금표는 오히려 택시기사들이 승객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우기 위한 빌미로 제공했다.

삭제하기전 인천공항 택시 요금 안내판에는 일반 택시의 경우 인천은 2만4천원, 서울시청은 4만2천원, 영등포는 4만1천원, 분당은 4만9천원, 일산은 3만3천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 요금을 주고 탄 승객은 거의 없다.인천의 한 변호사는 비즈니스로 해외에 갔다 오다가 인천공항에서 남동구 구월동까지 5만원을 줬다. 여기에 인천공항 고속도로 통행료 3천300원은 별도이다. 중국인 권모씨(72·여)는 인천에 살고 있는 친지집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 인천공항에서 남동구 만수동까지 무려 13만원을 줬다. 인상되기전 요금 안내판보다 무려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서울시청 주변의 모 호텔까지 택시를 탄 외국인은 무려 15만원을 줬다고 한다. 세미나 참석차 입국한 이 외국인은 인천공항의 택시 요금 횡포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인천공항 택시 요금은 안내판의 요금보다 택시기사들이 부르는게 요금이 된지 오래다. 한 택시기사는 “승객들이 택시를 타기전에 요금표에 관계없이 메타 요금에 기본 20%를 더 요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한 공항이용객은 “택시를 타고 가고 있는 상태에서 요금 때문에 실랑이를 벌여봤자 인천공항 고속도로 상에서 내릴 수도 없어 택시기사가 달라는데로 줄 수 밖에 없다”며 “나중에 신고할 생각도 했지만 귀찮아서 안한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웃돈을 요구하는 택시기사들의 신고를 받고 있지만 올해 한 것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택시 대기장에서 기다리를 시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등 인천공항의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먼저 택시 대기장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또한 인천시가 꾸준히 제기한 ‘택시 실명제’ 도입과 해외공항의 사례 등을 수집, 적용해 보는 것도 바람질 할 것이다. 그래야 인천공항은 택시 요금의 횡포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준철기자 terryu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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