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해온 청동을 한켠에 밀어놓고 버려진 폐자재 널판지를 한조각 한조각 붙여 ‘숲의 욕망’이라는 타이틀로 올 여름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개인전을 열었던 차경진 조각가다.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마음의 잔상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또 다시 개인전을 열고 초대장을 내민다.

꼭 세달만이다. 오는 17일부터 30일까지 부평 구올담갤러리에서 네번째 개인전을 편다.

느낌과 재료가 확 바뀌었다. 다시 청동을 집어들었다. 주제가 ‘Two Face-텅 빈 두얼굴의 마주보기’다.

줄 곧 가면작업에 천착해온 그다. 기이한 가면들속에서 작가는 실존의 자각들을 독백처럼 새겨왔다고 말하곤 했다.

이번엔 ‘기이함’은 없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나홀로’의 모습을 벗어 ‘마주보는 둘’의 얼굴이다.

“사람 人(인)이 두 사람이 기대는 형상이라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총체적인 내가 이루어지지요. 내안을 향한 시선에 담긴 고통과 좌절을 밖으로 돌림으로써 소통을 찾고자 했습니다.”

두얼굴이 마주보고 있다. 외형은 청자같기도 하고, 항아리 같기도 한, 곡선이 돋보이는 자기의 모습이다. 즉 자기안에서 두얼굴이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때는 입을 맞춘다.

“캔버스 형태를 연상시키는 사각틀에서 출발했어요. 그 안에 두 사람을 넣었더니 가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굴표정도 서로 비웃는 듯하게 가더군요. 이건 아니다 싶었지요. 우연히 질그릇 토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투박한 질그릇 안에 얼굴을 담아내니 비워진 마음이 만나는 충만감이 느껴졌다고 말한다.

천조각을 하나씩 이은 조각보처럼 청동조각을 잇고 붙이는 방식을 고수해온 그다. 기존의 가면에서는 용접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이번엔 보이지 않는다. “작품 뒷면에서 용접을 했어요. 얼룩짐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싫었거든요.”

작품의 변모에 대해 작가는 부드러움을 연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릴적 기억 중 행복했던 부분을 골라내려 애썼다며 웃는다.

“대중과 호흡할 수 없는 작품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이 항상 변화해야한다는 신념으로 살지요. 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 달라지려고 노력합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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