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후 수시나 정시모집을 앞둔 수험생들과 진학담당 교사, 입시학원 등이 올해 처음 시행하는 수능 등급제로 지원 전략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토대로 한 기존 상담자료로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이같은 점수 체계 자체가 올해는 경우에 따라 무의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표준점수는 영역별 총점이 150~550점까지 대략 400개의 구간이 있었다면 현 등급제는 소수점까지 나눠 1.0~9.0까지 90개 구간으로 줄어들어 동점자가 양산될 수 있으며 이에따라 등급이 밀릴 수도 있는 ‘블랭크’ 현상도 나타날 수 있어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원점수 없이 등급으로만 점수가 나오는데다 최종 성적표를 받기 전까지 자신의 영역별 등급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등급제 예측이 어렵다 보니, 일부는 등급 제한이 있는 수시로 가야할지, 아니면 정시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잡는 경우도 있다.

이에따라 일선 학교들은 백분위, 내신 등 지난해까지 진학자료와 올해 등급제간 점수 환산에 골몰하며 대학별 입시 형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또 수능 등급제의 변별력 보완을 위해 논술과 면접에 대해서도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측가능했던 진학 점수체계가 이제는 오로지 한점, 한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릴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한 만큼, 진학 상담자료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됐다”며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종로학원 이송희 평가부장은 “등급제 한 구간에 평균 4000명이 몰린다. 특히 중간층은 더 많은 층이 한꺼번에 몰려 이들의 진학은 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새로운 입시자료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예년의 입시 경향을 참고로 대학별 최근 경쟁률 추이, 최종적으로 올해 지원률, 지원 경향을 분석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I여고 강모 교사(3학년 부장)는 “세분화됐던 점수영역이 크게 완화된 만큼 동점자도 많아지리라고 본다”며 “수능의 부족한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논술 비중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수능 점수 발표 이후 곧바로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학교에 제공한 데이터를 토대로 믿을 만한 입시자료를 공개할 예정으로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정로기자 goodsong@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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