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인 지만씨에게 마약을 여러 차례 공급해 준 40대 남성이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에게 사건 해결 청탁을 한 뒤 구속을 한 차례 면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대법원이 진상파악에 나섰다.

여러 정황상 구속수사가 불가피해 보이는 이 마약사범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다는 것은 브로커 김씨의 ‘수완’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해주는 사례로 꼽힌다.17일 법원 등에 따르면 브로커 김씨는 2002년 5월3일 검찰 수사관들에게 긴급체포 된 양모씨측으로부터 구속을 면할 수 있도록 법원에 힘써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당시 양씨는 2001년 8월과 10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에서 박지만씨에게 히로뽕을 건네 준 혐의로 검거됐다.김씨는 이튿날 양씨측에 “어제 영장 담당 판사들과 술을 마셨다”면서 술값 명목으로 500만원을 요구했고 그 다음날 실제로 구속영장이 기각돼 양씨는 석방됐다.

당시는 먀약 투약 혐의로 체포됐던 박지만씨가 구속수감된 지 일주일째를 맞고 있었던 때였다.마약 투약자가 구속됐는데도 공급자는 석방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양씨의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평소 영장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아니라 당직 판사였다”고 해명했다.

실제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양씨는 결국 구속돼 같은해 10월 법정에서 징역 10개월이 확정됐다.결과적으로 김씨의 로비는 미완에 그친 셈이다. 그러나 실형을 최종 선고받을 정도로 구속 사유가 충분했던 양씨의 영장이 한차례 기각된 데에는 김씨의 로비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검찰 쪽에 여전히 남아있다.

히로뽕을 취급하는 마약사범은 대마초사범 보다 죄질이 나쁘며 특히 단순 마약투약 혐의 보다는 타인에게 공급·판매했을 때, 초범 보다는 유사 전과가 있을 경우가 문제가 더 많아 대부분 구속수사를 받는다.이런 점에서 같은해 1월 마약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3년간의 집행유예 기간중 체포된 양씨는 구속돼야 할 마약사범의 요건을 모두 갖췄는데도 영장이 기각됐던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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