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문화센터가 동암역 인근에서 문화공간으로 문을 연 아트홀 ‘소풍’이 지난 10월27일로 1년을 맞았다. 시민들의 기금을 모아 공간을 꾸렸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문화예술계 주목을 받았다.

지난 1년간 ‘소풍’을 이용한 성적표가 253일을 찍었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공연과 전시를 하고, 그리고 보았다.

처음에는 전문소극장에서 출발했다. 시민이 원하는 좋은 공연을 가져와 올리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차츰 이곳은 시민이 이용하는, 그들의 공간으로 색을 더한다.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와 관계를 맺고 동아리라는 테두리를 엮어 함께 무대 위에 섰다.

그들을 ‘문화바람’이라고 부른다. 삶 속에 문화를 전파하는 원동력으로서의 존재다.

“지난 1년 공간을 꾸려가면서 얻은 결론은 아마추어가 중심이 돼 설 수 있는 공연장입니다. 누구나 편하게 공연을 할 수 있고 누구나 편하게 보러올 수 있는 곳이죠. 문화의 개념을 생활속으로 끌어내 친근하게 누릴 수 있는 장소가 ‘소풍’이었으면 합니다.” 임승관 인천문화예술센터 대표가 1년을 결산하며 바람을 던진다.

▲문화수용자 운동에서 출발

“소극장 ‘소풍’을 꾸미기 전 방향성에 대한 토론부터 했습니다. ‘인천에서 좋은 공연이 있어야 한다’ ‘예술가들이 모이는 공간’ ‘문화바람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이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얼핏 거창해보여도 내용은 소박합니다.”

임 대표는 1년여전 시점부터 이야기를 푼다. 센터가 십정동에서 둥지를 튼 것이 지난해 초였다. 문화수용자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예술동아리를 중심으로 펼치기 시작한 일이 일명 ‘문화바람’ 운동이다.

“연극을 예로 들면 인천에서는 좀처럼 ‘보고 싶은’ 작품을 만나기 힘들죠. 지역 극단도 재정적 문제 등으로 괜찮은 작품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구요. 관객들은 서울로 가야할 판입니다. 작품과 관객 부재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죠. 관객층을 먼저 만들어내자는 것이 문화바람 운동입니다.”

관객의 눈높이를 높이기 위해선 좋은 연극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작품을 ‘언제든지’ 올리기 위해선 극장이 있어야 했다. ‘우리가 공간을 만들자’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작은 공연장’에서 ‘전문극장’으로 목표가 수정된다. 재정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안됐다. 시민기금을 모으기로 한다. 드디어 아트홀 ‘소풍’이 탄생했다. 2006년 10월27일이었다.



▲동아리 활동이 꽃

센터는 개관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고 그 내용에 대한 보고서를 소책자에 담았다.

‘소풍’을 사용한 날짜를 짚어보니 공연장 144일, 소리방(방음실) 52일, 전시장 57일, 총 253일에 달했다.

기획 연극무대와 초청공연, 대관 공연, 영화제, 동아리 발표회, 그리고 다양한 기획전 등 숨가쁘게 달려왔다.

‘문화바람’으로 가입한 이들이 600명에 이른다. 올 연말 목표가 1천명이라며 자신감을 싣는 임 대표다.

가장 큰 성과는 동아리활동이라고 짚는다. 기타동아리 ‘기타마루’, 사진 ‘세상을 담는 눈’, 음악 ‘끝없이 이어지는 창작’, 노래 ‘일하는 사람이 부는 휘파람’ 등 모두 8개다. ‘평화바람 합창단’이라는 동아리가 이달 초 첫 모임을 하면서 최근 합류했다. 모두가 열성적이다. 기타동아리는 카페 회원이 무려 600명에 이른다고 귀띔한다.

“‘문화바람’이 늘면 동아리가 채워지리라 기대했는데 결과는 반대였어요. 동아리로 온 이들이 ‘문화바람’으로 적극적 수용자가 돼갔습니다.”

여느 문화센터 수강생들과 달리 이들 동아리는 예술장르를 배우고 싶다는 1차적인 욕구에서 한발 나가 서로 챙기는 관계에 있다. 예술에 대한 교감보다 인간적인 관계의 확장이다.

“한발 더 나가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공감을 갖게 됩니다. 외부를 향해 공연을 함으로써 사회적인 올바름에 스스로의 장르가 쓰여진다는데서 만족감을 얻죠.” 장르별 활발하게 발표회 형식의 공연전시를 펼치고 있다고 자랑을 건넨다.

‘우리끼리’ 축제에서 더 나가 외부 동아리를 모아 지난 6월 ‘삐가번쩍 야외축제’라는 타이틀로 페스티벌을 펼쳤다. 무려 600여명이 참여했다.

“모두가 주체가 돼 즐기는 축제라는 점에서 지향할 만한 하나의 전형이라고 봅니다. 2천, 3천명이 모이는 것도 가능해요. 아마추어 페스티벌로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주민에게 사랑받는 공간

한해를 운영하면서 찾아낸 소풍의 정체성은 ‘아마추어들이 꽃피우는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주민들이 잘 쓰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전문인들이 향유하는 문화예술의 개념 대신 생활속에서 친근하게 다가가는, 그래서 ‘만만한’ 문화여야 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지금 인천시가 급히 나가고 있는 ‘세계적인 문화도시 지향’에 그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문화도시는 차근차근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이죠. 지역민들의 동의와 공감이 바탕이 되지요. ‘문화바람’이 더 많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우선 실천적으로 즐기고 보여주어야 해요. 이들이야말로 문화의 비타민같은 존재입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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