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현지시각·한국시각 16일 새벽)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규탄하고 유엔 회원국들에게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감시하는 한편, 북한제 미사일 및 미사일 관련 물품이나 기술을 구매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대북 결의를 채택했다.

안보리는 이날 오후 유엔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영국과 프랑스가 일본 및 중국이 제시한 결의안 초안의 내용을 조정, 핵심 쟁점인 ‘유엔 헌장 7장에 따라’ 라는 부분을 삭제한 절충안을 상정해 15개 이사국 만장일치(15-0)로 통과시켰다.

안보리의 대북 결의는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지 10일만이다. 그러나 북한은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를 통해 “안보리 결의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면서 자위력 강화를 위해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북한이 유엔 결의를 무시하고 실제로 미사일 추가 실험을 강행할 경우 안보리의 ‘무력 제재론’이 본격화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의에서 안보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각국의 사법당국과 국내법, 국제법에 따라 북한을 감시하면서 미사일과 미사일 관련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이 북한의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사용되지 않도록 할 것을 회원국들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안보리는 또 “유엔 회원국들이 미사일 혹은 미사일 관련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을 북한에서 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북한의 미사일이나 WMD 프로그램과 관련된 재정적 자원을 북한에 이전하지 말고 이러한 행위를 감시하도록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리 결의 가운데 대북 제재의 내용은 일본이 제시한 초안과 큰 차이가 없지만 요구의 강도를 완화시키고, 제재를 무력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근거를 모호하게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판까지 핵심쟁점이었던 ‘유엔 헌장 7장’ 언급 부분과 관련, 일본안은 “안보리는 유엔 헌장 7장에 따라 다음과 같이 행동한다”고 규정했으나 통과된 결의는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책임 아래 다음과 같이 행동한다“고 규정했다. 결의문은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행동을 중지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에 대한 기존의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면서 ▲조건없는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이행 ▲모든 핵무기 및 기존 핵 프로그램의 포기 ▲NPT(핵무기비확산조약)과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 규정 재가입을 촉구했다.

결의문 이어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유의하기로 결정한다”고 밝혀 북한이 또다른 도발행위를 강행할 경우 추가 조치를 논의할 뜻을 밝혔다.이에 대해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성명을 통해 안보리가 북한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북한대표단은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력을 가하려는 비열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안보리를 오도하는 일부 국가들의 기도를 단호히 규탄하며 안보리에서 채택된 결의를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전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동북아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평화와 안정을 보존하는 핵심이라면서 북한군은 앞으로도 자위를 위한 억지력 강화 노력으로 미사일 발사연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무조건 전면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면서 북한이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과 다른 회원국들이 “언제라도” 추가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결의문이 모든 관련 당사국들로 하여금 조용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성명을 통해 결의문 채택을 환영하고 북한의 이행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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