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발 아시아 문화비평지를 표방하는 인천문화재단 격월간지 ‘플랫폼’ 11·12월호(통권 6호)가 나왔다.

이번 호의 간판은 ‘도시재생의 키워드, 실종된 문화를 찾습니다’다. 도시의 미래와 발전을 논할 때 빠져서는 안될 아이템으로 ‘문화’가 부상한 사실에 주목한다. 문화도시의 실상을 한·중·일 사례를 들어 심도있는 해부를 시도한다.

서울대 전봉희 교수의 ‘이념에서 일상으로’, 중국 레이 치이 화동사범대 교수의 ‘전시되는 것과 은폐되는 것’, 일본 마쓰시마 야스카쓰 토오카이대 교수의 ‘문화도시 류우쿠우의 식민지 구조’까지 3편의 글을 실었다. 전 교수는 서울을 예로 들어 보존사업의 성공은 작은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데 그 첫걸음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산 규모를 늘리고 눈에 보이는 정치·경제적 성과를 내놓는 데 급급한 대신, 작지만 의미있는 주면환경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금까지 이념에 따라 철거와 복원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전문가 대신 시민의 참여를, 이념 대신 일상의 본존을 중심축으로 도시복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하이 세계박람회 준비위원이기도 했던 레이 교수는 제국주의 인터네셔널 한 쇼가 되어버린 세계박람회 모순을 지적, 박람회 유치가 후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통과의례가 돼버린 현실을 비판한다. 이어 그는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로 기획되면서 광주정신이 퇴색되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관·민 대량투자로 인프라가 증가해 문화도시 성공사례로 일컬어지는 오키나와에 대해 마쓰시마 교수는 “미군기지라는 거추장스러운 짐을 떠맡고 놀이동산으로 소비되는 동시에 대규모 이벤트를 벌여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만만한 곳’으로 전락해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군사기지와 일본 기업과 자본의 경제지배까지 가세해 작은 섬의 자연, 지역공동체가 함께 파괴되는 위기에 놓여있음을 우려한다.

비평공간에서는 20편의 글이 실려있다. 홍기동 작가는 인천작가회의가 올 광복절 즈음해 복원 발간한 김남천 소설 ‘1945 8.15’에 대한 의미를 짚었다. 한국인이 얼마나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가를 보여주었던 ‘세계한인주간-코리아 페스티벌에’대해서는 대중음악평론가 신현준씨가 논평을 더했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와 관련,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사무처장이 문제점을 짚었다. ‘헐리우드식 판타지와 오리엔탈리즘의 조합판’이라고 지적, “‘디 워’가 그토록 내세우는 순수 국산 디지털 그래픽 기술마저도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헐리우드 판타지 영화의 조합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고 꼬집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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