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보면 그림이 떠오릅니다. 그림에 시선을 주면 시가 연상되지요.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므로 ‘시적 공간’의 개념으로 일상의 자연을 작품에 녹여내려 합니다. 마음속의 시적 풍경이 ‘기상도(氣象圖)’지요.”

한국화가 장진이 네번째 개인전 ‘기상도’ 펼치며 ‘시적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다분히 철학적이다. 아니나다를까 동양철학과 미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마친 그다.


송나라 소동파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사상을 빌자면 동양 전통회화에서 가장 큰 미학적인 쟁점이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겁니다. 이를 내식으로 풀자면 내재적으로 시와 그림의 연관성을 찾아 주변의 자연을 시적 공간으로서 화폭에 녹여내는 거지요.”

2002년 첫 개인전에서는 갯벌에 피어있는 소금꽃을 소재로 생명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내놓았다. 차츰 ‘시적 공간’으로서의 심상 이미지를 표현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이제 시적 토양은 장진의 미학적 노선을 대변하는 개념이다.

물을 소재로 택했다. “강화도에 작업실이 있다보니 갯벌과 바다와 맞대며 살아요. 때로는 파도가 될 수도 있지요. 이를 심상 이미지로 만들어냅니다.”

공기와 물 바람 등 기상이라는 비가시적인 세계에서 작가적 충돌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인 것이다.

이와 관련, 심상용 교수의 해석은 이렇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은 사물의 세계와 기억으로부터 더 멀어진다. 선은 사물의 재현에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는다. 붓은 화폭 위에서 온전히 자유를 추구한다.”

전통적인 매채 한지와 먹을 선택했다. 한발 나아가 단순함을 거부한다. “풀을 한달 정도 삭혀서 배접을 해요. 이 과정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전통방식으로 가되 붓 대신 면봉으로 그려나갑니다.”

작가는 관람객과 소통하기를 소망한다. 작품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곧 여백의 개념이 아닐까요. 생활속에서 교감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22일부터 28일까지 남구 주안 혜원갤러리로 초대한다.
☎(032)422-8863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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