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사는 동거부부의 합동결혼식이 2일 남구 주안 행복한 날 웨딩홀에서 가족, 동료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인천지역본부가 후원한 이번 합동결혼식에 버스운전직 노동자 3쌍의 부부가 혼례를 올렸다.

특히 한국노총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노동자들을 위해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2년부터 합동결혼식 자리를 마련해 올해로 5회째를 맞이했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이민수·나미순씨 부부는 15년 만에 화촉에 불을 붙였다. 이들은 지난 1990년에 늦은 나이에 만나 함께 가정을 꾸렸지만 빠듯하게 먹고 사는 처지여서 결혼식은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버스운전을 하는 이씨의 봉급으로 근근히 생활하는 처지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3년 인천으로 와 강인여객 소속 버스를 몰면서 노동자 합동결혼식에 대한 소식을 접했고, 지난해 첫 아이가 생긴데다 아내의 마지막 소원인 결혼식의 대한 한을 풀어주기 위해 올해 합동결혼식을 결심하게 됐다.

“올해로 제가 60세가 됐어요. 첫 아이도 이제 갓 돌이 지났구요. 아이가 크면서 부모가 결혼식 사진 한 장없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더군요. 아내의 평생 소원이기도 했구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결혼식까지 올리게 됐네요.”

이씨 부부는 자신들처럼 오랜 시간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사는 주변 버스운전직 동료들에게 합동결혼식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송도여객 강병구(62)씨에게도 합동결혼식을 하자고 제안해 이들은 같은 날 함께 화촉을 밝힐 수 있었다.

“저희처럼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부부가 참 많더라구요. 저희도 뒤늦은 결혼식을 올리지만 아직 식도 올리지 못하고 사는 주변 동료들과 함께 행복한 결혼식을 치르고 싶었어요. 지금은 어느 순간보다도 행복하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사랑을 서약하는 이번 합동결혼식에 대한 이들 부부의 애정은 더욱 각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특히 이날 결혼식을 올린 3쌍의 부부는 연신 “행복합니다”라는 말뿐, 결혼식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그는 “먼저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한국노총에 감사하고, 주변에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동료들도 이런 합동결혼식을 통해 사랑의 화촉을 밝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효창기자 jyhc@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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