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곳은 인천 강화 선원사다. 이 선원사 대장경은 조선 태조대왕 7년 서울 지천사로 옮겨진다. 이때 5교 양종의 대덕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팔만대장경 이운의식을 봉행한다. 인천에서 범패가 처음 행해진 기원이다. 당시 의식의 의미를 받아들여 인천시에서는 지난 2002년 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


그 중심에는 능화 스님이 있다. 범패와 작법무 예능보유자로서 맥 잇기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그다.

“시 문화재에 오른 후 지금까지 5년여동안 150여차례에 이르는 공연을 했습니다. 공연에서만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요.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올해도 지난 1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시작으로 해외와 국내 무대에 초대, 인천시 문화재를 알렸습니다. 이제는 한 템포 늦춰 내실을 다지려고 합니다.” 불교 의식무를 온몸으로 이어온 지 올해로 30년을 넘어선 능화스님이다.

▲빛나는 문화유산

“몽골의 도발에 맞서 무력을 불력이라는 문화로 퇴치한 곳이 강화도입니다. 선원사에서 대장경을 판각한다는 소식에 겁을 먹은 몽고군은 칼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스스로 퇴각합니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을 받았음에도 정작 어버이격인 인천은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당시의 의미를 재현한 것이 범패와 작법무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겨냥, 인천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지로 능화스님은 일초스님과 함께 문화재 지정에 적극 나섰다. 결과 2001년 말 바라춤은 인천시무형문화재 10-가호로, 나비춤은 10-나호로 등록했다. 두 스님이 한 축씩 예능보유자에 오른다.

“작법무는 일체의 마장(魔障)을 끊고 부처의 정법을 찬탄하는 무용으로 인천 바다의 기상을 담아 힘차고 선이 굵은 것이 특징입니다. 해탈무라고 불리는 나비춤은 인천 나나니춤과 어우러져 민속무에도 영향, 승속이 하나돼 예술성이 승화된 춤이지요.” 설명이 이어진다.

월드컵 공식행사에서는 아니지만 사전경기인 한·중 A매치에서 공연을 올려 원을 풀었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이전부터 의식무를 익혀왔던 이들과 함께 곧바로 범패와 작법무 보존회를 꾸린다. 현재 보존회 예술단으로 이름을 올린 이가 150여명. 이중 적극적인 단원이 40여명이다.

▲찾아가는 무형문화재 예술활동

지난 10월25일 계산공업고등학교를 끝으로 3년간 펼쳐왔던 ‘찾아가는 무형문화재 예술활동’을 맺었다. 인천의 가치있는 문화재를 우선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의지에서 시작한 공연이다. 학교 축제기간에 맞춰 9, 10월 두달에 걸쳐 인천시내 고교를 찾아나섰다.

“무료로 공연을 해주겠다는 공문을 전체 고교에 보냈는데 딱 2곳에서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재미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이유였어요. 주위의 도움을 얻어 가까스로 3곳을 더 채웠지요.”

첫해 이야기다. 옷과 악기를 한 트럭 싣고 가 공연을 펼쳤다. 끝나자 들리는 이야기는 ‘굉장하다’라는 환호성이었다.


“첫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이후에는 쉬웠습니다. 학교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두해, 세해 째에는 신청이 몰려왔지요. 오히려 우리가 골라야 할 판이었습니다.”

한번 공연 시간은 20~30분 남짓에 불과하다. 화려하고 힘있는 공연을 최대한 불사르고 온다고 강조한다.

그간 전승학교도 2곳 만들었다. 인천기계공고와 인천여상이 그 곳이다. 지난해 전국 청소년민속예술제에서 인천기계공고가 바라춤으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상을 따내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무대에 초청

연초부터 공연복이 터졌다. ‘앙코르-경주 세계문화엑스포’에서 한국팀으로 참가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날아간 것이 시작이었다.

“우리 보존회가 공연한 날이 캄보디아의 대표적 기념일인데다 공휴일이라고 하더군요. 무려 4만명이 관람을 했습니다. 인천의 문화를 선보였다는 자부심을 한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2월엔 필리핀 음악대학 초청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협연 무대를 올렸는가 하면, 6월엔 부탄국 왕사 초청으로 타비쵸드롱 황궁사원에서 작법무를 시연했다. 그리고 지난달 태고종 총무원과 함께 베트남으로 가서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우리 국군영령 고혼을 천도하는 영산재를 봉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굵직한 행사에서도 초청이 쇄도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각각 기획전을 열면서 특별공연을 청해왔다.

국제 무용계 신인들의 등용문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는 개막식에서 일본 국보급 문화재와 능화스님 두 사람이 초청무대를 펼쳤다. 그는 솔로 법고무를 선보였다. “세계적인 국제 콩쿠르에서 인천의 무형문화재를 보여준 것은 그만큼 인정을 받은 것이지요.”

그리고 10월 다시 한번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초청, 선원사 이운의식을 무대화한 창작공연 ‘강화별곡’을 펼쳤다.

숨돌릴 틈도 없이 달려왔다. 공연은 예서 잠시 마감을 하고, 문화재 가치를 고양하는 내실다지기로 축을 옮기려 한다고 말을 던진다.

“보존회 예술단이 몸으로 표현하는 기량은 많이 쌓였어요. 이젠 문화재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의 폭과 깊이를 넓히고 다져야 합니다. 프로 예술단이 아니라 그보단 문화재를 전승하는 소명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공을 쌓아서 완성된 모습으로 2009 인천도시엑스포에서 인천문화의 우수성을 펼쳐낼 겁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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