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 이스라엘 영화인들을 만나다
두키 드로르, 달릿 키모르, 아미르 골딘

이스라엘엔 모두 호전주의자들만 살고 있는가. 이들은 모두 시오니스트들일 뿐인가.뚜렷한 명분없이 레바논을 침공, 제5차 중동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국제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명분은 자신들의 병사 한 명을 납치한 헤즈볼라에 보복을 가하겠다는 것.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팔레스타인의 집권세력이자 무장단체이기도 한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에 무려 40여 곳의 거점을 두고 하마스를 지원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만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수 있다. 기껏해야 이스라엘에 대한 변명만 듣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완벽한 오해이자 편견이고 선입견이다.이스라엘에도 평화주의자가 있으며 반전주의자가 있다.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열린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바로 그런 이스라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감독 두키 드로르와 달릿 키모르. 그리고 아미르 골딘이라는 이름의 중년남성이었다. 아미르 골딘은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아들의 유산’에서 나레이터를 맡은 인물로 이 다큐는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테러로 아들 옴리 골딘을 잃든 아미르 씨 본인의 이야기다.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이스라엘로 돌아가기 하루 전인 지난 14일, EBS의 한 접견실에서 이들 세사람을 만났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모두들 긴 침묵)두키 드로르=지금 여기 오기 30분전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매우 당황스럽고 우울하다.

▲아미르 골딘=이스라엘처럼 작은 나라에서는 형제의 이야기가 큰 이슈가 되는 법이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다 같이 뭉쳐 싸운다. 국경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해 이스라엘 군인이 납치됐다.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그들이 이긴 것처럼 보일 테니 이스라엘이 공격을 가했을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슬람 무장단체에 대응하는 방법은 무력밖에 없다. 이런 방식으로는 테러행위가 계속 늘어날 뿐이다.

▲달릿 키모르=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은 모두 평화를 원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싸움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에 의한 것이다. 과거에는 역사적이고 지역적이었던 문제들이 지금은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들로 변질돼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정부와 정부가 대립했지만 지금은 갖가지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이 서로 싸운다는 점이 다르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이 이들의 싸움에 끊임없이 희생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아미르 골딘 씨는 폭탄테러로 아들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EBS TV를 통해 방영된 ‘아들의 유산’이 바로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심한 건,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 사회 내에 팔레스타인과 화해와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그 과정엔 어려움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있어 ‘아들의 유산’은 평화를 위한 하나의 ‘미션’과도 같았다.

-두키 드로르 감독은 ‘반 누엔의 여정’을 내놨던데.

▲1979년 베트남을 떠나 망망대해를 떠돌던 일련의 보트피플들이 이스라엘에 와 정착한다. 반 누엔은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자란 이른바 베트남 2세 여성이다. 내 작품은 이스라엘 사회 내의 또 다른 ‘정체성’에 대한 얘기를 다루는 내용이다. 이스라엘 사회는 전쟁말고도 해야 할 이야기가 많다. 그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달릿 키모르 감독의 ‘피클스’란 작품은 어떤 내용인가?

▲남편을 잃고 이스라엘 남서부 탐르아에 사는 8명의 아랍여성들이 피클 공장을 운영해가며 겪는 우여곡절을 그린 내용이다. 세상 누구와도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주변 아랍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 국민들, 한국의 영화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미르 골딘 씨가 대표로 말해 달라.

▲이스라엘은 복잡한 나라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두 전쟁에만 나가는 것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평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게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모두 평화를 위해 애쓰자.

오동진 영화전문기자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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