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이하 인천의제21) 제6기가 공식 출범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인천의제21의 운영위원 및 5개 분과에서 활동하는 위원 120여명이 참가했다. 지난 1998년 10월 ‘의제’를 작성·선포하며 출범한 이후 전체 분과가 한데 모여 출범식을 열고, 워크숍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임 이흥우(53) 상임회장은 “그 동안의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제도와 정책 변화에 따른 의제 재작성을 추진할 것이다”라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지난 5기까지 인천의제21은 인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여러가지 사업을 추진해왔다. 인천하천사랑운동과 담장없애기운동, 해안철조망 철거운동 등 가시적인 사업에서부터, 시민의식 전환 등 무형의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특히 이들 사업은 인천시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하천사랑운동의 경우, 현재 별도로 구성된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에 의해 굴포천·장수천에서 지속적인 사업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인천의제21이 4년 전에 제안해 출발했던 담장 없애기 운동은 인천시 행정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300만 그루 나무심기 또한 300만 평 공원조성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상임회장은 “인천의제21이 벌여온 사업 인천시의 핵심사업으로 자리를 잡기도 했으며, 국내외 다른 ‘의제’의 모범이 되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초로 6개 군·구에 기초의제을 구성하는 등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했다.”고 평가했다.하지만 이런 탄탄한 성과에 기반을 둔 6기의 출범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예·결산 처리에 문제점이 드러나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기도 했고,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시의 예산 지원액이 전년의 5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억원이 는 3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조직의 구성 및 운영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했다. 분과위원회와 실행위원회, 운영위원회로 이어지는 조직 구성은 의사결정에 비효율성을 가져왔다. 최고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는 실행위원회에 그 기능을 넘겨주다시피하며, 기구표 상에만 있는 형식적인 의결기구로 전락했다.특히 지난해 말, 인천의제21이 출범한 이후 5기까지 상임회장을 맡았던 오경환 신부의 퇴임과 함께 조직내부에 혼란이 일었다. 운영위원회 구성이 몇달간 지지부진하면서, 올초 개정한 조례대로 조직의 틀을 바꾸는 작업도 함께 늦어졌다. 심지어 상임회장 자리를 둘러싼 잡음마저 일었다. 올 상반기 인천의제21의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이 상임회장은 이런 문제점들을 “일로서 풀어가겠다”고 짧게 대답했다.인천의제21은 우선 개정된 조례대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운영위원회와 사실상 중복돼 마찰을 빚었던 실행위원회를 없앴다.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와 전문분야별 실천과제를 추진하는 분과위원회 등으로 정비했다. 다만, 분과위원장들을 포함됐던 실행위원회를 없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운영위원회에 각 분과의 위원장들이 참여한다.

예·결산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바로잡고, 인천의제21의 실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무처의 기능을 강화했다.그는 “각 위원 간의 관계, 운영위원회와 분과위원회의 관계, 시의제와 기초의제의 관계, 더 나아가 시민과 기업과 행정의 관계나 의사소통이 보다 원활해지도록 애쓰겠다”고 밝혔다.

인천의제21이 그 동안 벌여온 사업의 성과는 높은 반면, 시민적 확산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한 조치도 마련했다.각 군·구의 기초의제21과 함께 ‘광역기초협력회의’를 구성해 협조관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특히 기초의제에서 추천한 위원 2명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의제 ‘실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기초의제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이다.

각 분과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통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새롭게 홍보업무를 강화하는 한편, NGO소래해양생태학습 운영팀과 지속가능마을 추진팀 등 각 분과가 함께 참여하는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이 상임회장은 “한 분과 사업을 꼭 해당 분과에서 맡아하기보다는, 한 사업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여러 분과가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록 사업 수가 적더라도, 의례적인 사업보다는 꼭 필요한 시범 사업을 잘 선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천의제21의 역할을 “우리 인천 시민과 기업, 행정이 함께 바라는 목표나 방향에 대해 함께 협의해 추구할 목표나 실천과제, 즉 ‘의제’(Agenda)를 작성하고 그 의제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 그에 따라 민·관·기업이 합심해 선별된 시범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인천의제21은 일반적인 시민단체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적 특성에 따라 지방의제를 차지하는 시민단체의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의제를 구성하는 또다른 주체인 행정과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가야하는 구조라 그렇다.

이런 점에서 그는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린, ‘지방의제’가 지방정부의 한 조직으로 편성돼 있는 다른나라의 예를 들며, 행정의 적극적인 참여를 아쉬워했다.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도 고민 중이다. 지금껏 기업의 사회적 역할만 ‘강요’해던 방식을 바꿔보겠다는 각오다.

이 상임회장은 “가령 지역의 문화를 발전하기 위해 메세나 운동을 벌인다치면 거의 대부분이 기업에 손을 벌리고 반 강제적으로 돈을 내놓으라는 식이다. 환경문제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있다. 이런식의 잘못된 습관을 바꾸자는 것이다. 강요보다는 기업의 모범사례와 이를 통해 기업이 얻는 이득을 전파해 자발적으로 기업이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정책에서 소외된 인천지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현황을 파악하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지방의제는 리우환경회의에 따른 UN의 ‘권고’로 설치된 조직이다. 근거를 삼을 만한 상위법이 없다.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따른 점도 있다. 정부는 이런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법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PCSD)가 이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인천의제21을 비롯한 지방의제의 기능과 역할에 큰 변화가 온다.

그는 “의제의 실천계획이나 사업들이 시민, 기업, 행정 3주체가 약속했던 바대로 시 정책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 시민들은 이를 잘 실천하는지, 기업들은 제 역할을 잘 하는지, 더불어 이러한 것들이 점차 구, 동으로 확산되는지, 우리가 만들었던 지표를 통해 확인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제도와 정책 변화에 따른 의제 재작성을 추진할” 뜻을 내비치친 그는 의제 출범 10년에 앞서, 그동안 했던 의제 사업이나 만들었던 의제 자체에 대한 평가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상임회장은 “지금 인천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곁에 있는 귀중한 모든 것들이 지속가능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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