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음악문화원과 인천오페라단이 이 가을 시민들에게 자신있게 내놓는 명품 오페라는,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본고장의 명성을 그대로 살려낸 ‘오텔로’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비극을 오페라 거장 베르디가 의욕적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한치의 빈틈도 없이 시종일관 인간의 심리가 극적으로 전개되는 원작을 음악으로 승화, 단연 완성도가 돋보인다.

특히 주인공 ‘오텔로’는 최고의 가창력과 탁월한 연기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역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는 가수가 금세기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몇 안된다.


오텔로에 다시금 도전장을 내건 이가 황건식 인천오페라단 단장이다. 10년전 인천오페라단을 만들고 해마다 이 지역에서 오페라를 올려온 그다. 그 무대에서 어김없이 주역으로 서왔다. 이번 공연에서도 오텔로로 분해 동유럽 최고의 가수들과 어깨를 겨누려 한다. 오페라를 향한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완성된 무대 자신

“오텔로 역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인천오페라단 정기공연으로 2001년 오페라축제에서 처음 역을 소화해냈고 2005년에도 ‘오텔로’로 무대에 섰지요. 지난번 공연에서는 캐스팅한 배우가 문제가 생기는 등 여러 이유로 제대로 된 오페라를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공연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인천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을 내걸고 어느 해보다 심혈을 들여 준비했다. 동유럽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오페라단이 처음으로 내한, 인천시민에게 보석같은 오페라를 선사한다. 11월7일부터 10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 무대다. 무엇보다 순수 민간단체가 벌인 일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재정적으로는 물론이고 섭외 단계부터 공을 많이 들였다.

“오페라극장 전속 예술단 전체가 오는 일이란 쉽지 않습니다. 이번엔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 스태프와 의상, 무대까지 100여명이 함께 와요. 자국에서 올렸던 무대를 그대로 인천에서 재현하겠다는 의지에서죠. 더욱이 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보리슬라프 이바노프 예술감독이 직접 진두지휘를 합니다.”

유럽 최상의 팀을 데려올 수 있었던데는 인천오페라단의 의지도 의지려니와 운도 따랐다. 대구시가 주축이 돼 이끌어가고 있는 10월 예술축전 ‘대구오페라축제’에 이들팀이 올해의 메인팀으로 초청을 받았다.

대구공연에 연이어 인천무대를 올릴 수 있음을 불가리아 오페라단은 크게 반겼다. 대구시도 인천오페라단과 파트너 십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을 든든해 했다.

“소피아 오페라단의 ‘오텔로’는 공을 많이 들인 역작입니다. 2005년에는 이 작품으로 일본에서 한달동안 전국 순회 공연에 나서 극찬을 받았다고 해요. 내년에도 또 한차례 일본 투어에 나서기로 계약을 맺었답니다. 올해는 한국에서 풀려고 합니다.”



대구무대가 불가리아 소피아 초청공연이라면 인천은 다르다. 국내 정상급 가수들을 캐스팅, 불가리아·한국 연합무대로 간다.

인천오페라단 주역을 포함해 유수 오페라 가수들을 선발, 배역마다 2인 혹은 3인을 세우기로 했다. “그들만의 무대로 가기에는 아쉬움이 클 것 같아서요. 특히 합창은 인천오페라합창단이 이끌어갑니다. 오페라 전문 합창단이에요. 모두들 연습하는 열기가 대단합니다.”

4일 공연이다보니 무대마다 양국 배우가 교차 캐스팅된다. 황 단장은 마지막날인 10일 오텔로로 분한다.

“오텔로는 4막까지 전막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배역이에요. 힘이 요구되는 노래가 계속 이어지는데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불가리아 오페라단 주역 2인과 트리플 캐스팅으로 무대에 섭니다. 부담이 되죠. 연습만이 길입니다.”

▲오페라하우스 꿈을 향해

인천음악문화원을 꾸려온 것이 20여년, 인천오페라단을 이끈 것이 10년이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가진 것 모두 바쳐 힘든 줄도 모르고 걸어온 시간들이다.


때맞춰 가곡과 아리아의 밤을 열고, 오페라를 올리고, 합창 음악회를 열어 시민들을 초대해왔다. 그 역시 무대에 서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니 적극적이라는 표현이 맞다. 최근에도 한달에 한번은 어김없이 무대에 선다.

“좋은 무대를 자꾸 보여주어야 관객들의 수요가 창출, 이는 다시 고급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음악적 진리가 담겨있고 순수하고 역사적이며 창작적인 것이 감명을 준다고 생각해요. 클래식이 바로 그런 것이죠. 하나의 교향곡을 제대로 알려면 100번은 들어야 해요. 그런데 씹을수록 맛이 납니다.”

황 단장에게는 소망이 하나 있다. 멋진 오페라를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여는 일이다.

충청도 서산 쪽에 건립을 구상중이라고 지나가듯 던진 말을 들춰내 되물었더니 변함없는 의지를 내보인다.

“도심보단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 곳이 좋겠다 싶었어요. 외국 관광객이 오페라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곳,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서산은 수도권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죠. 부지는 이미 물색해놓았어요. 앞으로 3년안엔 해보려 합니다.”

아예 서산으로 집을 옮겨 간 황 단장이다. 서산 가야산 자락에 꿈의 오페라하우스를 세우려 특유의 추진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입니다. 음악과 기악, 춤, 연극, 미술, 무대 등 모든 장르가 더해져야 완성됩니다. 그 멋진 음악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운 좋게 주변 여건이 뒷받침돼서 가능했습니다. 지금까지 오페라 주역 아홉을 연기했어요. 한 인물을 더해 열을 채우고 내려오려 합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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