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송암미술관 리노베이션 시동…박물관 분관체제 시대 열리나

인천시는 올초 문화예술 주요업무 계획을 밝힌 자리에서 시 산하 박물관인 시립박물관과 송암미술관, 검단 선사박물관을 본관-분관체제로 운영하겠다고 공표했다.구·군마다 동시다발적 테마박물관 건립이 추진되고 일부는 문을 열고 있으나 상호 운영 효율화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이 부재함에 따라 시 운영주체인 3곳 박물관부터 선험적으로 분관체제로 가겠다는 정책 표명이다. 시점은 송암, 검단 등 두곳이 개관하게 될 하반기로 잡았다.

사실, 시립박물관을 정점으로 한 분관운영은 그동안 수도 없이 지적,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한참이나 늦었지만, 속속 개관하게 될 테마박물관의 일관성 있는 운영정책에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후 송암미술관 인사발령, 운영조례공포, 전면적 리노베이션 계획수정을 거치면서 하반기 개관목표가 내년 6월 경으로 미뤄진다. 이 과정에서 부지불식중에 분관 이야기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와관련 시는 분관으로 가기위해 인천시립박물관장 직급을 현행 사무관급(5급)에서 서기관급(4급)으로 상향 조정해줄 것을 행정자치부에 승인요청했으나 ‘불가’ 판정을 받아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냈다.

송암미술관장을 시립박물관장과 같은 사무관급으로 임명함에 따라 현재의 병렬 조직체계에서는 본관-분관 기능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결국 또 다시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지역 문화·학술계는 일제히 우려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어긋난 출발

시는 이미 지난해부터 분관체계 운영을 방침으로 정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시립박물관의 예산과 인력이 타 광역시·도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누구나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나마 시설은 전면적인 증·개축을 거쳐 재개관, 겨우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시는 재개관에 앞서 박물관장을 4급으로 상향하고 인력도 확층, 위상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동시에 송암미술관은 5급 관장 임명을 통해 분관 시설로 자리매김 한다는 구상이다.그러나 이를 토대로 시가 지난해말 행정자치부에 직제승인을 요청한 결과 시립박물관장 부분에 한해 ‘불가’판정을 받았다. 두 시설이 동급의 병렬조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송암미술관 개관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지난해 9월30일자로 미술관 인수를 마친 시는 시설 개·보수 완료 시점을 2006년 하반기로 잡았다. 8억2천만원의 예산이 책정된다. 그러나 유물감정평가 과정에서 기증 유물 절반이 위작시비에 휘말리면서 공사 개시에 한차례 지연을 겪는다. 설상가상 시설 점검결과 전시실과 수장고, 전기·설비에 이르기까지 노후가 심각해 전면적인 리노베이션 필요성이 제기됐다. 공공 미술관으로 제기능을 하기 위해선 장애우 동선, 주차시설, 휴식 공간 등 편의시설 확보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한 소요예산은 35억1천100만원. 26억9천100만원이라는 추가비용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시는 부족분을 1차 추경에서 편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곧바로 재정투융사 심사를 받았다.자연히 재개관 시점도 연기됐다. 다음달부터 리노베이션에 들어가 빠르면 내년 6월 문을 연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현재 송암미술관에는 관장을 포함, 5명의 인력이 파견돼 있는 상태다. 전문인력으로는 학예사 1명이 고작이다. 시 산하 박물관의 현주소다.

▲인천시립박물관 낮은 위상·취약한 전문성

지난해말 시립박물관이 전국 광역지자체 운영 공립박물관의 조직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전문인력의 경우 인천이 8명(이중 1명이 올초 송암미술관으로 발령)인데 비해, 서울역사박물관 42명, 경기도박물관 21명, 부산박물관이 24명에 이른다. 전체 직원수도 서울 82명, 경기 45명, 부산 63명에 반해 인천은 17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력으로 학술조사·연구에 특별전 기획, 학술회의 개최 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히 관장 직급의 경우 부산이 3급, 광주·경기 등 대부분 광역시가 4급 서기관, 혹은 4급 상당의 학예연구관이 맡고 있다. 즉 광역시가 세운 박물관중 인천은 사무관이 관장직을 가진 유일한 박물관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이와관련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사무처장은 “현재 시립박물관장 위치에서는 타박물관과 연계사업을 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뿐더러 권위있는 박물관으로 각종 학술회의, 조사 연구, 유물 컬렉션 등 사업을 주도하기 어렵다”고 푼다. 시립이 인천을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운영 효율성을 말하기 이전에,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사는 “박물관이 각각의 독립기관으로 갈 경우 학예사간 연구 아이템 중복은 피할 수 없다”며 “시립박물관을 중심으로 송암은 고미술관으로, 검단은 조사연구기능에 치중한 박물관으로 색깔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 목표는 네트워크 구축

시 산하 박물관은 물론이고 지역내 테마박물관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센터역할. 시립박물관이 나아갈 위상이다. 이에 대한 전제가 시립 박물관을 정점으로 한 본관-분관 시스템이라고 학술계는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테마박물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실질적인 기능을 가짐으로써 예산과 행정력을 절감하고 동시에 박물관간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이현식 처장은 심의기능을 강화한 ‘박물관 위원회’ 운영을 제안한다. 제반 박물관 설립계획과 향후 운영을 관할 할 수 있는 기구로 구·군에서 박물관을 지을 경우 심의·의결기능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 가칭 ‘인천시 박물관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방안으로 내놓았다.

한 예로 경기도내 38개 박물관은 2005년 경기도박물관을 중심으로 협의체 ‘경기도박물관 협의회’를 구성했다.협의회는 공공박물관 전반에 대해 관리하고 토론하는 기능을 한다. 유물·교육프로그램 공유는 물론, 상호 지원에 나서고 있다.결론적으로 문화·학술계에서는 앞으로 건립될 박물관은 분관운영 형태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한 첫 단추가 송암미술관과 검단선사박물관이라는 점에서 시가 이행해야함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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