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길러 정성으로 버무린 배추김치 맛있게 드세요.”


인천시 환경시설공단(이사장·박정남) 율도사업소(소장·노현구) 직원들은 20일 손에 서류를 드는 대신 배추를 한포기씩 들었다. 지난 봄 사업소 내 공터를 일궈 심어놓은 배추를 수확해 김장을 담그는 날이다.

율도사업소 직원 40여 명은 지난 2월 사업소 내 자투리 땅 몇 군데를 일궈 배추 2천여 포기와 무 2천여 개, 호박, 수세미 등을 심었다.

노 소장은 “분뇨처리시설인 율도사업소가 더럽고 냄새나는 시설이 아닌 ‘시민과 함께 하는 친환경시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위해 직원들이 봄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며 “공기업도 사회에 환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호박과 수세미는 지난 가을 체험행사를 열어 사업소를 방문한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민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토지가 비옥한데다가 직원들이 밤낮으로 돌본 덕에 배추도 탈 없이 잘 자랐다.

직원들은 배추밭 머리에 ‘사랑의 김장 담그기용 배추’라고 적고 업무시간이 끝나면 ‘밭일’을 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드디어 배추를 수확했다. 수확하는데만해도 하룻밤을 꼬박 샜다. 배추와 함께 버무릴 재료를 구입하는 비용 300여 만원은 직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마련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부평지사와 대한적십자사 북부봉사단이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후원했고, 적십자 부평·계양·서구 회원 20여 명이 이날 참석해 일손을 도왔다.

이날 사랑으로 버무려진 김장김치 1천여 포기는 인천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중구 사랑의 마을, 동구 성언의 집, 사랑의 이웃집 등 노인무료급식 시설로 곧바로 옮겨졌다. 또 나머지 배추는 공단 내 어려운 직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박 이사장은 “공단이 생길 때 부터 주민들에게 시설을 공개하고 체험활동을 여는 등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시간을 내 배추를 기르고 이웃을 도운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업소는 앞으로 땅을 개간해 올해보다 더 많은 배추를 심어 이웃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공단 역시 학생들의 작품으로 환경체험일지를 만드는 등 친환경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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