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17일(현지시각)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후 첫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갖고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노력하되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동’이라도 열기로 했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워싱턴 시내 한 음식점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오찬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5자회담이 열릴 경우 “대북제재안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9·19 공동성명에 북한에 제공할 혜택이 있으니 그것을 어떻게 제공할 것이냐를 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도 “어떤 이유로든 북한의 6자회담 불참으로 5자회담이 열리면 6자회담을 작동케 한다는 정신에 따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이날 수석대표 회담에서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통해 확인된 국제사회의 일치된 메시지를 냉정히 인식, 더 이상의 상황 악화 조치를 자제하고 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복원토록 유도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나가기로 했다”고 주미대사관은 밝혔다.

6자회담이 열리지 않을 경우 5자회담을 여는 시한에 대해 천 본부장과 힐 차관보는 기자들에게 “북한이 가능한 빨리 6자회담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할 뿐 시한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힐 차관보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며칠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메시지를 이해할지 보자”고 말하고, 내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을 순방할 예정인 점 등을 감안하면, 이달말이 6자회담 재개나 5자회담 개최 전망에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5자회담 개최 여부에 관건인 중국의 입장과 관련, 천 본부장은 “러시아는 문제없는 것 같고, (당초 반대하던) 중국도 지난 며칠동안 조금 융통성이 생긴 것 같은데, 더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특히 5자회담이 열릴 경우 9·19 공동성명 이행 방안과 관련, “6자회담의 조직·운영 개선안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실무그룹을 만들어 회담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도록 해 진도를 빨리 나가게 하는 방안”과 정례화 방안 등을 한국이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대북 결의 이행방안에 관해 힐 차관보와 어떤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천 본부장은 “결의 이행의 의무 대부분은 북한에 있으므로 이행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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