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노래하는 책을 쓰는 장애인이 있다. 교통장애인협회 인천시 남구지회 김낙복(67) 회장은 교통사고로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뒤에도 계속해서 수필을 쓴 ‘작가’다.

지난해까지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일하다 또 다른 장애인들의 눈과 귀가 돼 주기 위해 교통장애인협회 남구지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이가 들어서 젊은 사람들을 위해 그만 물러날까 생각했는데 필요로 해 주는 사람이 많더군요. 봉사하는데 나이가 상관있겠습니까.”

희끗희끗한 머리가 듬성 듬성 보이긴 하지만 김 회장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답지 않게 활동적인 모습이다. 10일에도 기업은행이 저소득 교통장애인을 위해 마련한 사랑의 쌀을 나눠주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그가 장애를 얻은 것은 지난 1999년으로 길을 건너다 차에 치어 갈비뼈를 크게 다쳤다. 병원에서도 고치지 못한다고 했지만 김 회장은 인생을 노래하는 시와 수필을 쓰며 시련을 이겨 냈다.

“첫 수필집 ‘비바람 속에 살아온 길’을 쓴 게 1999년인데 사고 이후로도 글을 쓰고 싶어 두권이나 더 냈어요.”

두번째 수필집 ‘좋은 날 밝은 마음’, 세번째 책 ‘내가 기득권을 갖고 살겠다’는 장애인으로서 그의 다부진 마음이 잘 표현된 책이다.

평범한 듯한 글이지만 그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지난 2004년에는 월간 문예와 비평사가 주최하는 문예대상에서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생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교통장애인들을 대하다보니 그의 주변엔 항상 따뜻한 사람들이 넘친다. 그가 자비를 들여 마련한 장애인협회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칠판에 씌여있는 문구도 이를 보여준다.

‘남구지회 회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언제든 사무실을 찾아와 의논하고 참여합시다.’

짧지만 김 회장의 마음을 듬뿍 담은 한 마디다.

“정부 보조금도 없이 협회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여러군데서 조금씩 도와줘 감사한 마음일 뿐이죠. 저 역시 회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통장애인들의 이익을 대변할 겁니다.”

‘좋은 날 맑은 마음’이라는 책 제목 처럼 김 회장의 마음도 맑아보였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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