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를 내건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가 그 모습을 들어낸 지도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인천시가 주최하고 (사)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지난 10일 개막, 12월30일까지 51일동안 미술축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프레(Pre)형식으로 치러지면서 지역문화예술계는 조직위원회 구성과 운영, 전시 형식과 내용, 행사 당위성에 이르기까지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일단 지켜보고 사후 비평하자는 의견도 일었다. 그리고 드디어 개막했다.

6억원이라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시 축제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 지, 인천을 대표하는 축제로 살아남을 가능성과 가치는 있는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시민·예술인 반응 ‘시큰둥’

#.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가 열렸다는 소식은 전혀 몰랐다. 지난해 Pre로 치러진 것은 알고 있다. 끝나기 전에 가볼 계획 아직 없다.”(인천 모대학 교수)

#. “행사가 열리기 전까지 관련내용을 듣지 못했다. 여성작가부수전 참가 권유도 받지 못했다.”(인천 어느 여성작가)

#. “관심을 계속 가졌음에도 홍보를 접할 수 없었다. 지난 9월에야 비로소 개최소식을 들었다.”(지역 문화계 인사)

지금까지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주목하지 않은 ‘여성미술’을 잡아내 국비 지원을 따내고 인천시가 그 만큼의 예산을 더해 펼치게 된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가 정작 뚜껑을 열자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개막 2주동안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수를 들여다보면 실상을 알 수 있다. ‘참여전’으로 개막 첫날부터 인천종합문예회관과 혜원갤러리에서 나누어 치러진 ‘인천미술인전’의 열흘간 총 관람객 수가 200여명을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혜원갤러리의 경우 일평균 3~4명이 발걸음 했을 뿐, 이는 여느 그룹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본전시와 특별전이 열리는 인천종합문예회관도 그다지 나은 편은 아니다. 비엔날레 조직위가 공식 집계를 내하지는 않았으나 어림잡아 일평균 100여명에 머무르고 있는 정도다.

▲홍보전략 있나

이에 대한 첫째 원인은 홍보 마케팅 실패를 꼽을 수 있다. 세계최초의 국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셈인지 조직위에서는 적극적인 홍보는 커녕, 침묵일변도를 견지해왔다. 한 인사가 지적했 듯이 인천시와 조직위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공식 브리핑을 한 것이 지난 8월을 넘어서였다.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어 지역언론에 첫 공표한 시기도 개막 20여일을 남겨두고서다.

지역 한 예술인은 “지난해부터 예견된 행사라는 점에서 조직위에서 지속적으로 뉴스 레터나 웹진을 발행하는 것은 가능할 일임에도 전혀 실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경애 조직위원장은 “당초 기획과 홍보에 대한 비중을 똑같이 잡고 이중 홍보는 스폰서를 잡아 추진하려했으나 구하는 데 실패, 어려움을 겪었다”고 변을 냈다. 이어 “지역에서는 소홀했으나 대외적으로는 조직위 차원에서 적극 적으로 뛰어다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쪽에서는 조직위의 비즈니스 의식 부재를 지적했다. 즉 작가들 중심으로 조직위를 구성하다보니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엮어가는 힘이 달린다고 짚었다.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오기 위해선 이벤트적인 접근이 필요함에도 이를 풀어갈 전문인력이 조직위에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폐쇄적인 조직위 운영

전시 내용과 형식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외형적로 ‘시끌벅적한’ 축제가 되길 바라는 열망을 지역문화예술계는 지니고 있다. 공연무대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천을 대표할 만한 미술행사를 치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술인들의 바람은 더 크다. 이러한 때 인천 여성작가들이 대규모 행사를 만들어냈다는 데 격려를 보내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조직위가 ‘내 것’이라는 인식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계 인사는 “국제비엔날레를 표방하면서 총감독을 선정하는 과정도 생략한 채 커미셔너와 큐레이터 선정도 내부적으로 진행했다”며 “인천문화예술을 위한 사업이라면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한데 특정단체 행사인양 소극적으로 가는 것은 문제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대한 조직위의 입장은 한결같다. 수년동안 동분서주하며 만들어 놓고 나니 이젠 내놓으라고 한다고 반박한다. 권경에 위원장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젖도 떼기 전 내놓고 같이 키우자고 달려드는 격”이라며 “여성작가들은 상호 열린 상태로 일하고 있다고”고 항변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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