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현재 관내 치매 노인이 1만5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주간보호 센터 등에서 관리되고 있는 환자는 1천400여 명으로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통계 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소요되는 치료 비용은 연간 617만원으로 관내 치매 노인 수와 견줘 연간 총 972억원이 치매로 인한 의료비로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인천시는 치매 증세가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에 가깝게 치료 가능하고, 사전 치료를 통해 유병률을 30%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 2011년까지 관내 65세 이상 모든 노인 19만7천여 명을 대상으로 치매 상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모든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 진단 설문조사를 실시해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 전문 의료기관과 연계해 예방 및 치료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1단계 시범사업 기간인 올 10월부터 12월까지는 군·구별 2개동 7천892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대상을 전 노인정 4만명으로 확대, 2009년부터 2001년까지는 시 전역의 노인들에 대한 치매 검사를 마칠 예정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저소득 자활사업 가사간병 방문도우미 사업 참여자 중 자격증 소지자를 우선 선발해 치매질환 노인상담 요령, 치매관련 질환 및 안내 방법 등을 교육시켜 치매상담사로 양성할 계획이다.

치매상담사들은 각 가정 및 노인정 등을 방문해 치매간이검사(MMSE-K) 설문지 및 일상생활능력, 행동증상, 인지기능 등에 대한 질문지를 작성하게 된다. 검사 결과는 각 군·구에 마련된 보건소 치매센터와 공유, 설문지에 의한 개별 진단을 마치고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의료 기관에 검진을 연계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시는 이 밖에도 치매예방을 위해 각 지역별 노인정 및 주민자치센터를 매월 1회 방문, 치매예방 순회 강연회를 개최하고 내년 11월에는 전문 강사를 초빙, 강연회 및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인 치매 관리 프로그램

치매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적 질병으로 분류되는 치매가 사회 문제가 되는 것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치매노인은 전체 노인의 8.3%로 미국 1.6%, 영국 2.2%, 일본 3.8% 등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연간 3조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환자 가족들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치매환자 1인이 가족 10명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통계도 있어 치매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시도 치매 환자 관리를 위해 현재 각 군·구 보건소에 치매상담센터를 마련하고 지역별로 치매노인 주간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또 2009년 3월 제2시립치매노인요양병원이 문을 열면 총 2군데 치매병원이 운영된다.

치매센터의 사업은 크게 주간보호·가정방문·단기보호사업으로 나뉘는데 시가 운영 중인 주간보호시설은 지난 2000년 문을 연 남구 돌봄의 집을 비롯, 현재까지 10군데로 각 시설은 대학병원 및 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거나 보건소가 직영하고 있다. 현재 시설 수용 인원은 200여 명, 재가관리 대상은 860여 명으로, 시는 2010년까지 군·구별 2~3소씩 시설을 늘려 총 34개소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재가관리를 포함한 수용인원을 총 2천800여 명으로 늘어난다.

수발자의 휴식, 집안 경조사, 수발자 질병 등의 이유로 단기간 치매 노인을 보호해 주는 사업도 호응을 얻고 있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07명의 노인들이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했다. 중증 노인에 대해서는 가정 방문 도우미를 파견한다.

치매센터를 방문해 치매조기검진을 받을 시 일부 진료과목은 무료며, 시는 관내 노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올해부터 주간보호클리닉 이용자를 인천에 6개월 이상 거주지를 둔 45세 이상의 시민으로 제한했다. 지난해까지는 거주지 제한이 없어 시흥, 부천 등지에서도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때문에 2009년 제2시립치매노인요양병원이 문을 열고, 2010년 주간보호시설이 확충되면 관내 치매노인 및 가족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례로 본 치매주간보호시설

가족들이 김순한(71·가명)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지난 2005년 봄이었다.

첫째 아들 집에 사시다가 둘째 아들 집으로 거처를 옮기신 후 자꾸만 집에 간다며 밖으로 나가시거나, 피곤하신 줄도 모르고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거리를 헤매곤 하셨다. 어머니는 같은 말을 수 없이 되풀이 했고, 자다가 일어나서 촛불을 켜고 돌아다니는 위험한 행동도 거리낌없이 하셨다. 이를 치다꺼리 하느라 집안은 늘 엉망이었고 가족들 간 대화는 줄어들었다. 경제적으로도 더욱 힘들어졌다. 여행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그러던 중 둘째 며느리 이현숙(45·가명)씨는 아이 문제로 보건소를 방문했다가 주간보호시설을 소개받게 됐다. 시설에 부모를 보낸다는 게 마음에 내키지도 않고 정말 잘 돌봐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나머지 가족들과, 무엇보다 어머니 자신을 위해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에 입소를 결심했다.

가족들은 상담을 통해 치매간이 검사(MMSE-K)를 거친 후 치매판정을 받고 주민등록등본, 사진, 치매진단서, 의료보호증 등 구비서류를 제출했다. 보건소에 마련된 치매센터에서는 현숙씨네를 방문해 상황을 파악한 후 대기자 명단에 어머니의 이름을 등록했다. 3개월 후 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은 현숙씨 가족들은 식·간식비로 월 8만원을 내고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8시간 동안 어머니를 주간보호시설에 모실 수 있게 됐다.

오전에 시설을 찾은 김 할머니는 매일 아침 혈압과 맥박을 체크해 건강상태를 검사받고 체계적으로 짜여진 하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시설의 프로그램들은 주로 한지공예, 종이접기, 리본공예, 도자기 빚기 등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어르신들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하고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손의 소 근육들을 사용해 뇌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순서와 법칙이 있는 레크리에이션들을 통해 치매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있다. 핸드벨, 우리 춤 체조, 웃음치료 등 활동 프로그램은 필수다.

현숙씨는 어머님이 보호시설에서 하루를 보내고 손에 예쁜 꽃이며, 그림 등 작품을 들고 돌아오시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생활에 점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얼어붙었던 가족 간의 분위기도 어머니의 작품을 놓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화기애애하게 변해 있었다. 현숙씨는 점점 본인을 잃어가는 어머님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름을 불러주고, 모르는 부분을 싫은 내색 없이 수십번씩 가르쳐 주는 시설 선생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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