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 인천시청역이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는 김상원 역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김 역장이 시청역으로 온 것은 지난해 1월. 시청역에 대한 첫 인상은 넓은 공간이 텅 비워진 채 버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김 역장은 이 곳을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첫 시도는 지역방송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무대’였다. 지난해 8월부터 가수 공연과 청소년음악 발표회 등 금요예술무대를 열었지만 시민들의 호응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배포하고 무대 알리기에 애썼지만 운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예술무대는 1년만에 막을 내렸다.

김 역장의 작은 도전이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실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찾던 중 김 역장과 인연이 연결된 것. 김 역장은 센터와 연계해 시청역 공간을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인천을 연고로 한 프로스포츠단 사인회와 청소년 문화예술 경연대회 등을 시청역에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역에서 춤을 추던 청소년들과 만났다. 청소년들은 또래끼리 모여 춤을 추고 있었고, 김 역장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울 등 시설을 유치해 지난 9월 춤 연습장을 만들어 주었다.

청소년들은 진지한 자세였고 다른 곳에서 춤을 추는 것보단 시민들이 오가는 공공장소가 나을 것 같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역장은 시청역을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 최근 가천의과학대 길병원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전국적인 규모의 청소년 춤 경연대회를 열기 위한 대형무대를 설치해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길병원은 제안을 받아들여 후원 광고를 하는 대신 무대를 설치해주기로 했다.

김 역장은 “시청역을 문화공간으로 사용하면 시민들이 문화·예술 공연을 손 쉽게 접할 수 있고 역에서는 지하철 이용객이 늘어나 수익금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며 “작은 시도가 청소년들, 나아가 시민들이 즐겁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같아 기쁠 뿐이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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