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생산품이라는 딱지를 스스로 뗄 것입니다. 품질로 경쟁력을 갖추고, 착한 기업이 되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먹거리를 통해 건강을 판매하겠습니다.”

(사)함께 걷는 길벗회(대표이사 박종렬, 인천시 남구 숭의3동) 사람들은 요즘 지적 장애인 작업장 근로자들의 경제적 자립 기반을 위해 지난 2005년 시작한 장애인직업재활사업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상적 작업장 재활사업으로 조립 임가공 작업을 하고 있으나, 요즘 의욕적으로 벌이고 있는 주력 사업은 매실액기스(원액) 사업이다.

매실고추장, 간장, 청국장과 함께 강원도 화천의 ‘청인정방’(http://www.cheon-in.co.kr)에서 만들고 있는 웰빙식품 사업이다.

지난 94년 발족한 ‘함께 걷는 길벗회’는 인천지역의 열악한 장애인들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장애아동·청소년과 동시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재활교육을 목표로 조기교육과 통합교육, 사회적응 훈련을 통해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2000년 들어 사회복지 사단법인으로 발달장애아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했고, 2005년 남구장애인재활센터를 위탁받아 현재 숭의3동 3층 건물에 주간보호센터와 단기보호센터, 보호작업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10여년 인천지역에서의 장애인 자활운동과 사회적 참여운동을 바탕으로 길벗회는 지금 ‘자연속에서 함께 걷는 장애인 생활공동체’를 기치로 웰빙 수익사업 계획을 수립, 본격화하고 있다. 길벗회는 이를 위해 지난 2005년 한용걸 전 상임이사가 강원도 화천에 장애인들의 자활과 삶을 위한 ‘그루터기’로서 청인정방을 건립했다. 전통방식의 부엌과 구들이 마련돼있는 청인정방 생산품은 모두 자연을 소재로 생산된다.



발효재료인 짚, 불을 때는 참나무, 세척하는 물까지 인공적인 것이 없이 자연 그대로 인 것이다. 청인정방은 생산 기반을 위한 장소임과 동시에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여가생활과 독립생활 지원을 위해 황토집을 개방하기도 한다.(☎ 033-441-6577)

올해 3년째 접어드는 매실액기스 제조 및 판매 사업은 전남 광양에서 구입한 청매실을 화천 북한강변에서 발효시켜 생산해낸다. 내년부터는 화천에 직접 심은 매실을 따서 액기스를 만들 예정이다.

길벗회 장애인 근로자 15명을 포함, 가족 37명은 이달 5일 3박4일 일정으로 매실액기스 사업을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 광양에서 청매실을 구입하고 화천으로 싣고왔다. 장애인 근로자들은 이를 씻고 골라내 정백당과 함께 1대 1의 비율로 섞어 옹이에서 발효시키는 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요즘 매달 1, 2차례씩 화천으로 출장을 나가 장류와 매실액기스 제조 공정에 참여한다. 버스로 3시간 반이면 닿은 화천에 1, 2명씩 개인이 갈 때도 있고 단체로 갈 때도 있다.

길벗보호작업장은 또 지난해부터 청국장 가루, 된장, 간장 등 신상품을 생산하고 판매를 개시했다. 된장을 만드는 메주는 화천지역 청정수와 화천에서 생산된 100% 소립종 콩,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여 전통적 방법으로 제조하고 있다. 매실고추장도 100% 찹쌀과 매실액기스를 이용하고 옹이에서 자연 숙성시킴으로 월등한 맛과 품질을 보증한다. 간장을 다릴 때도 참나무를 이용, 큰가마솥에서 다려 전통의 맛을 유지하며 청국장은 구들장에서 볕짚과 함께 발효시켜 영양소가 풍부하다.

이같은 작업 과정에 참여하며 장애인들은 자연과 교류하며 근로 의욕을 높이고, 일하는 기쁨과 보람을 깨우치고 있다. 길벗보호작업장은 2005년 9월 청인정방에서 시범적으로 매실액기스를 생산했고, 지난해 1.5톤을 생산해 추석을 앞두고 선물용으로 판매했다.

6월에 담그고 숙성시켜 지난해 까지는 대부분 9월 추석 선물용으로 장애인공판장, 기관·단체를 통해 판매해왔다. 올해는 4톤의 매실엑기스를 출하할 예정이다. 선물용과 함께 포장비를 절감해 패트병에도 담아 연중 일반에 판매할 계획이다. 단체, 교회, 상공회의소 등 유관기관과 바자회, 대학축제 등 행사를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판로를 개척해가고 있다. 올 매출목표는 8천만원. 사업 수익금은 장애인 근로자들에 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복리후생을 개선하는데 쓰인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청인정방’ 상품이지만, 길벗회는 지적 장애인들이 순수하게 만든 브랜드가 모든 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우수한 웰빙식품으로 인정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길벗장애인보호작업장은 2~3명의 사회복지사, 직업재활사들이 장애인에 대한 대인관계, 일상생활, 직업훈련을 맡아서 함과 동시에 경영 마인드를 갖고 마케팅, 개발, 운영에 나서야하는 이중 삼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경쟁력있는 품목을 개발하고 유통망을 구축하고, 홍보·판매하여 수익을 내기까지 아직 경영 전문가의 손길과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낮은 인식도 장벽이다.

이에대해 길벗 장애인보호작업장 박수진 시설장은 “우리 같이 정직하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도 그것을 만든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품질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래서 길벗 사람들은 그 때마다 품질과 신뢰로 그 딱지를 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근로자들에게도 만족을 주는 기업, 장애인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의지가 여기에 담겨있다.

장애인들이 먼저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걷는 길벗이 되자고 다가서고 있다.

여가 활동·교류의 장 마련
길벗장애인보호작업장 문화·교육 프로그램

길벗장애인보호작업장은 기본적으로 장애인의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직업훈련을 하는 곳이다.

현재 이곳 근로 장애인들은 오전 9시30 에서 오후 4시30분까지(월~금) 일하고 귀가한다.

이들을 위해 보호작업장은 직업 훈련외 몇몇 중요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마임강습이다. 지난해 부터 남구청 지원으로 ‘극단 마임’과 함께 하고 있다.

저글링, 풍선 만들기, 마임, 연극, 노래, 마술 등의 내용으로 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시작하여 올해까지 매주 1차례씩 진행하고 있다.

언어로서 자기표현을 하는데 한계를 가진 지적장애인들이, 예술을 통해 욕구와 끼를 표현하고, 여가를 활용하며 비장애인들과 교류하는 장으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어느새 저글링이 특기가 되어 공 3개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장애인도 있고, 즉흥적인 상황극에서 배우 역할을 능숙하게 하기도 한다.

이들은 오는 10월에 열리는 국제마임축제에 참여해 그 기량을 발휘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프로그램은 성교육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지적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성인으로서 자립적인 생활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게는 그것을 학습하고 실현할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교육은 단순히 성적인 지식을 학습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표현, 상대방에 대한 예절, 결혼과 가정, 생명의 신비 등에 대한 토론과 체험학습으로 진행되며, 가족에 대한 교육과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가족관계강화프로그램, 지역의 시설이용을 용이하게 하는 지역사회시설 이용강화를 중심으로 한다.

이외에도 보호작업장에서는 전시회 관람, 조폐공사 견학, 마라톤 참가 등의 여가활동이 다양하게 이뤄진다. 이번 여름에는 숲 체험과 병영체험도 계획돼 있다.

송정로기자 goodsong@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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